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 세계 인뱅 롤모델’ 떠오른 카뱅…성공공식 4가지

플랫폼 파급력에 언택트 금융모델 성공사례로 사업인프라 투자로 빠른 확장…대출 우량고객 통한 건전성 확보 비대면 주담대 시행 기대…신용평가 모델 차별화 향후 관건

2021-07-12     김은지 기자
[사진=SK증권]

케이뱅크에 이은 국내 인터넷은행 2호 카카오뱅크가 전 세계 인터넷은행의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내달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 예상치는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 5.5배를 웃도는 31조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카카오의 또 다른 금융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예상 시총을 2배 웃도는 수준이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요인을 ▲카카오 플랫폼의 공유 ▲언택트 금융모델 ▲초기 빠른 증자와 인프라 투자 ▲초기 우량 신용 고객 중심으로 건전성 유지 이 4가지로 요약했다.

한 마디로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점포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 언택트 금융 모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다만 기존 은행을 능가하는 선도 은행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대출 영역을 넓히고 신용평가 능력 입증을 통한 차별화 요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SK증권] 

카카오의 중심 ‘카카오톡’ 열일…플랫폼의 파급력


카뱅은 2016년 초 설립돼 2017년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모회사 카카오가 만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서서히 자리를 잡은 기반에서 탄생한 셈이다.

카카오톡 앱 내 직접적인 연동 기능은 없지만, 브랜드에 힘입어 카뱅은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 지난 3월말 카뱅은 현재 총자산이 28조6000억원, 대출금 22조4000억원, 예수금 25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앞서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설립된 케이뱅크(지난 3월말 총자산 9조4000억원)에 비해 월등히 빠른 성장세인데다가, 지방은행 중 비교적 작은 광주은행 및 전북은행을 추월한 수준이다.

카뱅은 영업 개시 2년 만인 2019년 1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세전이익 540억원, 당기순이익 467억원을 달성했다. 카뱅은 세계적으로도 ‘챌린저뱅크(신규로 설립된 모험적 성격의 은행)’로 인용되고도 있다.

카뱅이 기존 시중은행이나 케뱅을 앞지른 비결에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빼놓기 어렵다. 단순한 메신저 기능에서 시작했던 카카오톡은 수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잠재 고객의 파이를 키웠다.

구 연구원은 “아무리 좋은 전산 시스템과 금융상품(예금, 대출)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빠른 성장세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계열사 고객을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부문인 카뱅과 카카오페이, 카카오증권 역시 플랫폼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3월 말 기준 이용자가 4636만명에 이른다. 이는 2-3위인 유튜브와 네이버를 제친 기록이다. 해외 이용자도 530만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카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은행”이라며 “국내에서는 은행이냐 플랫폼이냐 얘기를 많이 하는데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모델을 단기간에 잡은 굉장히 성공한 사례로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영향을 받았지만 카카오라는 브랜드 자체가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도 “카카오페이와 달리 카카오톡과는 별도 분리된 앱으로 실행가능한데, 카카오톡에 있는 친구목록을 통해 간편송금을 할 수 있고 톡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SK증권] 

언택트 금융 모델, 점포·인력 비용 부담 덜어


카뱅의 두 번째 성공 공식은 언택트 금융 모델이다. 은행들이 점포 줄이기나 지점 통폐합을 통해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비용 절감이다. 인터넷은행은 이점의 부담을 덜었다.

구 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점포망이 약한 은행들은 밸류에이션 상 감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소매금융이 한창 중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된 지금은 오히려 점포가 없는 게 강점으로 부각된다. 지난 3월말 현재 카뱅의 총 임직원은 952명이며, 인원 당 은행자산은 301억원이다. 이는 4대 은행 평균치(271 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구 연구원은 카뱅의 향후 인원이 증가하더라도 자산 증가 속도보다는 느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택트 금융회사는의 약점은 고객에게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지만, 일반 금융회사들의 점포/인력 유지비용과 비교하면 부담이 작다.

카뱅의 지난해 Cost-Income Ratio(순영업수익 대비 판관비의 비율)은 52.2%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치인 52.9%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기준 카뱅의 판관비(2600억원) 중 인건비 비중은 46%로, 4대 시중은행 평균인 64%를 크게 하회했다.

카뱅은 판관비를 이같이 절감한 대신, 유무형 사업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했다.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 광고선전비 등을 합친 카뱅의 인프라 비용은 24%로 4대 은행 평균인 17%를 크게 넘어섰다.

[사진=SK증권]

불확실한 사업 초기 과감한 인프라 투자…빠른 사업궤도 진입


카뱅의 또 다른 성공공식은 설립 초기 빠른 투자로 사업 인프라를 갖춘 점이 꼽힌다. 2016년 설립된 카뱅은 2017년 7월 27일 영업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2017년 카뱅의 사업인프라 투자(유무형자산 취득과 광고선전비) 금액은 789억원으로, 이는 중소형급 은행인 SC제일은행, 경남은행, 씨티은행, 광주은행 등에 비해서도 큰 금액이다.

카뱅과 유사하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사업 초기 과감한 투자로 2000년대 초반 인터넷전문증권사로 빠르게 자리매김한 사례다.

키움증권은 2000년 111명으로 시작한 인원을 2년만에 두 배로 늘리고 전산이나 각종 투자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업초기에 수수료와 이자이익이라는 핵심 업무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판관비로 진출하면서 시장점유율(M/S)면에서 영업 시작 4년차가 된 2004년에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앞섰다.

카뱅 뿐 아니라 키움증권의 사례를 보면 초기 투자가 사업 확대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초기 투자 못지않게 이를 받쳐주는 자본투입이 중요한데, 카뱅의 경우 사업 초기 자본금 900억원에서 여러 차례 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워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기준 카뱅은 자본금이 2조480억원, 총 자기자본 2조8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 IPO가 성공을 거둘 경우 공모가 3만9000억원으로 가정할 때, 올해 말 납입자본금은 2조4000억원, 총 자기자본은 5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SK증권]

초기 우량 고객에 집중…향후 주담대·신용평가 주목


마지막으로 카뱅이 인터넷은행으로서 성장한 배경에는 초기 우량 고객에 집중하며 건전성을 높게 유지한 점이 주목된다.

2015년 당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과 IT의 융합,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및 경쟁촉진을 통한 은행 산업의 효율화라는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했다. 이에 카뱅 뿐 아니라 신설 인터넷은행 후보들은 특히 중금리 대출을 통해 서민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 시장은 대출 수요는 많으나 대손 없이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나 캐피탈, 저축은행 등 경쟁 상대가 많다. 또한 건전성 유지를 위해 신용위험을 측정하고 정확한 금리 산정이 중요하다. 더욱이 비대면 영업이 기존 은행들에서도 활성화된 만큼 사업 초기에는 부담이 큰 영역이다.

이에 카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신용자나 급여소득자,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20조3000억원의 대출 중 전세자금 4조5000억원을 포함한 보증/담보부 대출은 5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야 카뱅은 7~8등급 차주에 대한 중금리대출을 실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6등급 이상의 우량등급 차주들이 대상이었는데 대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셈이다.

카뱅은 사업 초기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우량등급 신용대출 영역을 공략한 결과 사업 초기 위험요소인 부실대출 문제를 비껴갔다. 그 결과 카뱅은 향후 대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지난 3월말 카뱅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3%로 은행업계 평균인 0.37% (일반은행+농협 기준)를 하회한다.

[사진=SK증권]

향후 카뱅은 시중은행이 시행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지에 대한 여부와 신용평가 모델을 어떻게 입증할지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 대출의 핵심으로도 볼 수 있는 주담대를 취급할 경우 중금리대출로 증가하는 대손비용률을 낮춰 안정적인 수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 연구원은 “만약 카뱅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경우 NIM은 줄어드는 반면 대손비용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카뱅이 아직 주담대와 관련 명확한 전략을 외부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뱅의 미래에 있어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향후 국내에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주담대 시장에 진입할지 여부”라며 “한국의 가계 대출 시장은 주담대 위주로 형성돼 있으며 신용대출 시장이 주담대보다 큰 규모로 늘어나기는 어렵기에 장기적으로 카뱅에게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들의 신용대출 시장은 보증이나 전세자금 등을 포함해도 약 276조원 규모다. 이는 주택담보대출(698조원), 개인사업자대출(402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울러 신용평가 모델은 카뱅이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로 고밸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되고 있다. 구 연구원은 “상장 직후 카뱅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도 기존 은행들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차별화 포인트로 ‘고객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용평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서 차별화된다면 향후 사업을 확대할 예정인 중금리 대출 분야에서 대손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SOHO 대출까지도 확대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 계열사라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고객 신용위험 측정에 실패한다면, 중금리 대출 부문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이는 기존 은행과 차별화돼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가져오면서 증시에서 밸류에이션 하락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한다. 2001-2002년 조흥은행과 2005-2007년 일부 은행들은 각각 개인 신용대출과 SOHO 대출을 초기에 늘렸다가 이후 건전성 문제를 겪었다. 하나금융지주도 2005년부터 늘리기 시작한 SOHO 대출에 연체가 증가하면서 2007년 경기 호황에도 NPL(부실여신)이 늘어난 양상을 나타낸 바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