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전지 사업 투자 효과 나타나기에 시간 필요
- 최 대표, '압도적 우위' 전고체 배터리에 자신감 표현
- 제자리 주가에 주주들은 울분…최 대표 “진심으로 죄송”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부진한 실적 결과로 올해 초부터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SDI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중장기적 계획을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SDI는 장기 실적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내세우며 배터리 관련 진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음을 시사했지만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와 별개로 삼성SDI 최윤호 대표는 당장 주가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 주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매출은 증가했는데 주가는 나아진 게 없다는 원성이 자자해서다.


이차전지 사업은 ‘시간이 필요해요’


이차전지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삼성SDI도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삼성SDI는 지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7%, 36.5% 떨어진 5조5648억원, 311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주가는 하락세로 연신 바닥을 쳤다. 삼성SDI는 지난 1월 26일 34만2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천천히 회복 중이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다만 업종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화투자증권 이용욱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차전지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실적을 잘 방어한 모습이다”라고 언급했다.

전기차 수요 문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삼성SDI는 지난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최 대표는 이차전지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중장기적인 수주 사업이라는 특성을 들어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감 있는 ‘전고체 배터리’


삼성SDI 제 54기 주주총회에서 최윤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SDI제공]
삼성SDI 제 54기 주주총회에서 최윤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SDI제공]

최 대표는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더뎠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중장기적인 큰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삼성SDI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맞춰 배터리 제품이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진가가 나타날 거라는 얘기다.

삼성SDI는 내년 초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에 이어 오는 2027년에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날 최 대표는 지난해 수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 완료했으며 다수 완성차업체(OEM)에 샘플을 공급해 평가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공급망(SCM)을 만들고 양산 성능을 확보하는 등 계획대로 양산을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 삼성SDI가 압도적으로 잘하며 앞선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ASB사업화추진팀’ 신설하며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 한다고 널리 알렸다.

최 대표는 지난 2021년 취임사 때 강조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에 대한 계획을 이뤄가는 그림이다.


최 대표, 주주들에게 사과


다만 주가는 이같은 잠재력은 아직 반영하지 못한 모습이다. 사업 포부와 달리 삼성SDI 주가는 지난 22일 47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주주들은 삼성SDI가 지난 2021년 8월 13일 82만8000원으로 당시 신고가를 기록한 과거를 기억하며 울분을 토했다.

최 대표는 자신 있게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이 있다며 주주들에게 이해를 바라는 모습이지만 당장 주주들은 내려간 주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3년 전 매출에 비해 2배가 늘었는데 주가는 그대로라며 자사주 소각이라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주가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최 대표는 주주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되지 못한 점에 대해 회사 대표로서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배터리 시장은 계속 커지는 시장이기에 업황이 개선될 거라 본다”며 “전고체 배터리에서 조금 더 준비됐고 기술력 자체가 한발 앞서 있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기자 pcw3712@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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