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귀 1년 반...이서현 사장, 전사 성과 부진에 발목
- 기대했던 패션까지 부진…주력 사업 전반 실적 흔들
- 내년 회복 기대에도…사업 재편 과제, 총괄 이 사장 몫

삼성물산 이서현 전략기획 담당 사장. [그래픽=황민우 기자]
삼성물산 이서현 전략기획 담당 사장. [그래픽=황민우 기자]

삼성물산 이서현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복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실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 사장 복귀는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너일가가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선 이례적인 조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주력 사업 침체가 이어지며 기대했던 변화는 없었다.

업계는 삼성물산이 곧 회복으로 돌아설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복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 사장이 주력했던 패션부문 조차 지지부진한 모습은 구원투수 행보를 무색케 한다.


다시 돌아온 이서현 사장


이서현 사장은 故 이건희 선대회장 차녀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해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에 입사했다. 이후 이 사장은 2015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 담당 등을 거쳐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은 취임 기간 3년 동안 기존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빈폴’을 고급화하고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며 변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적 측면에서 보면 뚜렷한 성장세를 만들지 못했고 지난 2018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패션만이 아니라 삼성물산 전 부문을 총괄하는 ‘전략기획 담당 사장’이라는 더 큰 자리로 경영에 복귀하며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기대했던 패션마저 부진…전사 실적 발목


삼성물산. [그래픽=황민우 기자]
삼성물산. [그래픽=황민우 기자]

삼성물산은 올해 주요 사업 부문에서 성장 둔화를 보였다. 건설은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 공정 종료 영향으로 올해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05억원 감소했고 상사 역시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발목이 잡혀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 사장 영입으로 가장 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패션 부문 역시 지지부진하단 점이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5100억원에서 4450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33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63.6% 급감했다. 수입 브랜드 판매 증가에도 판촉 확대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다.

급식·식자재 유통 부문은 지난 3분기 누계 매출이 2조4647억원(비중 8.24%)으로 전년 3조1182억원(7.40%) 대비 감소했지만 비중 자체는 소폭 늘며 방어력을 보였다. 바이오 부문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조2484억원(14.20%)으로 전년 4조5473억원(10.80%) 대비 비중이 확대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그나마 선전한 위 두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그친다. 주력사업인 ▲건설(33.78%) ▲상사(37.10%) ▲패션(4.88%) ▲리조트(1.80%) 등에서 나타난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내년 회복 전망에도…위기 타개 전략 과제 여전


업계는 내년을 기점으로 삼성물산이 실적을 회복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건설은 하이테크 공정 마무리로 부진했지만 주요 고객사의 발주 재개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패션·레저는 소비 둔화로 약세지만 2026년 경기 반등과 함께 회복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상사부문 역시 미국·호주 태양광 사업 확대가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 가치 상승도 중장기 재평가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사장은 복귀 후 1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도달한 만큼 올해를 부진한 흐름으로 마무리하면 경영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오너가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섰음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귀환 실패론’이 대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사장이 지금이라도 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패션처럼 내수·유행 의존도가 큰 사업보다는 고부가·해외 지향 사업으로 전환해야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며 “국내 소비가 축소되는 만큼 내수 리스크를 최소화할 새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용진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이 사장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비전과 역할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삼성물산이 패션 중심 회사가 될지 건설·물류 등 어떤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지에 대한 그룹의 전략적 로드맵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사장 복귀 후 실적과 관련 책임 소재를 두고 말을 아꼈다.

마선주 기자 msjx0@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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