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불만 터뜨린 주주들에 삼성전자 배당으로 달래기
- 장기 역전 계획...5세대 HBM3E 12단 내세운 시장 전략
- KB증권 김동원 연구원 "메모리 반도체 6분기 만에 흑자전환 예상"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삼성전자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받은 예리한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주주들이 경쟁사와 비교하며 부진한 주가와 경영에 대한 불만을 토해서다.

삼성전자는 그나마 배당으로 주주들을 달래게 됐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간은 좀 더 필요하다. AI용 반도체라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시장을 선두 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HBM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1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적자 탈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주가에 불만 표출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 가운데 처음으로 주주들과 별도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적극적인 대화를 나눴다.

한 주주는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주가에 불만을 보였다. 7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인데 HBM 사업 경쟁력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의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가에 대해 경영진으로서 사과를 전한다며 올해 반도체 시장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AI용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판매 확대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주주는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는 배당에 대해 경영진이 주주들을 안일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전례 없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보유한 현금이 급감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향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변화가 있을 시 즉시 공유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역전을 노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 부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으로 전년 기준 연간 9조800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계획이라며 주주들을 달랬다. 하지만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갈 길은 아직 멀다.

주주들이 주가에 분통을 터뜨린 데는 이유가 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처지자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5세대인 24GB HBM3E 8단(8단 적층) 제품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며 3월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36GB HBM3E(5세대) 12단(12단 적층) 개발을 알렸고 상반기 내로 양산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시장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기존 HBM3(4세대) 8단 대비 성능과 용량을 50% 이상 향상한 이번 5세대 제품은 12단으로 TSV 기술을 활용해 경쟁사 제품보다 적층 수를 4단 높이 올렸다. 또한 ‘Advanced TC NCF’ 기술로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했다.

동일한 GPU 조건에서 서버 시스템에 HBM3E 12단을 적용하면 기존 제품보다 평균 34% AI 학습 훈련 속도 향상이 가능하다.

본격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HBM 시장은 아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간에 HBM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이야’ 1분기 흑자전환 전망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HBM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행히도 삼성전자가 만든 HBM 제품이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년 만에 흑자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부문에서 HBM이 활약하며 흑자를 맛본 데 이어 오는 1분기 D램과 낸드를 포함한 메모리사업부에서도 흑자전환이 점쳐진다. 이는 HBM 수요 증가와 감산 효과로 인해 D램과 낸드 가격이 상승 전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는 반도체 사업은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며 액수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조3000억원 개선된 1조10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NCF 기술을 통해서 12단으로 발전시켰고 상반기 내로 양산 예정인데 제품이 빨리 나와서 보여 드리는 게 중요할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기자 pcw3712@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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