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연말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전년比 10.5% 상승
- 카드·증권사 등 비은행 약진에 비은행 기여도 40%로 확대
- 신중한 주주환원에 나상록 CFO “지속 가능한 밸류업 위한 결정”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KB금융그룹이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5조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카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 비은행 기여도가 가장 높다.

주주환원에는 신중한 태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예상보단 보수적인 결정에 주가는 주춤했지만 하반기 부양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는 일시적일 전망이다.


KB금융, 순이익 5조원 돌파


KB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이.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이.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이 연간 순이익 5조원 벽을 넘어섰다. 지난 5일 KB금융이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지배기업지분순이익은 5조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4분기 별도로는 전분기 대비 57.7% 하락한 6829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453억원으로 지난해 비교해 26.0% 늘었다. 순이자이익을 비롯해 순수수료이익 및 기타영업손익이 고루 증가한 영향이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9% 증가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효율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비용효율성(CIR)은 40.7%로 전년 대비 0.4%p 줄었다. 영업이익 증가와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구조 개선, 경상비용 절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그룹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4분기 누적 기준 0.68%, 9.72%로 각각 전년 대비 0.04%p, 0.59%p 증가했다. 반면 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0.05%p 하락한 2.03%를 기록했다.


일등공신은 비은행 계열사


계열사별 순이익 및 은행, 비은행 부문 기여도. [사진=KB금융그룹 제공]
계열사별 순이익 및 은행, 비은행 부문 기여도.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이 호실적을 거두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비은행 계열사다. 금리 인하와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비은행 계열사가 약진하며 지난해 KB금융의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KB금융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기여도는 40%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앞선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는 25.2%, 하나금융은 15.7%이며 우리금융은 여전히 높은 은행 의존도를 보인다.

특히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은행의 순이익 규모가 비슷함에도 기여도는 67%에서 60%로 줄었다는 점은 비은행 계열사 성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비은행 계열사는 전반적으로 약진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02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4.7% 증가했다.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 등의 카드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4.8% 확대됐다.

KB증권의 당기순이익도 58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0.3% 늘었다. IB부문의 증권업 수입 수수료가 확대되면서 5분기 누적 순수수료수익이 같은 기간 6.2% 상승했다. 4분기 별도로도 전분기 대비 35.5% 증가했다.

최근 회계정책이 변경된 보험계열사도 실적이 모두 개선됐다. KB손해보험의 4분기 당기순이익은 83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늘었으며, 같은 기간 KB라이프생명은 15.1% 상승한 2694억원을 거뒀다.


지속 가능한 밸류업을 위한 결정


KB금융그룹 보통주자본비율 추이.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그룹 보통주자본비율 추이. [사진=KB금융그룹 제공]

배당 및 주주환원 규모는 전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주주환원 결정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소폭 하락했다. KB금융의 지난해 CET1 비율은 전년 대비 0.08%p 하락한 13.51%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환율이 오르면 CET1비율에서 분모에 위치한 RWA가 상승해 하락할 수 있다. KB금융의 지난해 말 RWA는 346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 올랐다. 이와 관련 KB금융은 인위적으로 자산을 개선하기보다는 변동폭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 나상록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을 보면 반기말과 연도말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한 번의 주주환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본지율과 연계된 밸류업 방안은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자산을 감축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산 성장을 이어가면서 주주환원을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라며 “연도말에 무리해서 끌어올리게 되면 하반기 가서 주주환원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서 연말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은 차년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하반기 CET1 비율이 13.50%를 초과하는 자본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계획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KB금융의 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가 높아진 시장 기대치 대비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는 내렸다. 다만 하반기에는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KB금융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무리한 자본비율 상향보다는 성장과 균형을 맞춰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라면서도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CET1 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는 다소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연초 자사주 규모는 예상보다 적었지만 불확실한 대외환경 하에서 제시된 자본정책의 로직을 그대로 이행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RWA 증가 요인이 일부 해소되면 자본여력이 재차 확보되면서 하반기 자사주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KB금융 주가는 경영실적 발표일 다음날인 6일 8만490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6.7%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주들이 KB금융의 주주환원에 실망해 떠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사실상 차익실현의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주가 흐름에 대해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배당 관련한 내용이 정해졌기 때문에 배당을 받고 높을 때 차익실현을 한 결과일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들어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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