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금융, 임종룡 왕국 우려…연임 막을 당국 변수

- 회장 내부 후보 임 회장 포함 2명…외부 후보는 깜깜이 - 임 회장 연임 유리한 후보군…회장 중심 지배구조 한몫 - 이찬진 금감원장, 금융지주 회장 이사회 참호 구축 우려

2025-12-05     김은지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꼽은 회장 후보군을 보면 임 회장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구도다. 임 회장과 나란히 숏리스트에 오른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업력이나 지배구조상으로 봐도 밀리는 후보다. 이밖에 올라있는 외부 후보는 신상도 공개되지 않은 인물이 두 명이나 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을 상대로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 임 회장 연임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해당 발언은 우리금융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임 회장은 이사회 유일 사내이사로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형적인 지배구조만은 손대지 않아왔다.


임 회장 업적된 보험사 인수 및 실적 개선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초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숏리스트에 임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외부인사 2명을 올렸다.

이 가운데 임 회장은 후보 추천 배경이 되는 업적이 가장 화려하다. 금융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2023년 외부 후보로 깜짝 등장해 그룹 숙원사업인 비은행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대규모 횡령 사태로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는 등 풍파를 맞으면서도 증권사·보험사 인수로 종합금융체제를 완성한 건 ‘어쨌든 해냈다’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없다.

보험사 인수 이래 우리금융은 실적도 개선됐다.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2조7964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3분기만 봐도 전분기 대비 33% 오른 1조2444억원을 기록해 지주 출범 이후 처음 분기 1조원 이상인 순이익을 거뒀다. ROE(자기자본이익률)와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각각 10.87%, 12.92%로 올랐다.

이에 비해 유일한 사내 경쟁 후보가 되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업적이 다소 밀린다. 지난해 취임 이후 내부통제 조직을 정비해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사고 공시 0건을 이룬 유일한 5대 은행을 만들었지만 당장 회장직에 오르기엔 부족하단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그룹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리더십을 갖추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이 그룹 실적을 견인하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성장세도 부진하다. 대손충당금 영향이지만 정 행장에겐 불리한 성적표다.


비공개 후보 2명에 임 회장 연임 위한 들러리 의혹


사내 후보가 임 회장과 정 행장 둘 뿐인 상황에서 전자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외부 후보 2인은 정보가 비공개라 회장직에 오를 만한 후보인지 외부에선 판단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임 회장 본인이 취임 전 외부 후보였음에도 적극 의지를 내비친 점을 감안하면 현재 두 외부 후보는 회장이 되려는 의지나 실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짐작된다. 정보 공개가 안 된 채 낙마하면 부담이 덜하기에 비공개를 요구했을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이 때문에 임 회장 연임을 위한 들러리 후보들이 세워진 게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후보 비공개가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 회장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경쟁 구도만 갖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임 회장 연임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책임경영이라는 명분 하에 우리금융그룹 내 내부통제 고삐를 조이며 임 회장 본인이 아니면 안 돌아가는 우리금융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대규모 횡령과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문제 등으로 우리금융이 사면초가였던 만큼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기류가 내부적으로 강해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다만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로서 우리금융이 나아가야 할 더 나은 미래를 고려한다면 임 회장 연임은 일시적인 안정을 담보하는 측면 외에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금융사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가 임 회장 체제에선 사실상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 발목 잡는 지배구조·내부통제 문제 여전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지난 4일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되며 임 회장 역시 연임을 둘러싸고 무난한 흐름을 기대했을 수 있다. 진 회장도 유사하게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는 데다 비공개 후보도 1명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지배구조 관련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국과 세간의 시선이 신한과 다르다. 임 회장은 연이은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임경영을 명분 삼아 제왕적인 지배구조 체제만은 손대지 않아왔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실상 그룹 내 2인자인 은행장을 지주 이사회에서 배제한 채 여전히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다.

그러다 보니 이 금감원장이 앞서 일부 금융지주 회장을 들어 ‘참호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 작심 발언은 임 회장 연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해 연임 욕구가 많은 것 같다며 일부 금융지주에서 회장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후보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덧붙여 이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논의가 공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말해 향후 문제가 될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주주총회에서 이영섭, 이강행, 김영훈, 김춘수 이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신규가 됐기에 변화가 커 보였지만 단독 사내이사 체제라는 지배구조는 변함없었다.

앞서 대형 금융사고로 지난해 국감장에 서며 사퇴 압박에 내몰렸던 임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내부통제 개편 계획을 알리며 위기를 수습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내부통제 구멍을 드러낸 전 회장 관련 대출건에 대해 임 회장이 보였던 행보는 우려를 낳는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이 내준 부당대출 730억원 중 과반인 62%는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했는데 우리금융은 아직까지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임 회장이 계파 청산은커녕 새로운 계파를 창조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숏리스트에선 과거 흔했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자취를 감춰 계파 청산 행보로 평가됐으나 임 회장 취임 이래 연세대 동문이 등용되는 등 측근 인사가 이미 영입돼서다. 아울러 임 회장 업적으로 쓰이는 실적도 거품이 꼈다는 비판도 있다. 자산을 매입한 뒤 증가한 공정평가 금액으로 수익이 부풀려질 수 있는 ‘염가매수차익’이 포함돼서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5560억원 추정 규모로 3분기 당기순익의 약 45%, 올해 누적으론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