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과거 고금리 상품이 많은 저축성 보험이 보다 각광을 받았지만, 새로운 회계감독제도인 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점차 보장성 보험이 유리해지는 추세입니다. 보험회사에서 영업수지를 결정짓는 손해율 역시 중요 변수이지만,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이 IFRS17로 인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들에 더 주목하며 보험업계 흐름과 전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팬데믹 이후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인 손해율이 낮아진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화재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발표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줄지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과거 같으면 자보료 인하는 경쟁을 위한 행동으로 치부됐을 결정이지만, 손해율 자체가 근 2년간 하락한 가운데 감독당국 및 업계 논의에 따른 내용인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손해율은 언제든 높아질 수 있는데다, 2023년 새로 시행되는 신회계감독제도인 IFRS17 도입이 눈앞에 있다. 당장의 보험료 인하 바람과 별개로, 새로운 변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큰 셈이다.
삼성화재 자보료 1.2% 인하 단행 확산되나
삼성화재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1.2% 인하하기로 발표하면서 이같은 인하 조치가 타 보험사로도 확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오는 4월 11일 이후 삼성화재 가입 고객은 자보료 인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 측은 인하율이 가입자에 따라 차이가 날 순 있다고 말하면서도,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차량 운행이 줄어들어 사고가 감소한 결과 낮아진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10대 손해보험회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7%로 전년 89.7%에 비해 떨어졌다. 지난해 삼성화재를 비롯한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의 손해율 수준도 약 80% 안팎에 그쳤다.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에 이어 1%대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하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이밖에도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자보료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율 인하, 주가 영향 제한적”
주요 손보사들이 손해율 인하를 검토하는 상황에 대해 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하 수준이 미미한데다, 감독당국과 업계 간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당국이 자보료를 인하하도록 지시하자 손보사들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감소 등으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 보험 사업에서 그간 만년 적자가 더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5개년 동안 자동차보험에서 흑자 기록이 나온 해는 2017년과 2021년 정도였다.
다만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도 앞둔 데다, 앞서 실손 보험료 인상이 진행되면서 자보료 인하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이번 자보료 인하는 2020년 4.4% 인상 이후 2년 2개월 만의 조정으로, 2016-2018년 보험료 인하 사이클 이후 처음”이라며 “2016년 말 자보료 인하가 경쟁구도로 인한 삼성화재의 돌출적 행동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충분한 업계 및 감독당국과의 논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손보사들이 감내할 만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6년 말 나타났던 주가 충격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시장은 그간 자보료 인하 가능성을 예측해왔던 만큼, 인하폭 수준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제도 개선요인을 감안하면 최대 2.5% 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고 봤는데, 현재 수준은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효과를 감안해 충분히 보수적인 수준으로 결정됐다”며 “4월에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인하하면 다른 손보사의 경우 인하시기가 4월 말~6월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올해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언급했다.
2023년 도입되는 IFRS17, 제도 변화에 더 촉각
손해율과 별개로, 오는 2023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새롭게 반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자보료 인하가 좋다고 볼 수만은 없지만, 새로운 제도 변화에 비하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IFRS17에 따라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의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부채 부담이 커진다. 2023년 일시에 부채가 장부에 반영되면 부담이 큰 만큼, 손보사들은 자본 확충 비율을 늘리는 추세다.
다행히 손보사들은 고금리 장기 저축성상품 탓에 부채 시가 환산 규모가 더 커지는 생보사에 비해 부담감이 덜하다. 이에 손보사들은 새로운 제도 도입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소형사의 경우 자본 확충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내년부터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킥스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기존 지급여력비율(RBC)보다 자본 확충 수준이 더욱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이 동시에 측정되지 못한다면 해당 보험사에 대한 가치 평가는 보다 낮아질 수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