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지배순익 6736억원…전년比 41.6% 증가
- 삼전 10조원 자사주 소각, 배당 재원 활용 가능
- 삼전 주가 회복, 삼성생명 킥스비율 방어 선순환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삼성생명이 생명보험업계 내 선도 지위를 각인시켰다. 올해 3분기 고른 호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지분 보유 중인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이 매각 자금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거라는 기대다. 자사주 소각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생명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험·투자손익 쑥…3Q 지배순익 6736억원


삼성생명의 3분기 연결 지배주주순이익은 6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소폭 줄었지만 증권가 컨센서스를 11% 가량 상회하는 수치다.

실적은 같은 기간 23% 늘어난 보험손익(4752억원)이 크게 견인했다. 손실계약으로 분류돼있던 연금계약 관련 600억원이 환입되고 3분기 건강보험 신계약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면서다. 이로써 올해 누적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CSM 상각이익만 1조원이 넘었으며 누적 순익은 2조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다. 3분기 신계약 CSM만 봐도 853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9% 늘었으며 이중 건강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사상 최고 수준인 3830억원으로 비중이 62%까지 올랐다.

투자손익도 1187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개선됐다. 금리 하락 등에 따라 보험금융손익 부담이 감소하는 영향으로 일반계정 기준 941억원의 실적을 거두면서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공시이율 하락으로 부담이자가 상반기보다 500억원 줄어 기대 수준을 나타냈다고 평했다.


삼전 자사주 결정…배당 활용 가능성↑


삼성전자의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페이증권 캡처] 
삼성전자의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페이증권 캡처] 

거의 나무랄 데 없는 3분기 실적에도 시장금리 하락에 더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14일 4만9900원까지 떨어지면서 킥스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는 지난 18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3분기 중 킥스비율이 190-200%대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봤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비율이 떨어지면 배당 여력도 감소한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향후 1년간 자사주 10조원을 분할 매입·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당 기대감은 유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이 8.5%, 삼성화재가 1.49%로 두 금융계열사가 총 10%를 보유 중이다. 금산법상 삼성전자 지분 10%를 초과하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 매각이 필요해 두 금융계열사는 2018년에도 자사주 소각에 따른 초과지분을 매각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현 지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시 15일 종가 기준 초과지분 매각 예상 금액은 3조원 소각시 2284억원, 10조원일 경우 761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 회계제도(IFRS9)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은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로 분류돼 매각해도 회계적인 이익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측이 지난 2022년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와 무관하게 지분 매각차익은 주주환원 재원이 된다고 밝힌 만큼 배당은 가능한 셈이다.


킥스비율 하락 예상되지만…밸류업 큰 의미


삼성생명. [그래픽=김현지 기자]
삼성생명. [그래픽=김현지 기자]

배당이 가능하려면 위 언급한 킥스비율 유지가 중요한데 연말에는 여느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생명 역시 계리가정 가이드에 영향을 받는다. 무·저해지보험 및 단기납 종신 관련 해지율 가정만 반영하더라도 CSM 약 2000억원 감소 및 킥스비율 5% 하락 등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따른 밸류업 효과가 킥스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가 방어에 기여하는 만큼 삼성생명은 연말 예상되는 킥스비율 하방 압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킥스 민감도를 시장금리 50bp(1bp=0.01%p) 당 약 6-8%p, 삼성전자 주가 1만원 당 약 2-3%p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금리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 방어도 킥스비율 유지 및 개선에 관건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이 연말 최저 예상치인 190%로 떨어지더라도 동종업계 내 비교해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 자체가 삼성생명의 자본 확대 및 배당수익 증가 등을 가져오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밸류업 측면의 의미는 크다.

NH증권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시 매각 자금의 일부는 배당 혹은 자사주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주주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추후 발표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주주환원 확대 방안이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안영준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밸류에이션이 약 1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이유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에 대한 시장에서의 인정이 점차 희석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매입 공시로 해당 부분이 재조명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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