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올해 1분기 상장 시가총액이 역대 최대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불안하다. 증시가 부진한 만큼 상장 흥행 실패에 따른 리스크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수준으로 시총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기관수요예측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더욱 심화됐다.
이 가운데 팬데믹 이후 폭주한 IPO 시장에 비해 잠잠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SPAC은 하락장에서 원금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1분기 공모 실적, LG엔솔 빼고는 규모 미미
올해 1분기 상장 시총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에 힘입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1분기 상장 시총은 약 73조1000억원으로 역대 1분기 평균 시총(2조8000억원) 대비 약 26배 수준이었다.
또한 공모금액 12조8000억원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되면서 1분기 IPO 공모금액은 13조4000억원에 달해, 통상적인 1분기 평균 공모금액(6112억원)보다 20배 높은 수치였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1분기 공모 실적이 단순히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 1분기 상장한 28개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 이외에는 공모금액이 모두 1000억원 이하였다.
더욱이 코람코더원리츠(975억원), 나래나노텍(543억원) 외 나머지는 공모금액이 모두 500억원 미만 수준에 불과했다.
기관수요예측서 특정 종목 집중돼
IPO 시장 흥행을 견인했던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증시가 침체되자 기관수요예측 단계에서 특정 종목에만 경쟁이 집중되는 ‘옥석가리기’ 현상은 심화됐다.
KB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은 1219대1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IPO 시장 기관수요예측경쟁률은 963대1로 낮아졌다.
다만 특정 종목군은 오히려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분기 상장 기업들을 살펴보면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은 종목에 따라 10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LG엔솔을 비롯해 비씨엔씨, 세아메카닉스, 유일로보틱스, 소코넥, 오토앤, 케이옥션, 아셈스, 풍원정밀, 퓨런티어, 이지트로닉스는 모두 경쟁률이 1000대1 이상인데 반해 나머지 종목들은 최대 191대1 수준에 그쳤다.
KB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과거 1분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IPO 붐이었던 전년 1분기 대비 기관수요예측, 일반청약 모두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며 “올해 1분기 IPO 시장은 인플레이션,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주가 지수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는 종목선별작업을 통해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들도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종목 선별을 통해 청약을 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기관 투자자와 유사한 종목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경쟁률 뿐 아니라 1분기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 비중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역시 올해 IPO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올 1분기 기관수요예측 기업 20개 사 중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6개, 상단에 확정된 기업은 5개로 총 55%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공모가 상단 이상 확정 비율이 100%, 2분기 87.5%, 3분기 92.0%, 4분기 66.7%였던데 비하면 훨씬 낮아진 수치다. 연간으로 봐도 올 1분기 공모가 상단 비중은 2018년, 2016년에 이어 3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틈새 파고든 스팩...IPO 공모 대비 수익률 여전히 높아
2분기에 들어서 수요예측을 진행 중인 7개사 중 스팩 기업은 5개사로, IPO 열풍이 다소 수그러든 틈새를 파고든 양상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로, 공모를 통한 신주를 액면가에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모은 뒤 상장 후 3년 낸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스팩은 소위 ‘바닥이 있는 주식 투자’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에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증시가 불안한 현재로서는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에게도 좀 더 안전한 투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모 절차를 밟거나 준비 중인 스팩은 10개로 지난해에 비해 6개 더 늘었다. 이중 지난 11일 삼성스팩6호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데 이어 12일 미래에셋비전스팩1호는 공모 청약을 마감했으며 같은 날 신한스팩9호는 13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오는 13일과 14일에는 각각 신영스팩7호와 상상인스팩3호도 양일간씩 예정돼있다.
다만 스팩에도 손실 위험은 있다. 성장성이 뚜렷하지 않은 비우량 회사와 합병하는 경우다. 게다가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할 시에는 별다른 수익 없이 청산된다는 부담도 있다.
한편 투자 위험 회피를 위해 스팩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지만, IPO 공모가 수익률은 아직도 시초가 대비 높아 투자 매력이 없진 않다. 1분기 상장기업에 대한 공모가 대비 시초가와 현재 주가 수익률은 각각 평균 43.9%, 43.5%다. 반면 기업 상장 이후 시초가 대비 현재 주가 수익률은 평균 -0.8%에 그쳤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