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지표 나아지자 파월 의장 금리인상 시사
- 인력난 등에 회복 속도 더딘 기업…속도 부담감
- 2019년 금리인하 시기보다 138.1%할증…버블 우려도

뉴욕증권거래소 외관. [사진=pixabay 제공] 
뉴욕증권거래소 외관. [사진=pixabay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긴축 기조를 강화하며 금리인상을 올해 연이어 단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면서다.

그간 고용 문제를 들어 파월은 당장의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태도가 달라졌다. 고용시장 등 경제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고용이 금리인상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리인상 기간 중 증시가 상승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 증시는 최소 상반기에는 혼조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미 미국 기업들이 대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한 데다 인력난 등을 겪고 있는 배경에서다.


파월 의장, 경제 지표 호조에 매파적 태도


파월 의장은 지난해 11월부터 테이퍼링의 시작을 알리면서도,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선을 그으며 시장 우려를 다소 잠재웠다. 이에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주요 지수들은 지난해 말 일부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 중 약 80% 기업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비중은 약 84%에 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6.9% 올라 시장 전망치(5.5%)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 5.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개인 소비와 고용 시장도 경제 지표 호조에 크게 한몫했다. 지난해 4분기 개인 소비는 전 분기 대비 3.3% 증가했으며, 지난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건에 달했다. 반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흐름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정책결정문을 통해 “2%를 훨씬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으로 인해 곧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금리를 동결한 이번 달은 지나보내고, 최소한 FOMC가 열리는 오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시장과 물가의 놀라울 만한 진전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에 더는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통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매파적 태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미국 증시 조정 길어지나…금리인상, 기업엔 아직 부담


1월 추가 하락이 예고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 지수.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면 증시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는다. 소비와 매출이 임금 인상 수준 등을 앞지르면 경기 회복과 함께 자연스레 증시는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이후로 부담감이 남아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난해 극심했던 공급 병목현상은 완화됐지만 인력난이나 임금 상승 등의 요인이 실적을 발목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에 따르면, 1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 57.7pt 대비 추가 하락한 55.0pt로 집계됐다. 이는 15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6개월 연속으로 하락한 수치다. 여기에 뉴욕 제조업 지수가 전월 31.9pt에서 이달 –0.7pt로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민 연구원은 “하위 지표에서 확인되는 ‘병목현상’의 부담은 낮아지고 있으나, ‘인력난과 임금상승’의 압박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부담은 기업 실적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이 진행 중인 미국은 S&P500 기업 중 117개 기업의 실적이 발표됐는데, 대다수의 기업들이 ‘인력난과 임금 상승’을 실적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은 현재 80.3%로 3분기(82.2%), 2분기(87.2%) 대비 크게 낮아졌다.

또한 미국의 4분기 ‘비농업 부문 시간당 임금’은 전년대비 4.9%, 전분기 대비 1.5% 올랐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은 높아진 물가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민 연구원은 “동기간 미국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전년대비 -1.7%, 전분기대비 -0.5% 하락했고, 결국 임금 인상이 소비와 매출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기술주 선호도에도 변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올해 미국 증시의 수익률은 주요 선진국 중 최하.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올해 미국 증시의 수익률은 주요 선진국 중 최하.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금리인상 등에 따른 시장의 변화는 달라진 기술주 선호도에서도 감지된다.

현재 미국 증시의 수익률은 부진한 경제와 실적이 확인되면서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권에 있다. S&P500 지수 기준으로 보면 385개 기업(76%)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시총 상위 1~5위 기업도 보면, 애플 -6.2%, 마이크로소프트 –11.8%, 알파벳 -10.8%, 아마존 -16.7%, 테슬라 -11.3%, 이외 FAANG 구성기업인 메타는 -12.4%, 넷플릭스는 –40.3% 급락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505개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해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수 추정치’를 기존 693만명에서 250만명으로 크게 낮췄다.

SPDR ETF 섹터별 펀드플로우.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기존 고밸류 주도주들에 대한 비선호는 펀드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미국의 섹터별 ETF 자금동향(SPDR 기준)을 보면 1월 커뮤니케이션 -6304억 달러, IT –3146억 달러, 경기소비재 -3140억 달러 순으로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

그나마 자금 순유입을 주도하고 있는 섹터는 에너지(유가 상승), 금융(금리 상승), 필수소비재/헬스케어/유틸리티/부동산(경기방어/중립) 등이다. 특히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에너지 섹터에 대한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올해 S&P500 지수 내 수익률 1~9위 역시 에너지 섹터에 속한 기업들이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정도가 더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올 한해 시장이 예상한 약 4번의 금리인상 조치보다 많은 6~7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파장이 우려된다. 물가상승세는 잡지 못한 채 경기만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는 평가도 나오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급하게 연쇄적으로 이뤄지면 증시 거품이 크게 꺼져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수가 당분간은 혼조세를 거듭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위 기술주.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위 기술주.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일각에서는 20년 전 증시가 광폭 상승한 후 급락한 닷컴버블을 우려하며 현금 확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시총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12선행(MF)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준이 첫 금리인하를 단행한 2019년 7월 대비 138.1% 할증돼있다. 본격 자산매입에 나선 2020년 3월 대비해서도 93.3% 할증된 상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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