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해외대체투자 리스크 점검 발표
메리츠증권, 호주 광산 인수금융 참여에 석탄 비중 익스포져 높아
한국신용평가 “팬데믹 이후 ESG 강화로 셀다운 어려워질 가능성”

대형증권사별 고위험 익스포져.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대형증권사별 고위험 익스포져.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메리츠증권이 해외대체투자 위험자산군 중 하나인 석탄 관련 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해진 ESG 투자 기조에 역행하는 자산군으로 셀다운이 이뤄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8개 국내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고위험 익스포져 비율이 21.4%로 1위를 기록했다. 고위험 익스포져 자산군인 호텔, 항공기, 석탄을 합한 자산 규모도 1조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중 석탄 자산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대형 8개사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 현황…석탄 투자 아시아/호주, 미국 뿐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지난 12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대형 증권사 해외대체투자 리스크 점검’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투자와 총액인수가 늘어나며 증권사가 리스크에 노출된 금액인 익스포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형 증권사 8개사의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는 19조원, 자기자본 합산 43조7000억원의 43.5% 규모다.

익스포져 규모로 보면 하나금융투자(4조5000억원), 미래에셋증권(3조9000억원), 메리츠증권(3조2000억원) 순으로 리스크 노출 금액이 컸다.

자본 대비 부담으로는 하나금융투자(103%), 메리츠증권(70%), 신한금융투자(57%)가 비교대상 군인 8개사 평균(43.5%) 대비 부담이 컸다.

자산별 구성으로는 오피스(5조1000억원), 호텔(2조7000억원) 등 해외부동산 비중이 컸다. 다만 특별자산의 비중이 보다 증가 추세에 있다.

해외 특별자산의 경우 미드스트림(1조8000억원), 신재생(1조2000억원), 석탄(7000억원), 발전(5000억원) 등 에너지 관련 투자자산이 총 4조3000억원 규모다. 에너지 관련 투자자산은 경제활동에 필수 요소인 만큼 현금 흐름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에너지 주 요소였던 석탄의 경우 ESG 투자흐름 확대로 점점 선호되지 않고 있어 투자 리스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드스트림이나 신재생 익스포져 자산만 해도 아시아와 호주, 유럽, 북미 지역 골고루 구성돼있으나 석탄의 경우 아시아와 호주, 북미만 해당됐다.


메리츠증권, 해외대체투자 고위험 익스포져 석탄 비중 높아…호주 광산 인수금융


해외대체투자 위험자산군 중에서도 고위험 익스포져에는 항공기와 호텔, 석탄이 속한다.

항공기 및 호텔 산업이 고위험 익스포져에 포함된 데에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자유로운 여행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코로나19의 영향권 하에 있어서다.

반면 석탄 관련 자산이 포함된 배경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영향이 커보인다. 한때 석탄은 없어서는 안 될 인류 최고의 에너지원이었지만,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전국가적으로 생산을 줄이는 추세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ESG 투자 기조가 강화되면서 석탄 관련 자산에 대한 셀다운은 이뤄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대형사 합산 고위험 익스포져는 3조5000억원으로, 이중 1조원 규모인 메리츠증권은 2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메리츠증권의 고위험 익스포져 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석탄이 5000억원 이상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는 팬데믹 이전 호주 광산 인수금융 참여에 따른 고위험 익스포져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호주 케스트렐 광산 지분 거래에 3억2500만달러(한화 3798억2750만 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해외 메이저급 광산 지분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지원한 최초의 사례로 주목됐으나, 현 ESG 투자 기조와는 대치되는 결과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딜은 지난 3월 글로벌 광산회사인 리오틴토(Rio Tinto)가 호주 케스트렐 광산 지분 80%를 인도네시아 최대 광산회사인 아다로(Adaro)와 호주 자원 전문 프라이빗에쿼티(PE)인 EMR캐피탈에 매각해 진행됐다. 두 기업은 원료탄 가격을 톤당 약 140달러로 책정해 22억5000만 달러로 광산 지분을 인수했다.

두 기업의 인수 주관사는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인수금 중 42.1%를 차지하는 11억6000만 달러는 선순위 대출로 조달했으며 나머지 에퀴티로 38.8%인 10억 달러가 마련됐다.

이외에 총 인수규모의 11.8%를 차지한 메자닌 딜을 메리츠증권이 진행했다. 당시 해당 딜은 일본 노무라 증권이 금리 13%로 인수가 거의 확정인 상태에서 메리츠증권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따낸 성공 사례로 여겨졌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딜의 차주인 Kestrel Coal Midco Pty Ltd에 금리 12%와 만기 5년에 더해 조기상환 청구권인 콜옵션도 달지 않아 딜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금융사의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우려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ESG 강화로 석탄 관련 투자 열기가 줄어든 데다 돈을 선순위로 받을 수 없는 후순위 채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메리츠증권이 투자한 석탄 자산 관련해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지만 공시된 부분이 아니라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자료에서 분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내용은 민감한 사안으로 관련 부서의 답변이 필요한데 현재 연락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사 해외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요구돼…단기적 신용도에는 영향 제한적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현재 대형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에는 후순위 및 지분투자 형태 비중이 높고, 선순위 담보를 확보한 비중이 크지 않아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분을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투자만기 5년 이상이 71%로 셀다운이 지연되면 유동성 관리에 부담이 갈 수 있다. 지난해 중 셀다운 지연으로 1년 이상 미매각 물량은 7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메리츠증권의 투자 규모별 비중을 보면 1000억원이 넘는 거액 익스포져의 비중이 57%를 차지한다. 신용집중위험이 내재돼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난해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 대비 부실 인식 금액 비율은 5.2%로 낮게 분석됐다.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다만, 해외대체투자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의 이익창출력 및 자본 완충력이 아직까지는 우수하다는 점에서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523억원이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245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의 중/고위험 익스포저 기준 부실 인식 금액인 지난해 해외대체투자 부실 인식액은 1662억원으로 3.1배에 못 미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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