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썸, 코인 대여 이어 오더북 관련 당국 조사 받아
- 업계 2위인데…금감원 주관 가상자산업계 간담회 불참
- 8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 압도적 1위 업비트…2위 빗썸
- 이화여대 채상미 경영학과 교수, “소비자들 향한 효용 생각해야”

[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빗썸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모양새다. 당국은 해외 거래소와 호가창(오더북)을 공유한 빗썸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앞서 빗썸은 금융당국이 경고를 함에도 코인 대여를 강행했다. 이는 가상자산거래소 1위인 업비트를 따라잡기 위한 행보로 비쳐졌다. 

빗썸은 독과점 구조를 막기 위해서라도 업계에서 중요한 존재다. 다만 ‘뱁새’인 양 ‘황새’ 업비트를 따라잡으려는 조급함이 무리수로 작용해 보인다. 


당국 규제선 넘보는 빗썸


빗썸이 당국 규제선을 연달아 건드리면서 금융당국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23일 빗썸 이재원 대표를 소환 조사했으며 지난 1일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코인 대여에 이어 빗썸이 지난달 22일 해외 거래소인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한 점을 당국이 문제 삼으면서다.

당국은 빗썸이 이러한 서비스를 개시하기까지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검사를 통해 당국은 오더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빗썸이 고객확인제도(KYC)‧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을 잘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오더북은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가 매도‧매수한 주문 정보를 말한다. 이를 공유함으로써 유동성이 커지는 효과가 있지만 당국은 자금세탁이나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을 두고 해외에 오더북을 공유하는 일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오더북 공유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인‧허가 및 등록‧신고 등을 거쳐야 한다.

앞서 빗썸은 가상자산대여 서비스를 두고 당국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당국 권고를 무시하고 해당 서비스 영업을 강행하면서다. 빗썸과 업비트가 지난 7월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하자 논란이 커졌다.

투자자 손실을 우려한 당국은 지난 8월 가상자산거래소들에게 가이드라인 제정 전까지 코인 대여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지만 빗썸만은 꿋꿋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가 지난달 23일 자율 규제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내린 다음날에야 빗썸은 해당 서비스를 축소했다.

이와 관련 한성대학교 김상봉 경제학과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아직 법이 없으니까 법에 저촉을 안 받기에 (빗썸이) 마음대로 행동한 거고 당국을 무시한 행위다”라며 “주식 기준으로 보면 거래소가 주식을 대여한 셈인데 말이 안 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1위 야망에 집착 행보 


빗썸. [그래픽=황민우 기자]
빗썸. [그래픽=황민우 기자]

이후에도 빗썸이 당국과 벌이는 신경전은 계속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업계와 갖는 간담회 참석대상에서 빗썸을 제외했다. 금감원은 자리가 없어서 그랬을 뿐이라며 빗썸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업계는 단순한 사유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위인 빗썸을 불참시켰다는 건 당국 경고를 무시한 빗썸에 대한 경고성 배제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를 다 초청할 수는 없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간담회) 참석자를 정했다”라며 “항상 참석자는 바뀌었고 지난해와 비교할 때 빗썸 외에도 달라진 멤버가 있지만 올해 안 온 분들이 다 경고받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빗썸이 간담회 참석 대상에서 배제된 건 제재 이력이 있는 기업에게 정책에 대한 발언권을 주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운 취지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세종대학교 황용식 경제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금감원은 가상자산 투명성이나 건전성을 볼 텐데 일련의 노이즈가 있는 기업에 정책 관련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는 없겠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와 간담회 연관성은 있을 것 같다”라며 “(빗썸은) 금감원과 관계 설정을 잘하고 오해가 있으면 잘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국에 밉보인 게 사실이든 아니든 빗썸이 보인 행보는 자꾸만 제동이 걸린 모양새였다. 당국 권고를 무시하고 빗썸이 공격적인 전략을 강행하는 건 업비트를 제치고 1위를 재탈환하고자 한 야망 때문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아직 법체계가 온전히 정비되지 않은 가상자산 업계 특성상 규제 강제성이 약한 점을 빗썸이 이용했다고 보면서다. 규제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니 위법은 아니라는 점을 노렸을 거라는 얘기다. 

빗썸은 오랫동안 업비트 아래에서 역전을 꿈꿨지만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8년 전인 지난 2017년만 해도 빗썸은 국내 업계 1위였지만 이후 업비트에 자리를 뺏긴 후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 그간 업비트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0~70%였다면 빗썸은 30%로 격차는 압도적이었다. 지난 7월 실적평가를 통해 대규모 해고를 강행하고자 했던 점도 업비트를 제치지 못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적 집착보다 중요한 건


빗썸이 1위 재탈환에 간절하더라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가 지난달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 준비에 나서며 네이버 손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위인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와 국내 1위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페이를 보유한 네이버파이낸셜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거라 업계는 전망한다.

빗썸으로선 역전을 꿈꾸기 더 어려워진 격이지만 빗썸은 업비트에 치우쳐 있는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며 건강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존재 이유가 있다. 또한 빗썸은 이미 업계 2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만큼 업비트 경쟁사로서 견제 역할을 하다가 언젠가는 1위에 오를 수도 있는 법이다. 다만 빗썸이 업비트를 앞지르려고 당국 규제를 무시하면서까지 공격적인 영업을 하다 제재를 받게 되는 등 조급함을 보이니 일을 그르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와 관련 빗썸이 존재 가치를 돌아보고 소비자에게 줄 효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채상미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빗썸은 업비트의 독점구조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존재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라며 “투자자 보호 관련 법률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효용을 갖다 줄 수 있을지를 중점으로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당국에 소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더리브스는 빗썸으로부터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저작권자 © 더리브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