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러시아 환율과 달러 인덱스.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러시아 환율과 달러 인덱스.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더욱 매파적인 기조를 드러냈지만,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 리스크에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응이다.

연준이 긴축 리스크를 가져오면서 글로벌 시장에 불러일으킨 긴장감이 앞서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더 큰 변수가 되어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디폴트 전개 상황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국채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일부 이자를 지급했으나 서방 제재로 처리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 이자 상환 만기가 지속적으로 도래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연준, 물가상승 주시하며 공격적 금리인상 시사


2022년 3월 FOMC 경제전망 테이블. [사진=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2022년 3월 FOMC 경제전망 테이블. [사진=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달 연준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25~0.50%로 25bp(1bp=0.01%)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팬데믹과 연관된 공급과 수급 불균형, 치솟은 에너지 가격 및 광범위한 가격 압력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 상황에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에 따르면,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는 특히 물가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 보여서다. 연준이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으로 2024년까지를 내다 볼 때,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다시 2%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실제로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2.8%로 크게 하향 조정하는 반면 물가 전망치에 대해서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를 기준으로 2.7%에서 4.1%로 크게 상향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한다고 강조하며 물가 리스크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내비친 것.

여기에 파월 의장은 지난주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됐다며, 이르면 오는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가 본격화된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당초 하반기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던 양적축소 시작 시점이 크게 앞당겨진 것”이라며 “미 연준이 25bp 인상 기조를 유지해도 양적 축소가 동시에 그리고 축소 속도도 훨씬 공격적으로 이뤄지면 사실상 50bp 금리 인상 효과일 것”이라고 봤다.

상대적으로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물가안정 기조가 확인되기 이전까지는 매파적인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중국


신흥국 채권 스프레드 추이.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신흥국 채권 스프레드 추이.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미 연준의 태도는 강경해진 모습이었지만 금융시장은 미 연준의 결정에 예상과 달리 큰 흔들림이 없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리스크에 가려졌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이 아직 감내할 수준이거나 연초부터 이미 미국의 정책 관련 금리와 주가에 상당 부문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현재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얘기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대 중국·러시아 갈등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러시아에 경제 제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러시아 및 중국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들 국가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양상이다.

박 연구원은 “연초부터 미 연준발 긴축 리스크에서 시달리던 미국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인 반면, 이를 계기로 리스크가 러시아, 중국 및 신흥 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는 물론 중국 금융시장이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라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는 중국 신용 리스크.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는 중국 신용 리스크.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러한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미-러 및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 미 연준의 긴축 기조 리스크는 가려지는 반면 러시아 및 중국 리스크만 부각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중국도 이를 일부 의식한 탓인지, 지난 16일 중국 국무원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류허 부총리 주재로 ‘현재의 경제상황 및 자본시장 문제’를 주제로 특별 회의를 열고 1분기 경기를 확실히 진작하고 자본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향후 중국 정부가 미국 압박으로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나설지 여부와 더불어 강한 부양정책을 추진할 지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미 연준의 매파적 색채 강화가 올 한해 상수화된 리스크가 된 가운데 금융시장의 관심은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 리스크 해소와 더불어 중국의 대외 외교정책 및 대내 부양의지로 집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디폴트 전개 상황 주목


러시아 국채 상환 일정.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러시아 국채 상환 일정.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와 함께 시장이 주목하는 건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 전개 상황이다. 해외보다는 러시아 자국민이나 기업 피해가 가장 클 전망이지만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국채 채무불이행을 피하고자 투자자들에게 이자1억1700만달러(약 1430억원) 송금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만기가 돌아온 달러 표시 유로화 채권에 대한 러시아의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이번 이자 상환에 자국에서 이미 동결된 해외 자산에서 나온 달러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이 여전히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자 자체는 상환했다는 측면에서 ‘채권자에 대한 채무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 재무부 대변인 역시 ‘미국이 이번 러시아의 채무 이행 지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1차 상환 고비는 넘길 수도 있다.

다만 러시아는 추가적인 만기 상환을 앞둔 만큼 제재에 따른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서방 투자자들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러시아 제재 이후 러시아 리스크를 줄여온 터라, 자국민과 자국 기업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커넥토그래피 혁명의 저자 파라그 카나가 언급한 ‘제재 조치는 불행하게도 국가보다는 국민이 더 고통받는다’는 문구 소개를 통해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라고 판단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장기적으로 봐야할 이유”라며 “제재의 장기화는 원자재 공급 불확실성, 고관세 적용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외화보유고 구성.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날 러시아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앞서 미국이 이자 지불을 막으면 러시아는 달러가 아닌 루블화를 지불하겠다고 언급했으며, 그에 따르면 서방세계가 총 3150억달러(약 385조원)의 외환보유액에 제재를 가하자 이 자금의 절반은 이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결제은행(BAC)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국제은행에 약 1210억달러(약 148조원) 수준의 빚을 지고 있으며, JP모건은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가 진 외화 채무 약 400억달러(약 49조원) 중 절반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채무로 추정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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