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장·재기 마중물 공급 나선 5대 금융…건전성 변수
- 생산적·포용금융 금융지주 지원 규모 600조원 - KB·신한금융 110조원 최대…대출 지원 신한 선두 - 전략적 대출 비중 모두 가장 높아 각사 위험관리 관건
정부가 금융권으로 하여금 산업 발전과 상생에 기여하도록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주문한 데 화답해 금융지주들이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규모는 약 600조원에 달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주요 금융지주가 같은 금액을 내걸었으나 자체투자와 전략적 대출부턴 차이를 보였다. 두 부문은 이들이 적지 않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지원하는 영역이다.
금융권 연체율이 비교적 높은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금융지원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관건이 될 변수는 건전성이다. 전략적으로 부실을 막기 위한 위험관리가 필수다.
KB·신한금융 110조 최대 지원 쌍벽
지난 9월 말 생산적 금융으로 80조원을 공약한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지난달 16일 하나금융이 100조원, 이달 5일 NH농협금융지주가 108조원, KB‧신한금융지주가 나란히 최대 규모인 110조원을 발표했다.
위 5대 금융지주만 해도 그 규모는 508조원에 달하는데 지방금융지주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말 iM금융지주는 45조원, BNK금융지주는 2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직 자금 규모를 검토 중인 걸로 알려진 JB금융지주까지 발표하면 총 규모는 600조원 안팎일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선도하는 본질적인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정부 정책 기조다. 당국은 금융시장 자금이 부동산·담보에 편중된 기존 방식으로는 금융권과 우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생산적 금융대전환 회의’에서 부동산에서 첨단‧벤처‧혁신기업으로, 예금‧대출에서 자본시장 투자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3대 전환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금융지주들이 이를 이행하기 위해 추진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자체 투자 KB·농협, 전략적 대출 신한 최대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보면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국민성장펀드는 각 지주가 모두 10조원씩을 투입하기로 해 동등한 부담을 진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할 예정으로 각 지주는 이와 관련해선 공통된 대응에만 나설 전망이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그룹 자체 투자 부문에선 KB금융이 가장 큰 금액인 15조원을 투입해 모험자본과 펀드 결성, 인프라·벤처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탄력적인 운용으로 10조원에서 최대로는 KB금융과 같은 규모를 조성해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영역을 포함한 추가 투자를 병행하며 국민성장펀드를 뒷받침하는 한편 코스닥 상장 및 Pre-IPO 단계 등 잠재력 있는 기업에도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NH농협은 자체투자 규모가 KB금융과 같은 15조원이다. 공급대상에는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모험자본이 포함돼있지만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그룹에 특화된 농업·농식품도 있다. 하나금융은 10조원으로 중간 규모이지만 모험자본, 민간펀드 결성, 첨단 분야 비중을 2대 6대 1.7로 두며 구체화했다. 우리금융은 7조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 지주사 모두 비중이 가장 큰 전략적 대출은 신한금융이 72조원에서 75조원으로 가장 크다. 신한금융은 부동산을 제외한 일반 중소·중견기업에 그룹 자체 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 다음으로는 KB금융과 NH농협금융이 68조원으로 나란히 같은 수준이며 하나금융은 총 64조원으로 국가전략산업에 50조원, 수출입산업에 14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56조원으로 전략적 대출도 가장 보수적인 규모다.
각사 건전성 부담 극복 숙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과 함께 포용적 금융지원을 병행한다.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성장과 재기 지원을 위해 KB금융은 17조원, 신한금융도 12조원에서 최대 17조원 규모를 계획했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도 이에 크게 뒤지지 않는 16조원, 15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우리금융도 가장 낮은 7조원 규모지만 포용금융에 동참한다.
특히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포용금융에 특색을 더했다. 신한금융은 ‘브링업&밸류업(저축은행 신용대출의 은행 대환)’과 ‘헬프업&밸류업(고금리 서민 대출의 금리 인하 및 감면)’으로 차주 신용 회복 프로그램에 무게를 뒀다. 하나금융은 청년과 다자녀가구 전용 금융상품을 신설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포용금융 신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 힘입어 경제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는 당국 기조에 각 금융지주사들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발맞추는 움직임은 기대를 낳지만 부담이 없지 않다. 비교적 담보가 안정적인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지원에 무게를 두게 되기에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 연체율은 0.53%로 지난 2017년 1분기 0.59%였던 이래 가장 높다. 같은 기간 1-3개월 미만 연체인 요주의여신도 8조167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8% 급증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경기 악화가 현재와 같이 이어질 경우 금융권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같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무난한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환경인 만큼 생산적‧포용금융에 동참한 금융지주들은 꾸준한 위험관리가 중장기적인 계획 실현에 관건이 된다. 당국은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자본 관리 부담을 줄이도록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하한은 높이는 등 완화책을 내놨지만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다. 각사 현황에 맞게 실질적으로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