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에 대한 미래 이익을 보험부채로 먼저 평가하는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됨에 따라 업계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IFRS17이 반영된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보험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를 토대로 어떤 영향들이 있었으며 향후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지 살펴봤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최대 자본 수혜를 누린 보험사 중에 대표적인 곳이 NH농협생명이다. 제도 도입 직전까지만 해도 농협생명은 자본 잠식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는 제도 변화에 앞서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다만 고금리로 불어난 채권평가손실이 유상증자 및 제도 시행 후 회복되면서 자본 규모가 조 단위로 커졌다.

같은 시점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은 별개로 보였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농협생명은 회복된 건전성을 토대로 제도 변화에 발맞춘 전략에 주력할 전망이다.


자본잠식 ‘늪’ 빠졌던 농협생명


농협생명은 지난 2022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 변화에 부응해 지난 2020년 9월 만기보유채권 32조원 규모를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했다가 5조원 이상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해서다.

이는 한국은행이 당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갔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자본 규모는 2022년 9월 말 기준 –4820억원이었으며 당국의 건전성 권고 기준인 150% 이하로 지급여력(RBC)비율도 107%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농협생명은 그간 건전성 회복에 주력했다. 지난 2022년 3월과 4월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그해 9월 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그 결과 자본총계는 2022년 말 기준 –1451억원으로 전액 잠식이었지만 지난해 1분기 5조3986억원으로 급반전됐다.


자본 증가율, 수익성과 별개


같은 분기 자본금 회복이 반영되면서 RBC비율을 대체한 새로운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도 325.5%로 크게 개선됐다. 킥스는 RBC와 마찬가지로 활용 가능한 가용자본을 지급여력 기준 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킥스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288.87%로 소폭 내려갔지만 이는 생보사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다만 당시 3분기 순이익만 따지면 미국 국채금리 급증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에 영향을 받아 5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각 사 경영공시 기준 농협생명은 제도 변화에 따라 자본금이 무려 4조5230억원 늘면서 3216% 증가율로 압도적인 수치였다. 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한 DB생명, KDB생명, 처브생명이 뒤이어 차례로 높은 자본 증가율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보면 자본이 주로 취약한 중소형사는 높은 자본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수익은 별개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한화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순으로 높았다. 당기순이익은 상장회사나 상장한 회사의 자회사가 더 높았다는 얘기다.


‘제도 수혜 별개’ 필요한 영업 전략


NH농협생명 윤해진 대표이사. [그래픽=김현지 기자]
NH농협생명 윤해진 대표이사. [그래픽=김현지 기자]

종합해보면 농협생명과 같이 자본 규모가 작았던 중소형 보험사들이 제도 변화에 따른 수혜를 입은 측면은 있다. 다만 이에 힘입어 제도 변화에 맞춰 영업 경쟁력을 키우고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일은 각 회사의 몫인 셈이다.

농협생명 윤해진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영업 전략을 체계화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 영업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구 감소 영향 등으로 판매 상품에 변화가 필요함은 물론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여서다.

이를 위해 농협생명은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매출 증대와 보장성 보험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전속 설계사 수가 적기에 GA 매출 의존도가 높지만 보장성보험 판매 및 관리를 통해 CSM을 꾸준히 확보해가기 위해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제도 도입시 연착륙을 위해 금리와 주식 위험 등과 관련 3가지 항목에 대해 경과조치 유예 신청을 했다”며 “그 결과 요구자본이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용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서 수치가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SM도 저축성 보험 중심에서 탈피해 보장성 위주로 판매하다보니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위주로 하다 보니 건전성은 좋아지지만 저축성 상품을 줄이다보니 자산 규모가 조금씩 줄어드는 역효과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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