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킥스비율 200% 상회시 적립 기준 80%로 완화
- 삼성생명, 해약환급금준비금 없어 배당가능이익 유지
- 밸류업 종목 빠졌지만 주주환원 정책 발표 기대감 남아

[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보험회사에 대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이 준비금이 발생하지 않은 삼성생명은 공표한대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일만 남았다. 해당 제도로 인해 배당가능금액이 줄어들 일도 없는 상황인 데다 앞으로의 관련 부담도 줄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증시부양책 카드로 꺼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밸류업 지수 종목에도 제외됐는데 달리 보면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이 준비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생명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은 자본효율성 관련 수치가 낮은 영향으로 종목 편입은 되지 못했다.


‘타격 無’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안


해약환급금은 고객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일시에 돌려줄 수 있게 보험사가 미리 적립하는 돈이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해당 부채가 기존 부채보다 적으면 차액인 부족액만큼을 이익잉여금 내에 쌓게 됐다.

이 해약환급금 부족액은 잉여금이 아닌 사외유출 가능성 및 보험사 건전성 대비를 위한 차원에서 법정준비금화가 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신설된 제도이기도 하며 자본적정성 확보가 목적이다.

그런데 제도 개선이 요구된 건 최근 밸류업 기조에 비춰볼 때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보험사들의 배당가능이익을 제한하기 때문이었다. 상법 제462조상 이는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들어가 있는 법정준비금 그리고 미실현이익을 차감한 금액으로 산출된다.

지난 2일 발표된 개선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관련 타격이 없는 보험사다. 올해 결산부터 해약환급금 준비금 중 일정 비율만 적립하게 됐으며 지급여력(K-ICS)비율 200% 이상인 보험사만 완화 기준이 적용됐는데 애초에 삼성생명은 해약환급금 준비금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배당재원 증가에 따른 법인세 부담도 無


[사진=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사진=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현재 킥스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는 상장사 중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화재, DB손해보험뿐이다. 아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인정된 이들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율을 기존 대비 80%만 쌓아도 된다. 배당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이들 보험사는 준비금 부담이 감소한 만큼 배당재원이 늘어나지만 반대급부로 법인세가 발생하는데 삼성생명은 이마저 부담이 크게 없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6월말 기준 -3조7000억원으로 법인세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물론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관련 세금은 이연법인세 부채에서 차감돼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배당을 할 경우 차감되는 법인세 액수 자체는 초기에 클 수 있지만 준비금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실제 금액적인 부담은 없을 거란 얘기다.

이는 킥스비율이 200%를 넘지 못하는 보험사 대부분은 준비금을 기존대로 쌓아야 하는 만큼 배당 여력이 부족한 상황과 대조적이다. 박 연구원은 “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사가 무리하게 배당할 필요는 없으나 금번 제도 개선을 포함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는 경쟁 완화와 보험부채의 현실화로 판단된다”고 봤다.


밸류업 종목 빠졌지만 ‘정책 준비 기회’


생명보험사로서 유일하게 킥스비율 200%를 상회하는 삼성생명이지만 정부가 마련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손해보험사는 4종목이나 포함됐지만 생보사는 한 곳도 편입되지 못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보험사 시가총액 1위라는 점에서 밸류업 지수 종목에 포함되지 못한 게 의외로 비친다.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4일 기준 18조5400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17조334억원)보다도 앞선다. 향후 주주환원율 목표도 50%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여느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손보사에 비해 자본효율성이 낮아 밸류업 지수에서 탈락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삼성화재가 12.24%, DB손해보험 19.87%, 현대해상 15.17% 수준인데 삼성생명은 생보사 중엔 가장 높지만 5.63%에 그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현저히 낮은 편이다. 삼성생명의 PBR은 0.42배인데 한화생명도 0.19배, 동양생명 0.38배, 미래에셋생명 0.28배로 생보사는 0.5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PBR은 0.85배, DB손해보험 0.68배 수준인 점과 비교된다.

밸류업 종목에 빨리 편입되는 게 기업으로서 최적의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생명은 앞서 연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효과적인 정책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삼성생명의 배당재원이 늘면 법인세는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나 총량 자체는 동일해 전체적인 변동은 없다”라며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면 주주환원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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