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대출 중심 성장세, CET1 개선에는 발목
- 경쟁지주 치고 나갈 때 CET1 6개분기째 횡보
- 내년 12.5% 목표 달성 불확실…M&A·경영 변수
우리금융지주가 3분기 만에 지난해 동기 대비 실적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지만 아쉬운 평가가 나왔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 이래 기업 금융 명가를 외쳐온 만큼 법인대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으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가능하게 할 자본비율 개선에는 실패해서다.
주주환원 지표가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건 늘어난 대출이 실적에 기여했으나 그만큼 위험가중자산(RWA)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주환원율은 여전히 경쟁사 열위에 머물게 됐는데 CET1이 향후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CET1, 유지에 그쳐…내년 개선 ‘최우선’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2조65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2조5063억원임을 감안하면 3분기 만에 이를 넘어서며 ‘연간 당기순이익 3조원’ 달성에 가까워졌다.
올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9% 줄어든 9036억원으로 2분기 연속 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누적 기준 그룹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0.82%를 기록해 전년 대비 개선됐으며 비용 효율화로 2분기 연속 판매관리비용률(CIR)을 40% 이하로 관리한 결과다.
같은 분기 CET1은 전분기 대비 4bp(1bp=0.01%p) 하락한 12.0%로 유지에 그쳤으나 주당배당금은 18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분기별 균등배당 정책을 이행하는 한편 지난 7월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만큼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우리금융은 내년 중 CET1 12.5% 수준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4분기 자산성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현재 수립 중인 내년도 재무계획에서도 자본비율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둔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를 계획에 맞게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밸류업 모멘텀 받기 어려워”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 개선세는 예상된 수준이지만 내용이 아쉽다는 분석이다. 은행 원화대출은 3분기 5.0% 증가해 높은 성장세였지만 순이자마진(NIM)이 7bp 하락하면서 순이자이익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NIM 감소는 최근 시장금리 하락이 자산에는 반영됐으나 조달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정기예금 수요 및 은행권 대출 증대에 따른 자원수요 중가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에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하락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카드수수료와 기타수수료 감소 등으로 수수료 이익 역시 전분기 대비 감소한 점, 대출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여신 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대손비용이 4790억원으로 증가한 점이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최 연구원은 “높은 대출성장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자본비율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RWA가 전분기 대비 2.9% 늘어나면서 자본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타금융지주사와는 달리 CET1 비율이 전분기대비 4bp 하락한 점도 아쉬웠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이 임 회장 뜻대로 대기업(5.0%)·중소기업(4.0%) 뿐 아니라 가계(6.2%) 대출 증가폭이 컸던 건 사실이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대출 증가 속도는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CET1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밸류업 모멘텀(성장동력)을 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CET1 목표 조기달성 ‘불확실’…경영 리스크도
우리금융 이성욱 최고재무책임자는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CET1 목표 조기 달성과 관련 “기업대출은 자산 증가보다 프라이싱,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금리 하락을 방어하고 가계대출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 감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미 CET1 비율이 13%를 넘은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 목표치를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추가적으로 비율 자체도 개선하는 상황인데 우리금융은 6개분기째 11.9~12.1%를 횡보 중이라 객관적으로 수치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비은행 강화를 위한 M&A 과정에서 자본비율은 다시 한 번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 연구원은 “M&A 진행시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지라도 자본비율이 추가 하락할 공산이 커 향후 CET1 비율의 빠른 개선 가능성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실적 발표 이후 우리금융의 28일 기준 종가는 1만6060원으로 전일대비 5.97% 떨어져 주가 탄력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유독 낮아 저가 매수가 가능한 점은 유일한 매력이다.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2만-2만1000원으로 유지·상향하는 의견을 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2만원으로 유지하면서도 “결국 핵심은 내년 말 CET1이 12.5%를 상회해 주주환원율이 현재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느냐의 여부”라며 “동 수치 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경영 리스크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정기검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부통제 등 문책이 강하게 요구되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는 물론 임종룡 회장 사퇴까지로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