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홍콩 ELS 충당금 신한금융의 3배
- 신한은행, ELS 감안해도 순익 1조원 육박
- KB금융 주당배당금 784원…CET1 13.40%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액에 따른 충당금이 리딩금융그룹 순위를 뒤바꿨다. 리딩금융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던 KB금융지주 대신 신한금융지주가 그 자리를 꿰찼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상품의 판매량이 압도적이었던 KB금융은 충당금 역시 신한금융보다 3배가 더 많았다. 홍콩 ELS가 두 금융그룹의 희비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KB금융이 주주환원은 앞섰다. 신한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업계 최고 자본건전성으로 주주환원에 보다 여유를 보인 건 KB금융이다.


홍콩ELS에 리딩금융 자리 손바뀜


금융그룹 간 희비를 가른 변수는 홍콩 ELS였다.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의 고른 실적으로 선방했음에도 1분기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금융에 양보하게 됐다.

KB금융이 지난 25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순익(1조5087억원)과 비교해 30.5% 줄었다.

반면 26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3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지만 KB금융보다 3000억원 가량을 앞섰다.

결국 시장이 예견한 대로였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이 7조6695억원으로 금융사 중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약 3500억원 어치를 팔아 22배 차이가 난다.


신한금융, KB금융보다 충당부채 3배 적어


신한금융그룹. [그래픽=김현지 기자]
신한금융그룹. [그래픽=김현지 기자]

신한금융은 지난해 1분기 충당금이 461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에는 18% 줄어든 충당금 3779억원을 쌓으면서 일회성 요인에 따른 부담을 덜었다.

홍콩 ELS 관련 충당금이 KB금융을 앞선 주요 변수였다.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되는 홍콩 ELS 충당부채는 2740억원으로 KB금융보다 적어 비용이 실적을 가른 셈이다.

영업 실적 자체도 양호했다. 신한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81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4% 늘었으며 비이자이익도 같은 기간 3.2% 증가한 1조25억원을 기록해 크게 선방했다.

이중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성장에 힘입은 9286억원으로 1조원에 가까운 순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9% 줄었지만 ELS 배상액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장세다. 국민은행은 ELS 관련 손실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이 3895억원으로 동기간 대비 급감했다.

자본비율과 주주환원도 안정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15.8%,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은 13.09%로 1분기 주당배당금은 540원, 2-3분기 중 자사주 취득 및 소각도 3000억원 규모로 결의됐다.

신한금융은 금년에도 적정 자본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6개월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며 취득이 완료된 후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 업계 최초 균등배당


KB금융그룹. [그래픽=김현지 기자]
KB금융그룹. [그래픽=김현지 기자]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에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 약 8620억원을 고객 보상비용으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영업외손실이 크게 확대돼 전년 동기와 비교해 순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진 않았다. 그룹의 총영업이익은 전년동기(4조 3745억원) 대비 증가했으며 증권과 손해보험, 카드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은 개선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보상 등 일회성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으로 경상적 수준으로는 견조한 이익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은 신한금융에 밀렸지만 KB금융은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여전히 업계를 선도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고 1분기 주당 현금배당금을 784원으로 결의했다.

주당 현금배당금은 분기별 3000억원 그리고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의 배당총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KB금융은 이와 같은 연간 배당금액 총액을 유지 내지 확대를 원칙으로 운영하면서 배당성향을 이익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관련해서는 신한금융과 같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KB금융은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해 주당 배당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할 거란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이므로 현금배당 총액을 현 수준으로 하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연말기준 CET1 비율도 13.5% 이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올 1분기 잠정치 기준 KB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6.54%, CET1 비율은 13.40%로 업계 최대 수준이다. 이는 ELS 고객 보상비용 인식으로 전분기 대비 다소 하락한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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