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기관·외국인이 팔자 행렬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는 3.6%대 급락해 2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강한 매도세를 보인 기관·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매수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수 낙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기관·외인 매도세에도 동학개미(개인 투자자)가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를 지켜낸 건 과거 얘기다. 이는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로 대거 옮겨간 양상과 무관하지 않다.   


‘검은 금요일’ 코스피, 2600선으로


지난 2일 코스피는 2022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검은 금요일’로 연출됐다. 장중 3% 넘게 급락한 코스피는 전일 대비 3.65% 하락한 2676.19로 거래를 마쳤다. 

수급별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8440억원, 7796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도합 1조6236억원에 달했다. 개인은 1조6197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지수 급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코스닥 역시 779.33으로 전일 대비 4.20%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외인과 기관은 각각 1506억원, 899억원을 순매도해 총 2405억원 어치를 팔았다. 개인이 2445억원을 순매수하며 금액적으로는 소폭 앞섰지만 역시 지수를 지키는덴 역부족이었다. 


물량 받아준 동학개미 어디로?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번 폭락장 원인은 복합적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 김동원 연구원은 금리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된 점, 나스닥 대형 기술주인 엔비디아 급락, 일본은행(BOJ) 금리인상에 따른 앤 케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중동 전쟁 가능성이 하락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간 기관·외인이 매도 행렬에 나설 때 대거 물량을 받아준 동학개미가 이전만큼의 힘을 내지 못한 영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밸류업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있는 코스피에 실망한 동학개미들이 서학개미로 꾸준히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큰 손 개미들은 대거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주요 투자처를 발 빠르게 옮겨 소액 투자 중심인 현 동학개미들로는 지수를 뒷받침할 체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그해 동학개미가 ‘박스피’ 탈출을 견인했던 양상과 현재는 크게 상반된다. 


미국 주식 이민 늘어…공매도 영향 분석도


올해 역시 공매도 금지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6월 재개가 예정됐다가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하지만 서학개미 열기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점차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미국시장이 불안해보이니 기관·외인들이 선제적으로 매도했다”며 “개인까지 다 내던지면 완전히 패닉장이 될 수밖에 없기에 개인은 일부 매수를 하는데 옛날 같았으면 이정도 폭락장이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내년 초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미리 대비를 하는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이민을 많이 갔다”며 “큰손들은 이미 탈출하고 이날 같은 장에서 작은 손들만 매수했다보니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공매도 금지 기간 중인 상황에서 지수 폭등을 막으려는 세력 영향도 감안할 수 있다. 정 대표는 “기존에 공매도했던 포지션이 완전히 정산된 게 아니다”라며 “이 기간 지수가 폭등하면 예전에 공매도했던 주체들은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를 손해를 보고 손절할 수도 있고 상환할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지수가 빠지는 장에선 상환할 리가 없고 기존에 공매도했던 사람들은 지수가 빠질수록 좋을 것”이라며 “갖고 있는 포지션에서 폭등하면 강제 상환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더 나아가 정 대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되고 (세력들은) 공매도만이 아니라 현물 매수도 매도도 하니 현물을 내던지면서 지수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한 자금을 가지고 다시 이익을 취하며 박스피 속 버티는 전략일 수 있는데 이런 무한 반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라고도 본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스피는 5일 오전 9시 35분 기준 2585.63으로 전일 대비 3.38% 하락한 흐름이다. 개인은 2251억원, 기관은 1725억원 순매수 중인 반면 외인은 4075억원 순매도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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