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속화되는 양상에 증권시장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한국은 무역수지가 흑자전환하며 긍정적인 수출 흐름을 나타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증시 하방 압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려됐던 고유가에 이어 신용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사회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기로 합의하자 러시아에 대한 송금이 어려워지면서, 관련 진출 기업이 도산하는 등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무역수지 흑자에도 증시 약세
지난달 말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 전 우리나라 경기는 조심스럽게 회복 신호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차 부품을 제외한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4개 품목에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 디스플레이, 가전 등 IT품목을 중심으로 철강, 석유화학, 석유제품, 바이오헬스 등이 모두 회복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달부터 수출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미국 상무부가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에 한국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수출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 반면, 러시아 제재에 앞장선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은 면제돼 수출에 유리하게 됐다.
이에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국내 영향은 다소 소극적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증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9시 29분 2696.33으로 전 거래일보다 2.85pt(0.11%) 떨어진 약보합 흐름이었다. 오후 1시 14분 기준 코스피는 오전 9시 12분 이후 개인의 순매수가 기관·외국인의 매도세를 상쇄하면서 2701.45로 0.08% 소폭 반등했지만, 이 흐름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일 발표된 수출은 전년 대비 20.6% 크게 증가한 53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25.1% 늘어난 530억7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3개월 만에 흑자 전환됐다.
그러나 수급 부담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영향으로 하방 압력 우위가 예상된다. 수출 부문의 흑자 전환은 긍정적이지만, 전반적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되면서 증시는 하락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전쟁 끝내기 위한 협상 시작됐지만…2막 ‘경제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은 지난달 28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첫 협상을 개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인지 닷새만이다. 양측은 접경지대인 벨라루스 고멜 지역에서 5시간 가까이 모든 의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2차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리적 폭격이 완화됐다고 해도, 경제제재를 둘러싼 또 다른 전쟁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 국가 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제재안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SWIFT는 국제 금융거래와 결제 업무 등을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으로, 현재 전 세계 200여개 국가와 1만15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등록돼있다. 그런 만큼 해당 결제망에서 제외되면 국제 금융거래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조치에 러시아 역시 대러 경제제재에 대한 대책회의를 연 뒤 비상경제동원령을 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거주자는 획득 외화의 80%를 매각해야 하고 해외로의 외환 거래는 금지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양측 진영의 이같은 조치로 경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 은행들이 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될 경우 러시아에 있는 기업인이나 유학생 등은 송금에 즉각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경제동원령으로 인해 해외로의 외환 거래 자체가 금지되면 러시아 내 기업의 자금 운영에 크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유가 이어 신용리스크 부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타격은 더욱 현실화될 전망이다.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중단 우려 등과 관련 유가가 100달러 넘게 급등한 데 이어 경제 제재에 따른 신용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리스크는 거래상대방의 경영상태 악화나 신용도 하락 또는 채무 불이행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이는 무엇보다 현금 흐름이 계약대로 회수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신용위험 즉 부도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SWIFT 퇴출은 글로벌 자금의 왜곡 현상을 초래하면서 일부 기업 혹은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여지를 높이게 된다.
특히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머징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JP모건 EMBI(신흥시장채권지수) 스프레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 중이며 미국 내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간 스프레드, 즉 미국 내 신용 스프레드 역시 다소 들썩이는 등 러시아발 신용위험이 일부 가시화 되고 있음은 부담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주요국 경제지표는 양호한 흐름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재까지 시장에 가장 큰 위험 변수다. 박 연구원은 “우려보다 양호한 흐름을 글로벌 경기가 유지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초래할 에너지 불안 및 부도 위험 등 신용위기 리스크라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며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의 조기 해소와 이에 따른 유가 급등세 진정이 향후 경기 및 금융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