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하락 마감 배경에 외국인 매도세
- 환율 급등 잡혔지만 원화 약세 지속될 듯
- 미국발 무역 갈등 등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 남아
간밤 전국민적 우려를 키웠던 국내 계엄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이미 골머리를 앓아온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면서 가장 우려된 건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계엄 사태 다음날 증시는 외국인 매도세에 힘입어 하락세였으며 원화도 당분간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 한국의 대외 신뢰도는 이번 사태로 주춤하게 됐다.
정부가 무제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증시 부진이나 원화 약세가 단기간 개선되긴 어렵다. 국내 정치적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탄력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하락 마감 코스피…“한국 전망 달라질 수”
코스피는 전날 비상계엄 후폭풍에 4일 전일대비 1.97% 떨어진 2450.76으로 개장해 2464.00으로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긴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코스피 낙폭은 예상보다 덜했지만 약세 압력에는 노출될 거란 우려가 남아있다. 정치와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한국은 무디스 기준 상위 3번째인 ‘Aa2’ 등급이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외국인은 이미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급격히 진행돼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해외 자금 이탈 우려
비상계엄이 공표된 이후인 4일 오전 12시 20분 환율은 1442.0원까지로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5일 장중 고가가 1444.2원을 기록한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 급등에 토스뱅크는 이날 오전 1시 20분부터 오전 9시까지 외화통장 환전을 멈췄으며 카카오뱅크도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해외송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날 4시 30분 계엄해제안 의결 이후 오전 7시가 돼서야 환율은 1410원 후반이 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오전 안정화 조치 방안을 발표하면서 환율 급등세는 잡혔지만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거라는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2000년 이후로 환율과 외국인 매매동향, 주가 수익률을 보면 1400원 이상 국면에선 외국인 순매도와 지수 하락이 동반됐다”며 “지금은 주식시장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연결 우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및 헌정 질서를 유지한다나는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헌법상 전시 및 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시 선포되는 계엄령이 실행된 건 1979년 이후 45년 만이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인사 탄핵 및 내년 예산안 삭감 문제로 갈등이 고조돼왔지만 국가 경제까지 마비시킬 계엄령 발동에 여야 의원 190명은 4일 새벽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엎질러진 물이다.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주식 및 채권, 단기자금 및 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받을 충격을 일부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조치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단기적인 투자심리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한국 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원화 약세를 부추기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요인들이 남아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혼란 이후에도 미국발 무역 갈등 심화, 한국 경기 펀더멘털 부진 등으로 당분간 1400원대 환율 레벨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