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웃나라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해 이목을 끌고 있다. 오랜 기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다가 제로금리가 된 수준에 불과하긴 하지만 정상화에 나선 첫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는 행보이기에 일본 내에서는 장기적으로 부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일본 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고소득 고령층은 그간 저금리와 밸류업 정책으로 인한 혜택을 누렸다. 

국내 시장의 경우 당장은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호재라는 기대감이 있다. 엔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고 국내 밸류업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일본, 마이너스에서 제로금리로


일본 기준금리 추이. [사진=네이버 제공] 
일본 기준금리 추이. [사진=네이버 제공] 

일본이 32년 만에 디플레이션 악순환 고리를 끓어냈다는 평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로 올렸다. 이는 2007년 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으로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이에 따라 자동 종료됐다.

BOJ는 임금과 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이 강하게 작동하고 2%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초완화 정책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올해 임금 협상 영향이 컸다. 초완화 통화정책,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 산업정책 효과 등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가 올해 예상 임금 인상률을 작년보다 높은 5.85% 전후로 발표한 일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정부가 기업에 주주환원과 임금 인상 압력을 통해 경제 전반의 선순환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온 만큼 여건은 갖춰져 있었다. 

다만 BOJ는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KB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본격적인 긴축이 시작됐다기보다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큰 정책들을 종료하는 동시에 국채 매입 등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충격은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일본 내 엔화 약세 효과는 끝?


투자주체별 순매수 누적금액. [사진=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제공] 
투자주체별 순매수 누적금액. [사진=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제공] 

일본은 그간 주요국과의 통화정책 격차로 엔화 약세에 따른 효과를 누려왔다. 일본 정부가 장기간 시행해온 증시 부양책이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출 업종이 주가 강세를 주도한 데 이어 니케이(Nikkei)225 지수는 1989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도쿄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은 977조엔으로 연 환산 수출실적의 9.5배 수준이다. DB금융투자 박성우 연구원은 “지금의 일본 증시 강세는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버블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0년대 중후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도 했다.

다만 금번 결정을 기점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진다면 부의 이동이 서서히 일어날 전망이다. 그간 저금리 정책은 자본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젊은 저소득층 가구의 부를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소수인 고소득 고령층 가구로 이전시켰으나 고금리로 전환되면 상황은 역전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일본이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건 정치적 선택과도 일부 연관돼있을 것”이라며 “유권자 중 다수인 젊은 자본시장 미참여자들을 위해 인플레이션 불씨를 살리고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장기적인 일본 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 밸류업 호재?…“지속성 중요”


이번 조치와 함께 국내 증시는 엔화 기조가 강세로 바뀔 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벨류업 정책으로 앞서 증시 호황을 누린 일본의 상황이 달라지면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가 주목을 받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실제로 그간 일본의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건 외국인이었다. 엔화 약세로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이후 이달 1일까지 6조4000억엔을 순매수했다. 일반법인의 경우도 지난해 3월 일본거래소그룹(JPX)의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증시 강세를 주도했다.

DS투자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엔화 가치의 변화가 한국시장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한국이 엔화 약세의 피해국으로 볼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본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억압돼있던 업종들에서 먼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양 연구원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으로 벨류업과 당장 연관 짓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더리브스 질의에 “BOJ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벨류업 정책과 연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벨류업 정책은 정부가 세제 혜택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꾸준히 이뤄져야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일본도 벨류업이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라 수년간 추진을 통해 결실을 본 거라 지속성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3분기 중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타난다고 하면 시장에 반영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만으로 실질적인 벨류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고 국내의 경기나 이익 사이클 자체가 일단 회복이 돼야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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