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닭볶음면 앞세운 중국 매출액, 10년 만에 14배↑
- 삼양식품, 중국 공장 완공 후 현지화 마케팅 주력 전망
- 삼양식품 관계자 “전에도 중국 시장 집중…더 적극 움직일 것”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불닭볶음면으로 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삼양식품이 해외 첫 생산지로 중국을 선택한 데 관심이 모인다. 최근 미국 수출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도 비쳐서다.

다만 라면 최대 시장인 중국의 성장 가능성에 비춰보면 이해가 되는 선택이다. 이번 공장 설립으로 생산될 물량은 중국 내수용으로 삼양식품은 현지화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수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해외 시장도 보다 탄력을 받을 걸로 기대된다. 국내 공장에서 중국향 수출분이 제외되는 만큼 수요에 못 미쳐온 서구권 수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왜 中 택했나?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불닭볶음면 수출이 늘기 시작한 2016년 당시 해외 매출액은 931억원이었다. 이로부터 10년 만인 올해 매출액은 1조3081억원으로 14배 가량 증가했다.

최근 2년간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액 역시 급성장했다. 미국 수출액은 지난 2022년 558억원에서 올해 2467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삼양식품의 미국 라면 시장점유율은 8.1%로 해외 수출 국가 중 점유율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양식품이 중국에 첫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이달 발표한 건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라면 수요 57조원 중 20조원 비중을 차지하는 방대한 시장이다.

삼양식품의 중국 라면 시장점유율은 현재 1.9%에 불과하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개척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한 연구원은 중국 라면 시장의 지배력은 낮은 편으로 중국 시장은 콘텐츠만 있다면 침투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한국, 미국의 라면 판매 상위 업체 3곳의 합산 점유율은 각각 80.4%, 87.0%, 82.7%로 높은 반면 중국은 51.1%에 불과하다. 상위 업체들의 지배력이 낮은 만큼 삼양식품이 국내에 비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중국, 비국물면 수출에 유리


삼양식품 중국 라면 시장의 국물면·비국물면에 대한 연평균 성장률.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삼양식품 중국 라면 시장의 국물면·비국물면에 대한 연평균 성장률.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앞세우며 중국 수출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이다. 그해 수출액은 401억원이었으며 이후 2017년에는 수출액 2049억원으로 한해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중국 수출액은 2834억원으로 10년 만에 4107% 증가한 수치다.

중국에서는 ‘불닭’ 혹은 ‘매운맛 볶음면’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만큼 비국물면 제품 중심인 삼양식품에 앞으로도 유리할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짝퉁, 미투 제품에 의한 점유율 훼손 우려보다 비국물면 시장 성장에 따른 시장 확대 효과가 주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6월부터 중국 판매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생산 법인까지 설립된다면 앞으로 사업 영역 확장은 더욱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싱시에 위치할 현지 공장은 오는 2027년 1월 완공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은 현지화 마케팅 및 제품 기획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재 삼양식품의 중국 라면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추후 현재의 미국 시장점유율만큼 확대된다면 중국 매출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할 거라는 게 한 연구원의 분석이다.

중국이 현지 판매 제품만 생산하게 되면 국내 공장은 그만큼 미국·중남미·유럽 등 서구권 수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미국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현지 판매법인의 역할이 컸던 만큼 추후 매출 규모가 커지는 국가들도 순차적으로 법인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구권 진출 여력 커져


삼양식품의 높은 해외 수요를 감안하면 중국 공장 설립은 지금이 적기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보유한 국내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약 2년 뒤 예상되는 해외 수요는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체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공장은 내수와 서구권 중심 물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국내는 현재 공장 3곳(원주·익산·밀양1)에 이어 내년 5월 밀양2 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밀양2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에 이어 중남미·유럽 매장 입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8월 설립된 미국 판매법인은 설립·안정화 후 주력 채널에 입점해 현지 마케팅도 이미 궤도에 올랐다. 한국 포함 미국, 중국,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기준 0.7%에 불과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2027년에는 국내 공장 (가동으로는)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싱가폴 법인을 통해 중국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중국 공장은 현지 판매 제품만 생산하는 내수용이며 국내 공장은 다른 국가들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에도 중국 시장에 집중해 왔지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저작권자 © 더리브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