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고유동성 대형주에 주문 몰려 내린 판단”
- 업계 “저유동성주가 고유동성주 되기도…업무 중단되면 문제”
- 투자자 “문제 있어 조사된 것…피해 오히려 줄어들 것”
- 거래소 “현재 제도 논란 있어 증선위 결과 판단 가능”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진=김은지 기자]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진=김은지 기자]

증권시장에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고 있는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에 반발하며 업무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 시각차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해당 증권사들이 저유동성 종목들의 일정 가격을 유지해주며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만큼 업무 중단으로 인해 향후 유동성 저하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공매도에 부정적이었던 투자자들은 유동성 저하로 인한 우려보다는 시장조성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시장 환경이 나아지는 측면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저유동성 종목 등이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로 2017년 도입됐다.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들에게 평가대상기간마다 대상 종목에 대한 리스트를 제공하면,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해당 종목에 상시 매도·매수 호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감원, 시장조성자 증권사 9곳에 과징금 부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부국증권, 신영증권 등 증권사 9곳에 대해 시장조성자 행위 관련 시장교란 혐의가 있다며 각각 10억에서 많게는 80억원으로 총 480억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시장조성자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증권사들에게 거래세 면제혜택 등도 있는 부분”이라며 “저유동성 종목이 많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유동성이 이미 풍부한 고유동성 종목에 대해 주문을 반복해 넣는 행위가 많았기에 시세 조종은 아니고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과징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증권사들이 억울한 부분을 얘기하고 있는데 남은 절차에서 충분히 소명할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시장조성 업무, 유동성에 지장”


금감원의 과징금 조치에 따라, 현재 한국거래소와 시장조성 계약을 맺은 14곳의 증권사 중 13곳이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당국이 하는 얘기도 맞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도 ‘우리가 계약을 맺고 하는 건데 이렇게 제재를 가하냐’며 안 하겠다고 손 든 상황인데 이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성 업무가 중단된 결과,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조성 업무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증권사도 당국도 아닌 일반 투자자에게 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공매도 쪽에서만 생각해 잘된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공매도도 유동성이 풍부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장이 올라가든 떨어지든 방향을 잘 잡으면 되는 문제라 시장도 괜찮지만, 유동성이 죽어서 거래가 안 되면 시장에서는 제일 안 좋은 징조”라며 “사람이 피가 안돌면 살 수 없듯 주식 시장은 돈이 돌아야하는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제일 힘들어지고 거래비용도 높아질 것. 금융위가 중재를 잘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거래소에서 저유동성에 해당하는 종목들에 대한 리스트를 주면 그 종목을 커버하겠다고 계약을 맺어 움직이는 부분인데, 거래소에서 지정해준 저유동성 종목들을 금감원에서 고유동성 종목이라고 하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거래소 측의 의견도 필요할 것 같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저유동성이었던 종목들이 고유동성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어느 기간 동안을 특정해 모니터링을 했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조선업 관련주가 좋지 않았다가 업황이 개선되면서 시장에 쏠릴 때 애초에는 저유동성 종목이었다가 고유동성 종목으로 바뀌기도 했으며, 인테리어 쪽도 인기 종목은 아니었으나 코로나 기간에 바뀌었다”며 “저유동성이 고유동성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평가 시점을 언제로 두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거래소 차원에서 시장 조성자 행위로 인한 공매도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바가 있는지 점검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적이 있었다”며 “감독원에서는 별개의 이슈로 얘기하지만 동일한 제도에 대해서 과징금을 결정했다는 부분에 대해 거래소도 난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시장조성자 업무 중단, 오히려 피해 줄어들 것”


반면 투자자 측은 시장조성 업무 중단에 양면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오히려 개인 투자자 피해가 줄어들 확률이 더 높다는 관점을 보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우리나라에 2300여개 종목이 있는데 그중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저유동성 종목들은 매매가 원활치 않으니 일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도 “금감원이 없는 부분을 적발했을 리는 없고 잘못된 부분이 있기에 관련 증권사들에 과징금을 통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성자는 시장에 어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시장조성자는 거래세도 없고 여러 가지 혜택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손해를 볼 확률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정 대표는 공매도 세력이 시장조성자와 결탁을 할 경우 의심되는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A라는 시장조성자가 B라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하면 B라는 주체를 위해 시장조성자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며 “증거를 모두 수집하긴 어렵기에 합리적 의심 수준이지만 그렇기에 금감원이 적발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로 공매도 금지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3월 16일, 제도 예외 대상인 시장조성자를 통한 공매도는 평소보다 활발했다는 게 정 대표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그날 공매도가 금지됐는데도 코스피에서만 10거래일 기준 4408억원이 공매도됐다. 이는 평소보다 오히려 많은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지난해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금지해야한다고 소송까지 걸었으나 해당 공매도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이유로 철회되지 않았지만, 당시 기회를 틈타 이익을 챙기기 위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 시장조성자들에 대한 과징금 부여는 처음으로, 대형 종목의 시장 조성자 거래가 70%가 몰렸다는 점에서는 조사의 의미가 크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에는 시장조성자 제도 탄생 이후 금감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특별 검사를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자 금융위가 거래소에 지시해 지난해 11월 1차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며 “시장조성자 조사 결과 불법적인 정황이 없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올해 1월 증권사 3-4군데에서 불법이 의심돼 금융위에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상위 종목들에 시장조성자 거래가 70% 가량 몰려있다면 원래 제도 마련 취지인 저유동성 종목의 시장조성과 어긋난 것”이라며 “이는 잘못 운영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조성자 제도 운영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거래소가 해당 제도의 미비점을 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저유동성 선정주기는 매년 전년도 10월에서 해당년도 9월로 선정되며 연중에도 분기별로 평가해 유동성이 높은 종목은 수시로 제외된다”면서도 “위 규정은 거래소가 증권사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는 기준으로, 금감원의 금번 조사기준은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향후 현재 시장조성자 제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향후운영방안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증선위 결과가 나온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증선위 결과 이후에 정상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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