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조 변화에도 금융업 진출 ‘메리트’
플랫폼사, 국내외 통틀어 지급결제 점유율 높아
기존 금융사와 경쟁 외 ‘블루오션’ 개척하기도

[사진=SK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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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과 동일한 규제 환경에 놓일 위기에도 점유율이 높은 지급결제 영역을 앞세워 금융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기세다.

플랫폼사들의 금융권 진출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유통 중심이었던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 등이 지급결제 점유율을 늘리면서 금융업권의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있다.

아울러 잠재고객 층을 확보해온 플랫폼사들이 개인사업자나 소기업 대상인 소호(SOHO) 금융, 후불결제 시장, 금융상품 중개 등 금융권의 블루오션 영역을 개척하면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기조 변화…그럼에도 금융업 진출하는 이유


[사진=SK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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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8월 말 대환대출 플랫폼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초 플랫폼의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광고대행이 아니라 ‘중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사에서 제공했던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비교·추천도 금융업에서 한 분류가 되는 금융상품 중개에 해당되게 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플랫폼의 금융업 영위를 기존 금융사들과 동일 규제선상에서 보게 되는 관점의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구경회, 최관순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금융 당국의 스탠스 변화를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을 영위하려면 기존 금융기업들과 같은 규제, 같은 환경 하에서 ‘인가’를 획득하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간접 진출 방식보다는 직접 진출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함에도 플랫폼사의 금융권 진출은 여전히 탄력 받을 전망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플랫폼사는 우선 지금까지 모은 고객 기반을 이익 창출에 활용하는 단계에 올라섰다.

이는 주주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금융업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고객을 모으는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 때문”이라며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이익 창출의 대상 중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금융산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급결제나 송금 등을 통해 핀테크 비즈니스에 노하우가 생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지급결제 및 송금 비즈니스의 고객은 금융업의 고객층과 일치한다”고 언급했다.

플랫폼 사에서 제공하는 지급결제 등의 서비스가 금융업의 고객층과 겹치는 만큼, 골목상권 침해 리스크가 적다는 이유도 존재한다. 일례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반면 금융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와 상관이 없어 큰 부담이 적은데다, 기존 고객을 붙잡아 두는 ‘락인(Lock-in)’ 효과로 금융 서비스 제공이 유리하다고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이 기존 금융사보다 모바일 앱 고객 수를 앞지르며 선방을 했다는 점도 플랫폼사들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언택트 금융사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플랫폼사 통해 확장된 지급결제 시장…해외도 ‘활발’


[사진=SK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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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사를 통해 금융업의 저변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특히 지급결제 시장은 국내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며 급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한 부문은 이커머스에 힘입은 지급결제 비즈니스로 지목된다. 이중에서도 한국은 간편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나타냈다.

국내 온라인 지급결제시장은 지난해 기준 258조원에 달하며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3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온라인지급결제 금액의 63%인 164조원은 간편결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만 해도 간편결제가 온라인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결제시장은 전자금융업자가 46%, 금융회사가 30%, 휴대폰 제조사가 24%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전자금융업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71%로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사들의 성장률(28%)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실제로 보통 간편결제업체라고 통칭되는 사업자들이 정식용어로는 모두 전자금융업자다. 국내에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43개의 전자금융업자가 있으며, 이중 다수는 플랫폼, 유통기업 기반간편결제 사업자들이다. 구체적으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SSG 페이, 쿠팡페이 등이다.

해외로 시선을 넓혀보면,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은 더욱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M&A가 확산되면서다.

전세계 주요 대형 지급결제업체들은 크게 ▲대형 디지털 플랫폼 계열 ▲디바이스 제조사 계열 ▲독자 계열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에는 아마존 페이, 구글페이, 알리페이 등이 있다. 주로 국내 업체들이 포함된 부류다. 두 번째 카테고리에는 애플페이와 와 삼성페이가 속하며, 세 번째 카테고리에는 페이팔, 스트라이프(Stripe), 월드라인(Worldline) 등이 있다.

[사진=SK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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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핀테크 중 M&A 규모가 가장 활발한 곳은 지급결제 분야다. 지난해 이후 대형 딜 중 스퀘어는 에프터페이를 인수했으며, 월드라인은 인제니코(Ingenico) 등을 인수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스퀘어의 에프터페이 인수에 자극을 받은 페이팔의 경우 지난달 9일 일본의 후불결제업체인 페이디(Paidy)를 27억 달러에 현금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연구원들은 “금융 제도가 바뀌고 고객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지급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자 많은 업체들이 난무하게 되자 시장에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플랫폼사의 금융업 진출, 경쟁보다 시장 저변 넓히는 측면도


[사진=SK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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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한 섹터인 지급결제를 중심으로 봤을 때, 플랫폼사들은 금융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갉아먹는 경쟁자다. 그러나 플랫폼사들의 금융업 진출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SOHO 금융과 후불 결제, 금융상품 중개 이 3가지 분야는 플랫폼의 금융 진출로 인한 고성장 섹터로 분석된다.

먼저 SOHO 금융은 기존 금융사들에서 활발하지 못했던 분야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해당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사업자나 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SOHO 금융은 그간 틈새시장(Niche Market)에 불과했다. SOHO 금융 시장은 개인사업자와 소기업의 재무제표 신뢰도가 낮아, 과거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위험 관리상 비교적 꺼려지는 부류였다.

그러나 핀테크의 발달로 각종 데이터에 기반한 신용위험 측정 기술이 향상되면서, 최근 미국 등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SOHO 금융 비즈니스는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도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가계대출에 대한 성장성이 한계에 근접하는데다,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40% 수준에 그쳐 향후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연구원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48%를 차지하는 SOHO 대출의 상당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업자를 위한 모기지론이어서, 실제 비즈니스와 연관된 대출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비즈니스 금융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자영업자들도 단순히 돈을 빌려줄 금융회사보다는 유동성 관리, 사업/재무 컨설팅, 관리 시스템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는 금융회사와의 협업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불결제 시장은 리볼빙 결제 등이 발달한 미국을 중심으로 고성장 중이다. 미국에서는 BNPL(Buy Now Pay Later)라는 ‘후불결제’ 시스템이 E-커머스/간편결제 과정에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Marketer에 따르면, 미국의 BNPL 고객 중 MZ세대의 비중은 올해 67%에 달한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경우 당장 현금이 부족해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 유용한 후불 결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를 겪은 국내의 경우 미국보다는 후불경제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마케팅은 이미 활발한 상태다. 현재 한국은 네이버와 쿠팡이 후불결제 시스템을 시범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금융상품 중개가 플랫폼의 금융업 진출에 따라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 금융 당국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재검토하며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중개’로 정의한 변화는 다른 금융사와 같은 조건에서 영업하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플랫폼사가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면 ‘라이센스’를 취득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플랫폼사들은 금융상품 중개업을 영위해 더욱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도 예상된다.

특히 펀드 분야는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한 만큼, 비대면이 익숙해진 환경에서 공모펀드와 같이 규격화된 상품의 판매 경쟁력은 은행보다 플랫폼사가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플랫폼사들이 앞선다. 주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MAU를 비교해보면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4000만명대로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네이버 밴드와 네이버 지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T도 전통 금융회사 중 1위인 국민은행보다 MAU 수치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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