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금리 인상의 조급함을 우려한 시장의 기대에 발을 맞춘 모습이다. 시장의 기대와 한은의 기대 간 격차가 적다는 언급에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전망은 다소 뚜렷해졌다.

다만 앞으로 우려했던 바 보다는 기준금리가 적게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많다. 3월에는 국내의 경우 대선이슈가 있고 미국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도 이뤄진다. 게다가 당장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원자재 등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공급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추가 인상 가능성은 언급되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가변적인 성격인 부분도 부정하기 어렵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염두하며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


한은, 기준금리 연 1.25% 유지…추가 인상 가능성 거론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국내 민간소비는 방역조치 강화 영향으로 위축된 부분도 있지만 수출은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호조세를 지속했다는 분석에서다.

급격한 금리인상을 우려한 시장에 화답하듯 일단은 금리동결이 결정됐지만, 한은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연 1.5%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결코 ‘긴축정책’은 아님을 강조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해온 흐름에 이어 추가 인상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다.

한은은 추가 인상과 관련해 다른 무엇보다 물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에 비해 크게 올렸다. 가파른 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세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종전 2.0%에서 3.1%로 상향 조정됐다.


시장, 우크라이나 사태로 긴축 영향 전망…물가 압력 변수


당장 물가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이날 정오 부근 외신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폭발이 발생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전쟁이 결국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미 공격을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긴급 TV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인)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상대로 “동맹국들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발발한 전쟁이 얼마나 빨리 종식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가까운 시기에 통화긴축 가속화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DB금융투자 문홍철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되는 와중이더라도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 나타나면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긴축으로 대응해왔다”며 “이는 경기를 수축시키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를 가속화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원자재가 가격이 급등하면서 초기에는 통화긴축을 부추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가 둔화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폭락하는 흐름이 반복돼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대비 경기둔화 강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안정화 전망에도 대내외 환경에 따른 물가 흐름 주시해야


글로벌 물가 흐름.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글로벌 물가 흐름.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해 연준이 연내 6차례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8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했기에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한은과 시장의 금리 기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발언에 정책적 부담은 일부 완화된 상태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2-3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거라는 시장의 기대를 적정하게 보는 지에 대한 물음에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있다’고 답했다.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물가나 성장,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무엇보다 오미크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발표한 대로 2-3차례 연내 금리인상 후 별다른 변수 작용이 없다면 하반기에는 결국 안정된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대내외 환경이 크게 가변적인 만큼 이에 따른 물가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심각도 ▲미국 중심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기조 유지 여부 ▲유가 상승에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BEI) 둔화 여부 ▲국내 경제심리지표 둔화 여부 ▲국내 대선결과에 따른 재정불확실성 확산 정도 등을 앞으로 시장이 지켜봐야 할 지표로 제시했다.

윤 연구원은 “연내 국내 기준금리는 5월과 8월 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며 연말 1.75% 전망을 유지한다”며 “선도금리 기준 금리인상 기대를 2.25%까지 반영한 국고채 3년 2.3%와 국고채 10년 2.7%대는 추경 불확실성만 완화되면 상단역할로 하반기에 점차 안정 기조를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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