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연구원 “보험금 지급문제, 보험사 신뢰 낮춰
- 보험금 지급사유 조사, 지급 지연 비중 가장 높아
- 지급 민원 관련 손해사정 및 의료자문 개선 요구돼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보험금 지급 문제가 금융회사 중에서도 보험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금 지급은 개선됐지만 금융당국에 접수되는 민원 중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의료자문 후 부지급률이 높아지는 추세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공통이다.

실손보험 청구화가 이달로 본격화되면 보험금 지급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거란 기대지만 의료자문 등을 맡는 손해사정에 대한 신뢰 제고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보험사 신뢰수준, 증권사보다 낮아


보험연구원 변혜원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금융회사별 신뢰수준은 은행, 신용카드사, 서민금융기관, 증권회사, 보험회사, 대부업체 순으로 보험회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수준은 높지 않았다.

세계적인 홍보회사인 에델만의 보험분야 신뢰지표에 비춰 봐도 소비자들의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은 낮았다. 관련 지표는 60점 이상이면 신뢰, 50~59점은 중립, 49점 이하는 불신이었는데 올해 기준 국내 지표는 인보험은 중립, 손해보험은 불신으로 조사됐다.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지급 경험 이후 보험사에 대한 신뢰도가 변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민원 건수를 보면 생명보험 민원의 약 36%, 손해보험 민원 약 64%가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생명보험의 경우 약 89만 건, 장기손해보험은 약 518만 건, 자동차보험은

약 337만 건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총 지급 금액을 지급건수로 나눈 평균 지급금액을 보면 생명보험은 건당 약 88만원, 장기손해보험은 약 49만원, 자동차보험은 약 196만원이었다.


의료자문서 부지급률 증가세


부지급률 추이.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부지급률 추이.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보험금 지급 제도 자체는 개선돼왔다. 지난해 10월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자동차보험도 2021년 제도 개선안이 마련돼 지난해부터 개정된 표준약관이 적용됐다. 손해사정 관행 개선 방안도 2018년 발표돼 자율규제가 시행 중이다.

보험금 지급 속도는 상당수 건이 평균 하루 이내 지급되고 있었다. 생명보험 청구건은 93.2%, 장기손해보험 청구건은 97.2%가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신속지급기한 이내에 신속지급건으로 지급되고 있다.

다만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유 중 지급사유조사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명보험은 82.9%, 장기손해보험은 98.9%, 자동차보험은 95.5%다. 부지급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청구건 100건 중 약 0.5건, 장기손해보험 청구건 100건 중 약 1.5건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의 경우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부지급률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자문 공시가 시작된 2019년 하반기 이래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 비율은 생보가 0.2%에서 0.1%로 하락했고 손해보험은 비슷한 0.1%대를 유지 중이다.


손해사정 및 의료자문 개선 필요성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의 소비자 신뢰 약화 요인과 개선 방안.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의 소비자 신뢰 약화 요인과 개선 방안.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보험금 청구건은 추가적인 조사나 의료자문 없이도 신속하게 지급되고 있지만 지급이 지연되거나 추가적인 손해사정이 이루어지면 불만족으로 민원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22년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25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완서류 제출 요청, 예상하지 못한 보험금 조정 등이 대표적인 갈등 문제였는데, 이중 지급 관련 불만족은 손해사정 건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적정한 보험금 지급 심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요구됐다.

손해사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의 손해사정 업무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 소비자의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 강화, 손해사정사 역량 제고 및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있다.

아울러 의료자문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보험금 지급 심사 결과에 대한 신뢰 더 나아가서는 보험사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에 의료자문기관 선정과 의료자문 공시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자문을 진단 의료기관보다 상급기관에서만 실시하도록 하고,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의 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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