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이후 증시 하락 속 저가 매수를 노린 역발상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 주식시장이 휴장 중인데도 상장지수펀드(ETF)는 매수가 가능한 점을 노려 투자가 잇따르기도 했지만 주가는 폭락하고 있는 흐름이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도 잇따라 환매 중단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제재에 맞서 외국인들이 자국 내 자산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어서다.
전쟁 변수, 저가 매수로 역발상 투자 ‘적신호’
전쟁은 한 국가의 경제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만큼 증권시장 지수를 폭락하게 하는 변수가 된다. 즉 투자를 철회하게 하는 등 위기를 나타내는 변수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전쟁을 대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관점은 사뭇 달랐다. 전쟁이야말로 주식을 가장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로 본 것.
통상 가격이 가장 낮을 때 주식을 사면 나중에 지수 등이 오를 때 더 많은 차익실현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전쟁에 대해 이같이 역발상으로 생각하며 러시아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러시아 ETF에 대한 검색량 유입은 최대치로 나타났다.
러시아 ETF, 높아진 괴리율에 폭락했지만 거래량·대금 증가세
지수 변동에 민감한 ETF 특성상 러시아 ETF에는 빠르게 적신호가 켜졌다. 러시아 거래소 상장 종목 중 대표적인 MSCI 러시아 지수인 ‘KINDEX 러시아 MSCI ETF’는 지난 2일에 이어 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일 해당 지수는 전일 대비 9.16% 떨어진 1만43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실제 증시 가격과 ETF 간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을 살펴보면, 전쟁 발발 이후 높은 수준이다. 괴리율이 높으면 실제 증시보다 해당 ETF가 적정 주가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결국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ETF 종가는 1만9000원으로 괴리율은 30.46%였다. 그러나 지난 2일 ETF 종가는 결국 떨어져 1만583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괴리율은 17.6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 1월에 비해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모두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거래량은 1000주에서 최대 9000주에 그쳤지만, 지난달 거래량은 17만2000주를 기록했으며 이달 초입임에도 3월 거래량은 이미 75만7000주에 달했다. 거래대금 역시 지난 1월에는 1억1400만원에 그쳤지만 2월에는 35억3600만원, 3월에는 115억9800만원으로 전월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 잇단 환매중단 고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주식형 펀드들은 자금 흐름이 막히자 잇따라 환매 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매도 주문 거부를 지시하자, 국내 운용사들은 당장의 환매를 중단하고 이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흐름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러시아 주식펀드는 위 ETF를 포함한 총 9개이며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158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이들 상품의 수익률 평균은 –49.12%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대된 지난달 28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러시아증권 자투자신탁’ 펀드의 신규 설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KB자산운용도 ‘KB 러시아 대표성장주 증권 자투자신탁’의 환매 연기를 알렸다.
지난 2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키움 러시아 익스플로러 증권’ 펀드의 신규 설정을 중단하고 환매 연기를 안내했다.
위와 같은 안내는 모두 자본시장법상 환매 연기 사유에 따른 조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56조에 따르면, 증권시장이나 해외 증권시장의 폐쇄·휴장·거래정지와 그 밖에 준하는 사유로 집합투자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경우 환매 연기 사유가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러시아 주식 ETF는 투자유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정예고일로부터 10거래일 이내에 장 종료 시 실시간 괴리율이 규정상 관리의무 비율의 2배 이상에 해당됐다”는 게 사유로 해당 종목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 공시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