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판매자 녹취 회신문에 미반영
- 퇴사자 확인 불가 입장과 달리 본사 접촉
- 일관성 없는 소비자지원부 민원 처리 문제
대규모 손실을 안고 청산한 스페인 네슬레 부동산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에게 표리부동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더리브스 취재에 따르면 녹취록을 근거로 피해 사실을 주장한 A씨는 우리은행 소비자지원부 직원 B씨로부터 녹취가 의미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B씨와 같은 부서인 또 다른 직원 C씨는 고객이 보상을 받으려면 필요하다며 녹취를 요구했다. 동일 부서에서 일관성 없이 고객 민원에 대응한 셈이다.
A씨는 B씨가 펀드를 판매한 퇴사직원에게 연락해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말한 부탁을 거절했다고도 주장했다. 직원이 퇴직해 연락처도 모르고 확인이 불가하며 설사 연락처를 안다고 해도 퇴직한 직원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씨는 본사가 뒤늦게 직접 그 직원에게 전화해 상세히 사실을 물은 정황을 파악했다. 이는 퇴사직원에게 A씨가 확인한 바다.
녹취 빠진 사측 회신문…상반된 직원 답변
앞서 A씨에게 펀드를 판매했던 퇴사직원은 고객 성향을 대필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본사는 지난 6월 23일 금융감독원 접수 민원에 대한 회신문을 통해 자서 여부를 파악할 수 없고 녹취 내용을 근거로 불완전판매 여부나 계약취소 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대필 직원 본인이 문제를 인정하는 진술을 함에도 은행이 이를 배제했다는 얘기다.
더리브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지난 6월 27일 A씨와의 통화에서 “불완전판매라는 부분이 (판매) 직원의 녹취가 나중에 직원이 면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얘기를 한 건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녹취로 대응하기는 어렵고 저희는 서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C씨는 A씨에게 지난 7월 15일 “언론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고 추가적인 조사를 하려고 한다”라며 녹취파일을 이메일로 공유해달라고 했다. 녹취는 증거로서 의미가 없을 거란 식으로 말한 B씨와 달리 녹취가 있어야 조사 진행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C씨는 “판매인이 준 의견하고 녹취 내용이 다르다”라며 “그렇기에 듣고 조사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판매직원이 퇴직했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검사가 필요한지 확인하고자 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직원의 귀책이 있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검사를 진행하는데 그 검사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배상 비율이 달라져 녹취를 요청한 취지라고 C씨는 언급했다.
직원보다 회사 차원 대응 ‘문제’
A씨가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보낸 회신문을 두고 문제 제기를 지속해온 건 판매한 퇴사직원이 잘못을 인정한 내용을 사측이 원천적으로 서류에 반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더리브스 질의에 “판매자한테 본사가 답변을 듣고도 진술 내용을 빼고 회신문을 작성해 고객과 감사기관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소비자지원부 직원 B씨의 답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본사가 고객과 당국에 제공한 공식 회신문에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퇴사직원의 진술 자체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매자 진술을 담은 녹취 내용이 근거로 인정되지 못하고 이미 배제된 만큼 직원도 이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했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판매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한 발언은 다른 직원 C씨 말대로 검사 자료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법적인 효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배제한 사측 대응은 문제로 지목될 수 있다. 법무법인 호암 신민영 변호사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녹취에 대해 “법원 판례로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라며 “대화자 일방이 녹음한 것은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퇴사직원에게 본사가 회신문에 서술된 내용과 달리 접촉해 사실을 확인한 정황도 사측이 해명해야 할 문제다. 다만 고객에겐 유일한 소통 창구인 소비자 민원부서는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기보단 직원 개인이 형식적인 답변을 하는데 그치는 모습이다.
직원 B씨는 지난달 31일 A씨와의 통화에서 퇴사직원과 연락하지 않는다는 말과 달리 본사가 접촉한 사실에 관해 묻는 물음에 “인사부에 확인했을 때 퇴직직원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을 받았다”고만 했다. A씨가 퇴사직원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지적해도 B씨는 “왜 연락을 했는지 저한테 얘기를 하시면 어떻게 알겠느냐”는 말만 반복했다.
한편 더리브스는 녹취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와 퇴사직원에게 접촉을 취하고도 고객에게는 직원이 퇴직해 사실 확인이 불가하다고 답변한 사실에 대해 듣기 위해 우리은행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