보험계약에 대한 미래 이익을 보험부채로 먼저 평가하는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됨에 따라 업계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IFRS17이 반영된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보험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를 토대로 어떤 영향들이 있었으며 향후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지 살펴봤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초 나타난 계리적 가정을 둘러싼 혼란이 재현될 우려가 나다. 결산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소급법을 다시 반영하는 보험사들이 생길 수 있어서다.
지난해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이어 체계적인 제도 관리와 기준 정립을 위한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당국 및 유관기관은 이를 위한 조직을 따로 마련할지 검토 중이다.
계리적 가정 기준 두고 또?
이달 보험사들은 줄줄이 결산 실적 발표를 앞뒀다. 이미 발표한 곳들도 있지만 오는 7일에는 한화생명, 20일 삼성생명, 22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그리고 메리츠화재, 23일 현대해상 등이 남아있다.
이번 실적 발표가 이목을 끄는 건 지난해에도 논란이 된 계리적 가정 산출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돼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당국의 허용으로 한시적으로 회계변경 효과를 소급 처리한 보험사 일부가 결산 배당에도 ‘소급’ 처리를 검토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계리적 가정의 산출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를 내놨다. 이에 따른 변경 효과를 제도 도입 이후부터 적용하느냐 아니면 과거 재무제표에도 반영하느냐에 따라 보험사들은 전진법과 소급법으로 갈렸다.
당시 소급법의 경우 기존에 이미 나온 재무제표를 소급적용해 고치는 방식이기에 3분기에 한해 처리가 이뤄졌지만 지난해 예외적인 ‘비조치’를 올해에도 적용하려는 보험사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분위기다.
이에 보험사 간 재무제표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관련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당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사후적으로 필요시 문제를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계리적 가정 위한 기관 둔 영국·캐나다
IFRS17은 기본적으로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한마디로 자율규제가 강화되는 셈이지만, 회사별 가정 적용에 다른 문제점이 제기돼 당국은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과거 감독회계는 규정 중심의 방법을 제시하고 일반회계(IFRS)에서 준용했다면 제도 변화 후에는 계리적 가정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당국은 비교가능성을 위해 경제적 가정인 할인율을 직접 제공하고 위험조정은 신뢰수준 75% 이상으로 기준을 뒀다.
해외라고 해서 국제기준인 IFRS17 도입이 무조건 앞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계리적 가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있다는 점에서는 앞서 있는 모습이다.
영국은 규제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RC)를 통해 계리표준위원회 구성 및 계리표준 제정, 계리감독자포럼 개최, 계리전문기관 감독 등 계리가정 체계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이는 영국회사법에 근거해 법정 감사가 가능하며 감독당국과 별개인 독립기구다.
캐나다 역시 계리전문직 감독위원회(APOB)라는 기관을 통해 계리실무표준 제정 및 계리사를 관리하고 계리실무에 대해 필요시 감독당국이 변경하거나 지침을 추가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돼있다.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계리적 판단에 의한 가정의 신뢰성 문제를 고려해왔다.
국내도 계리표준위원회 역할 ‘필요’
국내의 경우 보험사의 자율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보험사가 부채평가에 대한 회계정책서, 계리방법서를 작성하고 선임계리사가 자체적으로 검증한 뒤 계리법인을 통해 외부전문가가 또 한 번 검증하는 프로세스는 있다.
하지만 보험산업의 공통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 보험사의 자율과 내·외부 전문가에 의한 검증 위주라는 점에서 투자자와 보험계약자 등 이해관계자 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사례와 같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이 고려된 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 노건엽·조영현·이승주 연구원이 발표한 ‘IFRS17 영향분석과 성과지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위원회를 통해 계리실무표준을 제정하고 심의 및 의결을 수행할 수 있으며 계리업무에 대한 전문성 향상과 직업윤리에 대한 기준 설정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계리사 외에도 학계 및 감독당국 등이 참여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으며 위원회에 대한 법적 위치를 부여함은 물론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만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계리적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위원회 설립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데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보고는 있다”면서도 “당장 이렇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