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배상액 2조원 책정…상반기 만기 도래액 10조원
- 1분기 순이익 감소 전망…추가 소송 발생 가능성도
- 대신증권 “배당금은 오를 것…홍콩ELS 비용은 비경상”
봄이 왔지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찬 기운이 감돈다. 지난 2021년 약 20조원 규모로 판매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이달 특히 대규모 손실과 함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다.
은행권과 피해자들의 배상액에 대한 견해차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지만 평균 40%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약 2조원 규모로, 1분기 순이익 타격은 불가피해보인다.
다만 대규모 배상에도 분기배당에는 영향이 덜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순이익은 하락하겠지만 한 해의 실적에 따라 배당금이 결정되다 보니 일회성 비용은 반영이 안 돼서다.
홍콩 ELS 대규모 만기에 자율배상 시동
홍콩H지수 ELS 상품의 절반 이상이 상반기에 몰리면서 올해 1분기 자율배상 규모에 대한 피해자들과 주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결정에 따라 배상금과 분기배당금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지난달 주요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홍콩ELS 자율배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먼저 배상을 시작한 곳은 하나은행이며, 신한은행도 지난 4일 약 10명의 ELS 투자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 수가 상당히 많은 데다 손실률도 50% 이상이라는 점이다. 자율배상은 판매사와 피해자의 책임에 따라 ‘손실액의 몇 %’를 배상하는 구조인 만큼 불완전판매 여부뿐만 아니라 손실률도 중요하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판매액(19조3000억원) 중 82.4%가 은행권에서 판매됐다. 그 규모만 15조9000억원이며 24만8000계좌다. 그중 56.6%가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다.
손실률도 결국 회복되지 않았다. 유안타증권이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ELS 시장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중 문제가 되는 홍콩 ELS의 상환 손실률은 1-2월 누적 –55%이며 지난달에는 50.1%로 더 낮아졌다. 만기 상환 물량은 월별 340건 전후로 예상된다.
올해 은행권 1분기 순이익 하락 불가피
배상 규모가 크다 보니 실적 하락은 당연한 분위기다. 홍콩 ELS 자율배상 외에도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추후 자율배상이 결렬될 경우 추가 비용 마련이 필요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2.2% 줄어든 총 4조3623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홍콩 ELS 배상금은 충당부채로 처리되기 때문에 실적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상 규모는 2조원으로 상반기 만기 도래액 10조원에 대해 50% 손실률과 40% 배상액이 계산된 수치다.
전문가도 배상액을 1분기 순이익 하락의 변수로 봤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1분기 순이익의 관건은 ELS 배상금액”이라며 “은행 5사(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순이익은 컨센서스 4조5000억원을 –9%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총판매액 대비 예상 손실액과 배상비율로만 산정했을 때 KB금융 8630억원, 신한지주 2670억원, 하나금융 2360억원, 우리금융 46억원으로 추산해 적용할 것”이며 “대부분의 금융사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38.9% 하락할 것”이라고도 봤다.
홍콩 ELS 배상에도 점쳐지는 ‘배당금 상승’
다만 홍콩 ELS 배상금 발생에도 분기 배당금에는 영향이 덜 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되레 배당금은 늘어날 수도 있다.
대신증권 박 연구원은 “ELS 배상금의 경우 경상적인 이익으로 포함하지 않아 배당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4대 금융지주 모두 분기 주당 배당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당 배당금은 각각 KB금융 550원, 신한지주 540원, 하나금융 620원, 우리금융 200원으로 예상됐다.
이어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도 언급했다. 우리금융을 제외시킨 이유는 보통주자본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금융권에서도 홍콩 ELS 배상이 순이익 하락에 영향이 있지만 배당금 감소로는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홍콩 ELS 배상금은 일회성 비용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ELS 자율배상이 물론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도 “은행들 대부분이 1분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기적으로 실적에서 차감되는 비용이 아니라 일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핵심지표는) 견조한 실적으로 보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배당에 대해서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ELS 자율배상 규모에 따라 배상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실적은 견고할 것이되 배당금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핵심지표가 견조해도 배당을 늘리는 건 다른 문제”라며 “순이익이 크게 늘어야 배당이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