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 대형사 신용공여이자 전년 대비 2배…빚투 수요 ‘유관’
- 타업종 대비 높은 고금리 원인도…최대 10% 육박
- 증권업계 “조달 구조상 고금리 불가피…저금리 시 신용융자 수요 늘어”
- 하반기 코스피 3000선 턱밑…청년 빚투 우려 커진다
상반기 증시 호황 속 대형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하기)’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호조세를 이어가던 증시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기록을 나타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증시로부터 탈동조화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을 보이며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이에 올 상반기 ‘빚투’로 이자수익 한해 농사를 거의 다 지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손실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반면, 증권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거금의 이자수익을 벌어들인 결과다.
대형사 신용공여이자 규모 전년 대비 2배…빚투 수요와 ‘유관’
9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형 증권사 9개의 신용공여이자 규모는 1조23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배에 가까운 높은 수치로, 올해에는 상반기 만에 신용공여이자 한해 농사를 다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 47곳의 신용공여이자 누적규모가 1조2859억원으로 집계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증권사 9개가 차지하는 신용공여이자 비중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이들 비중은 79.56%에 달한다.
9개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공여이자 규모 중에는 미래에셋증권이 21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삼성증권(1612억원), NH투자증권(1385억원), 키움증권(1331억원), 한국투자증권(1271억원), KB증권(973억원), 신한금융투자(707억원), 하나금융투자(569억원) 메리츠증권(282억원) 순이다.
이같은 실적은 늘어난 개인투자자 수요와 무관치 않다. 올 상반기 신용거래융자 잔고(23조8295억원) 역시 지난해(12조6592억원) 대비 약 2배에 육박했다.
증권사 고금리 원인도…‘이자놀이’ 비판 배경
증권사의 대출금리가 높다는 점도 대형 증권사들에 보다 눈총이 쏠리는 원인이다.
증권사들은 자금을 빌려줄 때 대출 금리를 기간별로 달리 적용한다. 통상 7일 이내는 3.9~7.5%, 180일 이상은 5.8~9.9%로 10%에 육박한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고금리는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증권사들이 현 기준금리가 0.75% 수준임에도 10배 이상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이 기준금리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도록 모범규준을 제정했으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범규준으로 이자율이 소폭 낮아진 대신 빚투 수요가 늘어나서다.
더욱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리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논란이 된 고금리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증권업계 “높은 수준 금리 불가피…저금리 시 신용융자 수요 늘어”
반면 증권업계는 “자금조달 구조상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상대적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후 가산금리를 적용해 왔던 만큼, 기준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금리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신용융자 수요가 더 늘어난다면, 빚투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더욱 제기될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신규대출액(185조8654억원) 중 청년세대의 신규대출액 비중은 38조7453억원이다. 하반기 코스피가 3000선을 쉽게 넘기기 못하고 있고 기업들이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상당수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는 가운데, 상환 여력이 어려운 청년들의 빚투가 더욱 우려될 전망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