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은행, 지난달 7일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
- DGB금융, 은행 핀테크 및 비은행 확대에 관심
- 시중은행과 격차 큰 실적에 최대주주 변경까지

DGB금융지주 황병우 회장 내정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DGB금융지주 황병우 회장 내정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DGB금융지주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될 예정인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취임 기간 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방 열세를 극복하고 은행권에 새로운 메기로 재등장하는데 공을 세울 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황 행장은 올해 회장직과 연내 만료인 행장직을 겸임하면서까지 안정적인 시중은행 안착에 힘을 쏟게 됐지만 기존 은행과 이미 격차가 큰데다 최대주주까지 바뀐 변수가 있어서다.   


은행권 메기 도전하는 DGB대구은행


시중은행의 과점체제 완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제시한 가운데 이는 황 행장의 올해 핵심 과제가 됐다.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첫 주자인 대구은행은 지난달 7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과열된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지적하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시사했다. 이미 지방은행도 온오프라인으로 혁심금융서비스 및 지역점포망을 가지고 있는데 시중은행에 밀려 미비한 성장세를 보여서다.

또한 금융당국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도 지방은행과의 거래가 미미하다고 봤다. 시중은행의 지방 금고 사업 진출에 따라 과도한 출혈 경쟁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 소식을 알렸다. 이로 인해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됐다. 


성장 준비하는 DGB금융·황병우 행장


DGB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DGB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차기 DGB금융 회장이자 대구은행장인 황병우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 전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핀테크와 해외시장 개척 및 비은행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을 바라보는 시각과 결을 같이 하는 방향성이다. 당국은 규모·디지털·금융상품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며 핀테크 투자 활성화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활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 행장은 지난 7일 핀테크 상생을 넓히겠다는 목표로 창업 플랫폼인 ‘프론트원’에 방문해 핀테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시중은행 전환에 앞서 기업 간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황 행장은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금융의 한계를 벗어난 거대한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중은행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전용 스마트캠퍼스 플랫폼 ‘아이엠 유니즈(iM uniz)’ 구축, ‘Flo’ 음악 플레이리스트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청소년 금융 플랫폼 ‘iM-i’ 출시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비은행 확대와 관련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DGB금융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강화 및 비은행 확대를 위해 설립한 첫 해외 자회사인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HiAMA의 개소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4분기 DGB금융의 누적 총당기순이익 4122억원 중 대구은행은 88.3%를 차지한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 영향이 없지 않지만 아직은 그 규모가 작은 셈이다. 현재 계열사는 DGB생명, DGB캐피탈, 하이자산운용 등이다.


쉽지 않을 안착


다만 이와 같은 전략과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은 별개인데 기존 시중은행과 격차를 줄이는 일 자체가 보통이 아니다. 시중은행 전환 조건에 부합하는 건 맞지만 실적으로나 보유한 서비스로나 이미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대구은행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동일인 보유 지분율 10% 이하, 산업자본 4%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해 전환 신청이 가능했다. 심사 조건은 충족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실적 격차는 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지난해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조8000억원으로 국내은행 전체 순이익의 55.4%를 차지했다. 지방은행은 1조4000억원, 인터넷은행은 3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만 봐도 시중은행과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 하나금융은 3조4516억원, 우리금융은 2조5167억원이었다. DGB금융은 3878억원으로 인터넷은행 수준에 불과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로도 한참 뒤처져 있다. 대구은행(iM뱅크)은 지난 1월 기준 MAU 100만명을 돌파했지만 같은 기간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000만명을 넘어서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대주주까지 바뀌었다. DGB금융은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에서 오케이저축은행으로 변경됐다고 18일 공시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있는 데다 대부회사로 출발한 회사인 만큼 국민적 거부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07% 지분 보유로 최대주주였으며 오케이저축은행이 7.53% 지분으로 2대 주주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오케이저축은행이 8.49%로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으며 국민연금은 줄어든 7.99% 지분으로 2대 주주가 됐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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