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금리인상 선제대응 나섰지만 여전히 강달러 기조
- 국내 조정에 해외 찾는 개미들...3분기 해외주식 보유 최대
- 원달러 환율 상승 지속...내달 금리인상시 상승 둔화 예상

원/달러 환율. [사진=네이버금융] 
원/달러 환율. [사진=네이버금융] 

정부가 미국보다 앞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음에도 강달러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 서학개미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지만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내면서 혼조세를 보이는 등, 서학개미들이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에 달러로 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들이 다시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달러에 대한 꾸준한 수요에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다만 강달러 기조는 내달 금리인상시 상승폭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추가 금리인상 예고한 한은…금리인상과 환율 상관관계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며 지난 8월 인상한 0.75%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내달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각종 대외 여건이 금리인상 조치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국가 전체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 간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경기회복 전망으로 그간 시중에 풀어둔 자금을 거두는 테이퍼링을 시사하며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전 금융위기들로부터 겪은바 금리인상 선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과 증시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에서도 정부는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식·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보다 예금을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 예금금리가 자산의 기대수익률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대출을 상환하거나 줄이는 선택을 할 유인을 받는다.

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외국계 자금은 자국보다 높아진 이자를 받기 위해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게 된다. 이에 국내 원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화폐가치가 오르고, 원화 환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균형점을 찾는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과 해외주식 투자자 등은 원화로 바꾸었을 때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가 늘고 경기 과열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조정 이어가는 국내 증시…서학개미 해외주식 보유 최고치


3분기 국내 증시는 일부 저가 매수세에 따른 반등 외에는 대체적으로 조정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상반기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던 코스피는 3분기에 접어들면서 3개월째 연속 하락세였다. 코스피는 지난 5일 2962.17로 전일보다 57.01pt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3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국내와 달리 3분기 초에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4%대 조정을 받았다. 지난 8월 16일 3만5631.19로 최고점을 찍은 다우 산업지수는 지난달 9월 20일 3만3613.03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일과 7일 각각 4545.85, 1만5403.44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재는 ‘조정 후반’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에 악재가 만연하다. 미국은 재정지출과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과 중국 헝다그룹 디폴트 등이 주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실적 발표 결과는 전망보다 실제 실적이 더 좋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내면서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시장의 대내외 여건이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승 유인이 나타나면서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1개 S&P500 기업 중 82.9%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번 주에도(18~22일)에도 78개의 S&P500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19일에는 넷플릭스, 20일에는 테슬라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다. 이 가운데 서학개미의 3분기 해외주식 보유 수준은 역대 최대치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3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97.2억 달러(약 106조6000억원)로 직전분기(889.2억 달러) 대비 소폭(0.9%)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개 분기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중 외화주식은 666.9억 달러로 직전분기(658.8억 달러) 대비 소폭(1.2%) 증가한 반면, 외화채권은 230.3억 달러로 직전분기(230.4억 달러) 대비 살짝(0.04%) 줄었다.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직전분기(1036.4억 달러) 대비 소폭(3.4%) 감소했지만, 해외시장별 결제금액 중 미국은 전체 결제금액의 76%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외화주식에서 미국은 전체 외화주식 결제규모의 90.3%를 차지하며 주식투자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종목은 테슬라, 애플, 아마존 순으로, 상위 10개 종목 중 대부분이 미국 주식이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매수 규모가 7억3298만달러(약 8800억원)로 1위였다. 나스닥 대형 기술주와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도 결제금액 상위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1-3위는 TQQQ와 SOXL, BULZ로 3배 레버리지 ETF다.


강달러 예의주시…내달 금리인상 후 4분기 정점 예상


국제 정세 뿐 아니라 외화주식 수요로 강달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1196.50원으로 12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환율은 지난 13일에도 1193.8원에 마감했다. 12일 장중에는 1200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넘기면서야 다시 안정권으로 하락전환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국내외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1200원을 기초체력(펀더멘털) 기준 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등이 발생한 시기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넘나들며 변동폭이 확대됐다.

현재까지 미국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점이나 중국 정부의 헝다그룹 위기 등의 요소로 강달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김연진 연구원은 “내달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1180원에서 1205원의 높은 레벨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국내 주가, 채권가격 및 원화가치가 동반하락하는 트리플약세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팬데믹 국면 이후 근 15개월 만에 1200원을 위협하고있다”며 “국내 트리플 약세 현상과 원달러환율의 1200원도달의배경은 기존 악재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보다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헝다그룹 관련 유동성 위기에 대해 중국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전력난은 중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현실화시켜 주고 있다”면서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따른 달러화 강세 역시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인상 후 4분기에는 1200원대 이하로 오름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단, 중국 리스크는 추가 변수다.

박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각종 불확실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내 경기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경제펀더멘탈이 크게 훼손, 즉 국내 경기 사이클이 추세적으로 하락 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정부가 과연 헝다 등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 불안에 어떤대책을 내놓을 지가 원달러 환율이 넘사벽 1200원을 추세적으로 상회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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