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전 관치·셀프 회장 의혹…성과로 증명 ‘역부족’
- 사내이사 ‘원톱 체제’...조병규 행장 이사회 배제
- 우리금융 관계자 “이사회의 결정 이유 확인 어려워”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독주를 위한 준비인지 독재를 위한 초석인지 헷갈린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임종룡 회장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력이 강화되는 지주 체제가 만들어져서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지주는 전략, 영업은 자회사’라는 경영방침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한 해의 성적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실적이 하락해 전략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독재인지 독주인지 모를 개편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최근 완전민영화까지 이룬 우리금융이 지주를 위한 건지 회장직을 위한 건지 모를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 속 취임에 문제 여전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체제가 2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지배구조를 두고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실적은 부진하면서 회장의 입김만 세진 구조가 돼가고 있어서다.

유독 임 회장은 취임 전부터 여러 의혹이 뒤따랐다. 오랜 관료 생활에 따른 관치 우려에 이어 ‘셀프 회장’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6년 금융위원장 선임 당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한 장본인이면서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 수장으로 도전장을 내서다.

당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겸 사외이사진 7인 중 4명이 임 회장과 동문이거나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또한 손태승 전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라임펀드와 DLF 사태로 금융당국에 중징계받은 후 후임자가 언급되는 과정에서 임 회장 선발은 기대감보다 반발이 컸다.

여러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임 회장은 취임 후 기존의 체계를 바꿀 ‘혁신’에 집중하는 듯 했다. 취임 당시 임 회장은 “지주는 전략 중심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해 작지만 강한 조직이 돼야 하며 자회사들은 모든 가치를 영업 중심으로 판단해 생산성을 높여달라”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이 먼저 시행한 것은 조직개편이었다. 당시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략기획부는 기획조정부로 바꿨으며 그 산하에 있는 팀도 5개에서 3개로 줄였다. 또한 신사업을 개발하는 전략사업추진팀도 없앴다.

또한 지주 내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사업 부문도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인사, 평가제도 개편과 내부통제 강화 및 경영 승계프로그램 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회장 직속 부서인 ‘기업문화혁신 테스크포스(TF)팀’도 신설했다.


조직개편 단행했지만 실적 미비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조직 슬림화를 앞세워 임 회장이 단행한 첫 변화였지만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부통제 및 승계프로그램 등에 임 회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모두 없어졌을 뿐이다. 

앞서 임 회장의 임기는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계열사 14곳 중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금융연구소로 총 9곳에서 새 대표 인선이 진행됐다.

또한 우리은행은 임기 10개월이 남았음에도 이 전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지난해 7월 조병규 행장이 선임됐다. 이러한 대규모 개편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역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14개 계열사 중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만 전년 대비 392.3%, 333.3%, 177.8% 늘었지만 그 외의 계열사 실적은 크게 줄었다. 자본규모가 큰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은 각각 13.8%, 45.7%, 158.2%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우리금융은 시중은행별 연간 순이익면에서 꼴찌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6319억원이며,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 하나금융은 3조4516억원으로 2조5167억원을 기록한 우리금융과 격차가 컸다.


조병규 행장 이사회 배제


올해는 실적이 부진한 수장을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PE자산운용의 CEO가 교체됐으며 우리신용정보와 우리에프아이에스의 경우는 유임됐다. 

임 회장의 역량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지주 중심의 ‘원톱 체제’는 보다 강화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조병규 행장을 이사회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재 공석인 비상임이사직에 조 행장을 추천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앞서 DLF 논란으로 퇴직한 이원덕 전 행장이 용퇴 후에도 우리금융 고문직을 수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인 대목이다. 

특히나 조 행장은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로 선임 당시 기업금융에서 영업력 및 기획력을 갖췄다고 평가됐기에 앞서 이사직 선임이 예측됐던 인물이다. 임 회장이 강조한 ‘자회사는 영업’ 방침에 따라 그는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그렇기에 조 행장을 배제한 조치만을 보면 임 회장을 중심으로 한 독주 체제가 더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조 행장이 이사회에서 배제되면서 지주의 모든 결정권은 임 회장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KB금융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은 신한금융의 비상임이사로, 하나은행 이승열 행장은 하나금융의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조 행장을 배제한 점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장을 이사로 추천하는 경우는 지난 이 전 행장 때가 유일한 케이스이긴 했다”고 말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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