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리적 가정으로 주요 손보사 중 킥스 낙폭 최대
- 6일 선 결산배당 결정…남은 건 28일 주총 승인 절차
- 이사회 검토 후 자사주 등 구체적인 밸류업 발표 예고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가이드라인 조정에 따른 영향에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200%대로 유지했다. 대형 손해보험회사 중 건전성 지표 하락이 가장 컸지만 선방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제도 변경과 손해율 상승,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주춤했지만 연간 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대에 육박했다. 꾸준한 신계약 성장세와 함께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DB손보는 이사회 검토 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보사 상당수가 킥스비율 하락 등으로 배당이 어렵게 된 반면 DB손보는 이달 말 주주총회를 거쳐 결산배당을 확정한다.


계리적 가정 영향에도 건전성 유지


5대 손보사 킥스비율. [그래픽=김현지 기자]
5대 손보사 킥스비율. [그래픽=김현지 기자]

지난 2023년 도입된 IFRS17(신회계제도) 하에서 보험사마다 계리적 가정에 따라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며 ‘고무줄 회계’라는 부작용이 생기자 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속속 반영하면서 보험사들은 관련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중에서도 해당 상품 계약이 많은 DB손보는 이에 따른 조정금액이 크다.

무·저해지 보험 가정 변경 관련 조정액이 4분기에 1조3000억원으로 반영되면서 DB손보의 기말 보험계약마진(CSM)은 12조2000억원으로 기시 CSM 대비 크게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비율은 201.5%로 전분기 대비 27.4%p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1.6%p로 보다 줄어든 수치다.

주요 다른 손보사들과 비교해 DB손보의 킥스비율 낙폭은 가장 컸다. DB손보 다음으로는 KB손해보험(–27.8%p), 현대해상(–17.3%p), 삼성화재(–8%%p) 순이다.

다만 킥스비율이 소폭 하락한 삼성화재와 거의 유일하게 비율을 개선한 메리츠화재 외 200%대 건전성을 유지한 곳은 DB손보 뿐이다. 제도 영향에 비해 선방한 셈이다.


변수 많은 4분기…연간 순이익 역대 최대


제도 변수가 많이 반영되면서 DB손보의 4분기 별도 순이익은 1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1605억원으로 같은 기간 34% 줄었다.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으로 보유계약 손실계약부담비용이 늘어나고 CSM 상각익이 감소한 데다 계절적 요인으로 보험금 예실차까지 악화되면서 실적을 견인해온 보험손익은 주춤했다.

신계약 성장세 자체는 두드러진다. 신계약은 인보험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10% 늘었고 마진배수도 18.4배로 상승해 신계약 CSM은 8970억원으로 제도 변경 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4분기 투자손익은 1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1% 증가해 보험손익을 보완했다. 금리하락과 지수 상승에 따른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평가손실에도 양호한 수준이다.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순이익은 1조7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보험손익 뿐 아니라 투자이익이 7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3% 개선된 영향이다.


28일 이사회 후 자사주 등 밸류업 계획 발표  


230%대에 달한 킥스비율이 CSM 조정에 따라 200% 턱걸이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DB손보는 지난 6일 결산배당 주당배당금(DPS)을 전년 대비 28.3% 증가한 68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3%로 2.3%p 상향됐다.

DB손보는 지난 21일 실적 컨퍼런스를 통해 제도 변화에 따른 킥스 하방 압력 증가 등에도 주주와의 신뢰 및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으로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배당 투자 강화를 위해 DB손보는 2023년부터 선 배당액 결정 후 배당 기준일을 공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DB손보는 5년 이내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로 35%를 제시했다. DB손보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해당 목표를 변함없이 지속할 예정이라며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은 오는 28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결산배당은 기존에 공시한대로 이행될 계획인 반면 DB손보는 자사주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신중하다. DB손보는 “자사주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므로 시장 환경과 DB손보의 재무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B손보는 최근 하락한 킥스비율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일 후순위채 80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DB손보가 판단하는 올해 말 킥스 예상비율은 210%이며 오는 2028년 말에는 약 218%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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