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에 대한 미래 이익을 보험부채로 먼저 평가하는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됨에 따라 업계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IFRS17이 반영된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보험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를 토대로 어떤 영향들이 있었으며 향후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지 살펴봤다.
지난해 보험사 재무제표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산은 IFRS9, 보험부채는 IFRS17로 평가돼 자본과 이익 면에서 변동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저금리시기 보험사들은 자본 부족과 수익성 악화를 염려했지만 제도 도입 직후인 지난해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자본과 이익이 늘어났다.
이에 보험사 가치평가 등에 적용되는 성과지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려점은 일부 있지만 기존의 내재가치(EV)를 대체할 지표로 보험계약마진(CSM)이 대두되고 있다.
수익 인식 변화 가져온 IFRS17
IFRS17은 보험부채에 대한 시가평가와 함께 발생주의에 기반해 수익인식 기준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IFRS4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새로운 회계 제도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IFRS17 영향분석과 성과지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IFRS17의 보험부채는 미래현금흐름(BEL)과 할인율, 위험조정(RA) 및 CSM으로 구분된다. 이중 CSM은 보험계약에서 미래이익의 현재시점을 나타내며 향후 실현이익으로 점진적으로 인식된다는 점이 IFRS4와 가장 크게 구분되는 요소다.
CSM은 셈법상 보험계약서비스(서비스제공량)에 비례해 인식돼 보험계약 기간별 유지자 수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보험계약 기간이 장기라면 기간이 지남에 따라 계약자 수가 줄어들게 돼 초기에 CSM 상각액이 많고 이후 감소되는 형태로 인식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IFRS4에서는 보험계약 체결 후 판매비 집행 등으로 초기에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일반적이지만 IFRS17은 초기부터 이익을 나눠 인식하는 형태다. 보험사가 이익을 유지하고자 신계약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유인이 더 크다는 얘기다.
제도 이후 늘어난 자본·이익
제도 도입 후 생보사와 손보사는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자본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생보사는 2012년 108조7000억원의 수입보험료 기록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였으나 지난해 105조2000억원으로 12년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해약환급금 증가, 과거 대량 판매된 물량의 만기 도래 등으로 유동성 대응을 위해 저축성보험을 늘린 게 주된 요인이다. 반면 손보사는 장기보험이 성장함에 따라 원수보험료가 꾸준히 증가해 생보사의 수입보험료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자본은 2010년 53조원에서 2020년 144조원으로 10년간 172% 증가했다가 2022년 고금리 기조로 40% 가까이 줄었지만 제도 변화로 지난해 3월 말 기준 159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생보사는 2022년 말 50조원에서 같은 기간 101조원으로 증가폭이 2배였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생보사보다 손보사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6조원에서 2019년 5조3000억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증가해 2022년 9조2000억원이 됐다. 이중 손보사는 2010년 2조원에서 2022년 5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제도 도입 후에는 증가율이 지지부진했던 생보사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월 말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7000억원, 손보사는 2조60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이익의 상당부분을 1분기 만에 달성한 셈이다.
CSM, KPI 활용 위한 논의 必
보험사의 순이익 중 보험손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CSM 상각액이다. 현재 생보사·손보사의 상각률은 연 환산으로 10%를 상회한다. 평균 상각기간이 10년에 못미처 신계약 유입이 없다면 CSM은 10년 내 소멸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확보하려는 신계약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그렇기에 CSM은 중요한 성과지표(KPI)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건엽·조영현·이승주 연구원은 현재 보험사가 가치평가에 활용하는 내재가치(EV) 평가를 CSM으로 통합하는 방안과 별도로 계속 산출하는 방안에 대해 상당수 회사가 검토 중이라고 했다.
EV는 주주 가치를 측정하고 보험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생보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KPI 중 하나다. 보험계약은 현금흐름이 장기간 발생한다는 특성이 다른 산업과 다른 만큼 EV를 이용한 방법이 활용돼왔다.
반면 IFRS17은 보험사 재무 상태와 손익에 미치는 영향 측정이 목표라는 점에서 EV와 차이가 있다.
CSM은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과대평가될 수 있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원들은 회계제도 변화를 통해 보험손익을 중심으로 회사 이익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점만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나 불리하게 적용하면 위험조정 수치 등을 과대하게 평가해 CSM이 과소평가된다. 이 경우 이익으로 전환되는 CSM 상각액이 작을 수 있지만 양의 예실차 비율은 증가해 단기적으로 수익성지표 개선이나 주주배당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