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분기 당기순이익 780억원…전 분기 대비 91.3% ↓
- 우리금융 연간 순이익 中 우리은행 비중 ‘99.97%’
- “2~3년간 주주환원율 제고 제한적일 것”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민생금융 지원 등으로 은행권 내 충당금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은 이에 따른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충당금 영향을 크게 받은 데는 비은행 부실이 한몫했다. 대손비용은 은행 및 비은행, 기타 부문에서도 발생하는데 이를 상쇄해 줄 이익은 은행 실적뿐이어서다.

다만 부진한 실적에도 우리금융의 주주환원율은 높을 전망이다. 일정 수준의 자본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지겠지만 지난해 4분기까지는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의지를 보였다.


실적 하락한 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이 또 하락했다. 지난해 임종룡 회장의 ‘기업금융 명가로의 재건’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했지만 결국 대규모 대손충당금의 발생으로 반등을 이뤄내지는 못한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지난 6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하락했다. 연간 순영업수익은 9조8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줄었다.

연간 이자이익은 8조7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늘었으며 우량자산인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금융의 기업대출은 170조로 전년 대비 8.0%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일회성 비용의 발생으로 전년 대비 4.7% 하락한 1조95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연간 10% 증가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이뤘다.

우리금융의 순이자마진(NIM)도 다소 줄었다. 지난해 연간 그룹 NIM은 1.82%로 전년 대비 0.02% 하락했으며, 은행과 카드사의 NIM은 전년 대비 0.2%나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핵심예금 감소 등 조달비용이 상승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충당금 영향 큰 이유 ‘부실한 비은행’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이 지난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했음에도 실적이 크게 하락한 데는 충당금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4분기에만 연간 대손비용의 43%에 달하는 금액을 더하는 등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서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4분기 대손비용은 총 8020억원이었으며 그중 2770억원은 신용손실에 따른 손상차손이다. 나머지 5250억원은 일회성 요인에 따른 비용이다. 일회성 요인에는 은행 부문 관련 미래 경기전망을 반영한 대손요소 등에 대한 2290억원, 비은행 관련 취약부문 손실흡수 능력 강화와 관련한 비용 2000억원, 태영건설 워크아웃 충당금 960억원이 반영됐으며 추가 비용에는 희망퇴직비용 1650억원 등이 있다.

충당금 적립 및 일회성 요인 등의 비용 발생은 우리금융지주만의 일이 아니지만 유독 우리금융이 영향을 많이 받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비은행 계열사가 미비한 데다 실적도 좋지 않아 비용을 상쇄하기는커녕 손실을 더하고 있어서다.

우리금융 전 계열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순이익의 99.97%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우리금융캐피탈(0.05%), 우리카드(0.04%) 등 순이다. 우리종합금융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FIS는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부실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이미 이전부터 언급돼왔기 때문에 이번 4분기 컨퍼런스콜에는 구체적인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시장에 나온 매물을 모두 검토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인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은 “인수합병(M&A)에 대한 입장은 과거와 동일하다”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규모와 상관없이 현재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증권사(한국포스증권)를 포함해 모든 잠재 매물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도 덧붙였다.


실적 부담에도 확대한 ‘주주환원’


실적 부진이 주주환원 축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 금융권 내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커진 흐름에서 지난해 꾸준히 순이익이 하락했음에도 총주주환원율은 크게 늘린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분기별 당기순이익은 각각 9140억원, 6250억원, 8990억원, 780억원으로 4분기는 전 분기 대비 91.3%나 감소했다. 또한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로 전 분기 대비 0.3% 줄었다.

그럼에도 지난 6일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33.7%로 크게 늘렸으며 연간 배당금은 10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성향은 29.7%, 결산배당금은 640원이며 결산 배당 기준일은 오는 29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주주가치 제고를 긍정적으로 보는 한편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비율 추가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KB증권 이광준 연구원은 “지난해 주당배당금(DPS)은 1000원으로 2022년 1130원 대비 감소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33.7%이지만 CET1이 13%를 상회하기 전까지는 30~35%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2~3년 동안 주주환원율 제고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키움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지난해 DPS는 1000원으로 2022년 1130원 대비 감소했지만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 상승 등을 통해 최대한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CET1이 다른 대형 은행주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은행주를 앞서는 강도의 주주환원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지난해 말 CET1 비율은 타사보다 높은 대출 성장으로 인해 전 분기보다 비율이 하락했다”며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적극적인 DPS 방어 노력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나 현 자본비율에서 경쟁사와의 주주환원, 주주 격차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의 주주환원 눈높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수익률(RORWA) 제고 혹은 적정 수준 이하의 대출 성장을 통해 CET1 비율을 13%로 조기에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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