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탁매매 비중 낮아 운용 타격 적어
- 적극적 자사주 소각에 주가 상승 가능성
- 부동산PF 규제 완화에 수혜 기대감도

메리츠증권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금융 캡처]
메리츠증권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금융 캡처]

대형증권사 중에는 유독 위탁매매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한 메리츠증권이 증시 부진 속 나홀로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이는 증시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메리츠증권의 사업 구성도 한몫했지만,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이 제대로 빛을 본 결과로도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리츠증권이 강점을 지닌 부동산PF 영업이 기지개를 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낮은 위탁매매 비중, 업황 부진 국면서 ‘유리’


증권사별 연간, 분기별 이익 변화 비교.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증권사별 연간, 분기별 이익 변화 비교.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메리츠증권은 위탁매매나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높은 다른 대형증권사들에 비해 그 비중이 낮다.

그런데 이는 증시 부진 국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낳도록 만들었다. 증시 호황기에 증권사들의 실적을 견인했던 위탁매매 성장이 위축되면서 운용 규모 자체가 작았던 메리츠증권은 1분기 타격을 덜 받게 됐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 이익은 대체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할 전망이다. 거래대금도 줄어든 데다 금리상승과 주요국 지수 낙폭 누적으로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부진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ELS에서, NH투자증권은 채권에서, 키움증권은 주식에서 운용 성과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전망인데, 메리츠증권의 경우 운용 규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메리츠증권의 예상 순이익은 17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17% 가량 감익이 예상된다. 정 연구원 역시 메리츠증권의 1분기 순이익을 1660억원으로 추정해 전년에 비해서는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지난달 주가수익률은 주요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적극적 주주환원책…올해 대형 증권주 반등 ‘유일’


증권사별 주간 주가수익률 비교.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증권사별 주간 주가수익률 비교.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메리츠증권이 독보적인 주가 반등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한몫했다.

지난달 17일 메리츠증권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체결한 신탁계약이 만료돼 당사로 귀속되는 자사주 2194만주를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밖에도 메리츠증권은 보유 중인 9525만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치를 끌어올려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한 방편이다.

7일 메리츠증권은 전일 대비 10원(0.15%) 오른 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주가가 장중 677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록도 남겼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주가가 29.71% 상승하고 지난 3월 이후 대비 약 14.1% 오르면서, 연말 대비 일제히 주가 내림세를 보인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대형증권사들과 대비됐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은 시총 4조4008억원 규모로 증권사 2위 자리에도 올라섰다.


업황 부진에 요구되는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도


부동산 규제에 따른 증권사 대출금 잔액 추이.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부동산 규제에 따른 증권사 대출금 잔액 추이.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업황 부진에 대한 타개책으로 요구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도 메리츠증권의 주가 메리트 요인이다. 현재 메리츠증권의 주가수익률 반등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정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자사주 소각과 추가 매입을 공시했으며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가 완화될 경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부동산PF는 메리츠증권의 전통적인 강점 분야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위축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말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과 지난해 2월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통해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을 강하게 규제해왔는데,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 비율이 가장 높아 줄곧 뭇매 대상이 돼왔다.

이렇게 규제에 따라 업무용 부동산 투자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 PF대출채권 취급한도는 여신성자산의 30% 이내로 제약을 받아왔지만, 증권업 위기 타개 방안으로 부동산PF에 대한 규제 완화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은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기업금융(IB)의 위축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최근 증시 부진이 심화되면서 IB의 역할이 부각되는 양상”이라며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부동산PF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면 실적과 주가의 재평가(re-rating)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저작권자 © 더리브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