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차손·충당금, 유가증권익으로 상쇄 
- 환율 안정화로 외인 매수세 회복 기대
- RWA 미반영 등에 CET1비율 13% 유지 예상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거란 우려에도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밸류업 기대감은 이어진다. 시중금리 하락이 환율 영향을 상쇄하며 4분기 실적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다. 

하나금융은 업종 내 대표적인 ‘환율 민감주’로 인식되는 만큼 최근 환율에 따라 주주환원 추가 확대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받으며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4분기 호실적과 환율 안정화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3분기 말 발표한 보통주자본(CET1)비율 수준을 유지하는 전제에서 주주환원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CET1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힘입어 환율 우려로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세도 늘어날 전망이다. 


환차손 손실 등 유가증권익으로 상쇄 


고환율 기조에도 하나금융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지배순이익은 5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에 따르면 3500억원 상당의 손실은 반영될 예정이다. 외화 부채와 자산 간 격차로 발생하는 비화폐성 환차손 1500억원과 고금리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CRE)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약 1500~2000억원이 발생하면서다. 

다만 금리가 하락하면서 유가증권 평가와 관련된 매매평가익이 상당 폭 발생해 손실을 대부분 상쇄할 전망이다. 지주 실적의 상당 지분인 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0.03%p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예금 리프라이싱(재산정) 효과와 더불어 유가증권 수익률이 개선되면서다. 

은행 원화대출금은 전분기보다 0.7% 축소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출을 빠르게 확대하며 평잔 효과를 보였으나 하반기엔 기업‧가계대출의 성장세를 다소 조율했다. 그룹 분기 대손율(KIS기준)은 0.48%로 전분기보다 21bp(1bp=0.01%p), 전년 동기보다 2bp 상승하지만 연간으로는 전년대비 12bp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급등으로 나타난 주가 약세


하나금융은 과거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다수의 해외법인을 확보한 만큼 외화부채도 대거 감당했기에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는 금융사로 꼽힌다. 그렇기에 고환율과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그간 하나금융이 계획한 주주환원 계획이 충분히 이행될지에 관한 우려감은 있었다.  

지난해 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연이은 국내 계엄‧탄핵사태는 고환율과 달러 강세에 불을 지피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1320원대였지만 세 달 만에 150원이 올랐으며 12월에는 1470원대까지 진입했다. 

이 여파는 하나금융의 주가에도 나타났다.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 중 6만6500원까지 오르던 하나금융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되면서 하락했다. 11월 중순 5만9100원으로 떨어진 주가는 12월 초 비상계엄 여파가 더해지면서 5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불확실성 속에서 고공행진하던 환율은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서서히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주가 또한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6만500원으로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CET1비율 사수하면 주주환원 계획대로


하나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하나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하나금융의 지난해 3분기 CET1비율은 13.17%였다. 이와 유사하게 4분기도 13%를 상회한다면 오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계획은 크게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최근 함영주 회장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함께 연임에 성공하면서 내부 안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이 점차 안정화되면 매수세로도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이 대거 매도세를 보였던 KB금융은 지난달부터 외국인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외인 매도세가 여전하지만 지난해 계엄사태로 혼란한 시기에도 미국 4대 자산운용사인 ‘더캐피탈그룹컴퍼니즈’가 지분을 1.12%p 늘려 2대 주주로 등극한 점은 회복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흑자 전환을 이룬 하나증권을 비롯한 하나금융의 호실적과 당국 정책이 환율 상승 충격을 만회하며 CET1비율이 13%를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해외법인 출자금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 증가분을 RWA 산출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다. CET1비율에서 분모에 반영되는 RWA가 커지면 해당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한투증권 백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당기손익 및 자본비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존재하나 자본비율이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며 “증권 턴어라운드 지속 등으로 ROE가 10% 내외에서 유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합병 이후로 외화부채가 증가해 환율 민감도가 타행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철저한 RWA 관리와 당국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13%대는 유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도 기존 계획대로 이어나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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