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한국은행이 1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사상 1년 6개월이라는 최장 동결 기록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차선을 바꾸고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언급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이 궁금해 하는 건 그 인하 시점이다.

금리인하를 앞당기거나 늦출 변수가 될 주요 요인은 연방준비제도와 가계부채다. 한미 금리차는 여전히 크고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만큼 당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리 동결됐지만 인하 가능성 ‘뚜렷’


[사진=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사진=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달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이는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이뤄진 결정이다.

그 배경으로는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 불안정 우려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은 커지게 됐다.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암묵적 소수 의견이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늘어난 점,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란 표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라고 언급했다.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 자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시점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금리인하 가능성 무르익는 美


앞서 지난 5월 이 총재는 물가가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보이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2월과 3월 3.1%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내림세다.

이를 감안하면 당장 8월 금리인하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은 10월로 밀렸다. 미국 역시 오는 9월엔 금리를 내릴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400억원으로 원화가 약세여서다. 금리를 연준보다 먼저 내리는 데는 한은의 부담이 없지 않다.

한미 금리차는 현재 2.0% 수준인데 한국이 금리를 먼저 내리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 경우 환율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으며 외국인 자금도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은으로선 금리인하를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배경 중 하나다.

미국도 6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0%로 예상치를 하회해 금리인하 여건은 무르익는 중이다. 에너지 가격도 하락세인 데다 근원 상품물가도 전월 대비 0.1% 떨어져 물가 안정을 견인하고 있다. 최대 복병이던 주거비 상승 폭이 축소된 점도 고무적이다.

미국에 남은 금리인하 조건은 고용이다. 하나증권 김형균 연구원은 “파월 연준의장은 앞으로는 물가안정 뿐 아니라 노동시장 균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노동시장 냉각에 주의를 기울이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는 가계부채 변수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다시 급등한 가계대출.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다시 급등한 가계대출.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오는 9월 시행을 앞뒀다. 기본 스트레스 금리에 가중치를 부가하는 조치인 만큼 정부는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어느 정도 잡힐 거란 기대다.

해당 정책이 일부 효과를 발휘하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다시 급격히 증가할 거란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이후 가계부채 추이가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란 얘기다.

최근 주택 거래는 다시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은 26조원 이상 증가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집값 폭등이나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등 다른 정책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이 영향을 받는 모양새를 부인해왔지만 가계부채 및 수도권 집값 관련 방향 전환을 언제할지와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시장이 갖는 과도한 기대를 억누르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 총재가 사실상 지금 중요한 건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이라는 쪽으로 강조를 해서 금리인하 시점 자체가 시장의 기대보다는 상당히 지연될 수 있는 여지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워낙 커서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는 대출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분이 한은의 고민 같다”며 “금리는 내려야 될 것 같긴 한데 새로운 복병이 등장을 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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