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장 앞두고 증권신고서 제출…희망공모가 카뱅보다 높아
‘삼바’처럼 기업가치에 성장률 더해…공모가 산정비교에 글로벌사 활용
페이팔 빠지면 공모가 반토막인데…사측 “플랫폼 기반 수익 기대”
상장 공모로 쥔 현금으로 플랫폼 확장 활용 예정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카카오페이가 성장률을 높게 반영한 기업가치 평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적자지만 성장성이 높은 해외 기업들이 사용하는 평가방식을 적용하면서다.

실제로 카카오페이가 공모가격 산정비교대상으로 선정한 회사들은 의외로 국내 기업이 모두 아니었다. 카카오페이는 사업영역을 간편결제에서 전반적인 금융서비스로 확대하고 총 151개 해외기업 중 최종적으로 3개 회사를 비교대상으로 택했다. 글로벌 기업인 페이팔홀딩스(Paypal Holdings), 스퀘어(Square), 파그세구로 디지털(Pagseguro Digital)이 그 대상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스펙트럼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듯 이들을 비교대상으로 희망공모가를 산정한 결과, 모회사 카카오의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됐다. 다만 시장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는 페이팔을 성장률 조정 수치 결과에서 제외하면 카카오페이의 공모가가 반 토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2016년 해당 방식을 적용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가치 뻥튀기’ 논란이 있었던 점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1주당 희망공모가 하단 6만3000원선으로 카뱅 2배↑…성장률 조정 반영 결과


지난 2일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1주당 희망공모가격을 6만3000원~9만6000원으로 정했다. 카카오뱅크의 희망공모가가 3만3000원~3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약 2~3배 높은 수치다.

카카오페이의 높은 희망공모가는 성장률과 매출액을 공모가 산정 지표에 반영한 결과다. 이는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가 반영된 기업가치에 순차입금을 뺀 적정 시가총액(16조 6192억원)을 상장 후 주식수로 나누면 나오는 1주당 12만2307원에 시장의 평가를 반영한 할인율(48.49%~21.51%)을 적용한 값이다.

카카오가 희망공모가액 산정에 반영한 유사회사의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상대가치는 성장률 조정 계수가 반영된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에 카카오페이의 지난 1분기 연환산 매출을 적용해 산출됐다.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발행회사 매출액 성장률에 성장률 조정계수를 곱한 값이다. 여기서 성장률 조정 계수는 비교회사 기업가치를 비교회사 매출액으로 나눈뒤, 다시 한번 비교회사 매출액 성장률을 나눈 값이다.

기업가치는 기준시가총액에 최근 분반기말 순차입금을 더한 값인데, 여기서 순차입금은 사채나 차입금 등 이자지급성부채에서 현금이나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값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해당 방식은 비교회사 기업가치가 높은 만큼 성장률 조정 계수가 높게 나올 수 있는 구조다. 그렇기에 ‘가치 부풀리기’가 아닌 적합한 투자지표가 되기 위해서는 비교기업간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유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교 기업이 동일 업종, 사업을 영위해도 각 회사의 고유한 사업 구조, 시장점유율, 인력 수준, 재무안정성, 경영진, 경영 전략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장률 조정 계수를 산출할 때에 비교회사의 과거 매출액 성장률을 사용하므로, 해당 계수를 사용한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배수는 회사의 미래 성장률 전망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한계다.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삼성·네이버 페이 제쳐두고 페이팔 페이 비교대상으로…적합한 선택일까


공모가 산정 지표 계산식을 보면 비교회사의 기업가치가 공모가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카카오페이가 국내 동종업계인 삼성이나 네이버 페이 등을 아예 제쳐두고 페이팔 페이 등 글로벌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택한 점이 주목된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경쟁 서비스로 토스, 페이코, 삼성페이 등이 존재하고 이들 모두 강력한 고객기반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하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내 비슷한 업종의 회사들은 카카오페이와 사업모델, 사업지표, 시장 내 지위 차이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에는 현재 금융 업종 뿐 아니라 유통, 전자 등 업종의 진출도 활발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페이코 외에도 SSG페이, L.Pay 등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각각 삼성 휴대폰과 포털 서비스 등의 플랫폼을 토대로 점유율을 확장해왔다. 이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성장한 카카오페이와 공통점인 부분이다. 다만 주력사업 기반은 달랐던 만큼 카카오페이가 직접적인 비교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제사업 만을 고려한다면 카카오가 국내 유사 업종 회사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한 점도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카카오페이가 꼽은 비교대상으로 대표적인 페이팔의 경우도 결제서비스 업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카오페이와 페이팔의 매출액만 봐도 약 100배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페이팔홀딩스는 매출에서 결제서비스 비중이 92.8%를 차지한다. 이는 카카오페이와 유사한 부분이지만, 사업 규모면에서는 현재로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페이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약 385조원으로, 카카오페이의 예상 시가총액인 16조원 대비 24배 차이가 난다.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페이팔 제외하면 희망공모가 반토막 수준


카카오페이는 현재까지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844억원이며 이번 1분기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10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가입자 수는 3600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300만명이 늘었다.

이렇듯 카카오페이는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페이팔을 비교 기업으로 넣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비교기업 중 페이팔을 넣으면 희망공모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계산된다는 점에서다.

페이팔 외에 비교대상기업에는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창업한 미국 스퀘어(SQ)와 브라질 최대 인터넷포털 UQL의 자회사 파그세구로 디지털이 있다.

이들 3개 기업을 반영한 카카오페이의 성장률 조정 EV/Sales 수치는 평균 44.7배로 추산됐다. 이 평균 수치와 카카오페이의 매출액, 기업가치, 순차입금 등을 종합해 카카오페이의 현 적정 시가총액 16조 6192억원이 계산된다.

여기서 비교대상 기업들의 성장률 조정 EV/Sales 수치를 개별로 보면, 페이팔홀딩스의 수치는 81.6배에 달했다. 스퀘어는 6.1배 수준이지만, 파그세구로 디지털의 수치도 46.5배로 카카오페이보다 높았다.

카카오페이가 시가총액 계산에 반영한 이들 수치의 평균값(44.7배)은 페이팔을 제외하면 26.3배에 그친다. 기존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국내 결제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16.6% 수준이다. 2019년 비해 불과 0.5%p 오른 수준에 그쳐 국내 점유율 높이기도 한창이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카카오페이는 국내 시장 내의 비교는 제쳐두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먼 산’을 바라보는 설정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상장으로 쥘 현금, 플랫폼 확장에 더 쓴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결제서비스 비중이 100%에 육박했지만 이를 점점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해당 비중은 71.9%였으며 올해 1분기에도 결제서비스 비중을 62%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금융서비스 비중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공모가에 대해 플랫폼 기반 회사로서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뿌린 씨를 거두는 격으로 금융서비스로의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결제와 송금 같은 서비스들을 통해 휴대폰에 트래픽 빌더로서 기반을 만들고 플랫폼을 고도화한 후에 투자나 보험, 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지금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 시작 단계로 보고 있다. 1분기 연결기준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PER을 적용하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성장단계의 특수성이나 앞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수익들을 현재 기업가치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플랫폼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래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가름 되는 건데, 그렇게 사람들을 모으고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시스템이나 인력, 마케팅적으로 많은 비용들이 투자가 되는 거고 이를 갖춘 다음에는 플랫폼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여러 금융사들과 제휴가 이뤄지면서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지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EV세일즈 등급법을 취하면서 성장률이 조정된 기법을 사용해 플랫폼 사업 초기에 매출액이 낫고 영업 적자였고 이런 상황들이 있지만 앞으로 플랫폼 고도화에 따라서는 좀 더 성장되는 점을 고려하도록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 따른 자금 활용 목적을 보면, 금융서비스로의 플랫폼 확장에 좀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상장 공모로 최소 1조610억원을 현금으로 거둘 전망인데 이중 381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8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운영자금은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이나 소액여신 서비스 런칭(후불교통, 후불결제 등)에 활용될 예정이며, 타법인증권 취득을 위해 이커머스(패션, 뷰티, 리빙 등) 파트너십 구축, 카카오페이증권의 리테일 사업 확장,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본 확충에 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카카오페이의 상장예정일은 8월 12일이며, 이번 상장으로 17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최종공모가격이 결정되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이달 29-30일 진행되며 수요예측 결과는 내달 2일 발표될 예정이다. 일반청약자는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청약 가능하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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