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 입단속 내부통제?…달라진 벨기에펀드 직원 대응
- 고객 A씨, 민원 회신문 항의 후 직원 대응 달라졌다 주장 - 고객에 대신 항의 부탁했던 직원, 나중엔 “본사와 얘기하시라” - 스페인 네슬레 펀드 회신문서 직원 진술 미반영한 대응 유사
벨기에펀드 관련 고위험 요인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양심 고백한 직원이 회신문을 둘러싼 문제제기 이후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더리브스 취재에 따르면 고객 A씨는 회신문에 항의한 이후 태도가 점차 달라진 직원을 두고 본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도록 입단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객 본사 항의 후 변화 주목
A씨가 금융감독원 접수 민원에 대한 우리은행 회신문을 받은 다음날인 2월 6일, 본점에선 운용사가 잘못됐고 너희가 불완전판매한 걸 인지하고 있는 거냐는 물음에 판매직원 B씨는 “그렇다. 그래서 저한테 그 내용을 적으라고 한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회신문에) 매각위험이라고 하는데 일방적으로 청산할 수 있다는 그런 매각위험이라는 건 따로 표시를 해줘야 했다”라고 언급했다.
더더욱 잘못한 건 고객에게 기다려달라고 그간 설득해오지 않았냐는 물음에도 B씨는 수긍하며 “보통은 선순위가 이렇게 매각은 안 한다. 그 밑에 있는 투자자들이나 그 밑에 손실이 다 나니까 이런 경우는 선례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B씨는 “투자설명서에도 (선순위가 전액 매각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라며 “해당 내용이 표시돼 있다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가입할 사람은 없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B씨는 자회사 한투운용을 포함해 한국투자증권 측이 결론을 내려야 해결을 할 수 있다며 계속 양해를 구했으나 다음날 7일 우리은행 본사에 직접 항의한 이후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B씨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한투가 판매와 운용을 했기에 거기서 결정이 나와야 보상을 할 수 있다며 재차 기다려달라고 말했으나 현재는 연락 자체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앞서 3월 중 A씨가 투자설명서를 주지 않은 부분도 다시 묻자 B씨는 설명서가 91쪽이라며 구조가 나온 도표는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 3월 5일 카카오톡으로 받은 도표에 선순위나 후순위 내용은 없었다. 후순위 설명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답해달라는 물음에 B씨는 “투자설명서를 보고 그냥 설명드린 거라 거기에 일단 대출 구조는 나와있었다”고만 했다. A씨가 “대출 구조는 문제가 터지고 나서 레터가 왔을 때 와있었다”라며 “양심은 속이면 안 된다. 설명을 안 했다”라고 하니 다시 연락하겠다는 B씨 말을 끝으로 대화는 종료됐다.
본사 교육 후 변화?…문제해결 진심이었던 직원
A씨는 도표를 들어 선순위와 후순위라는 게 없다고 지적한 이후로 B씨가 메시지도 읽지 않고 “본점에다 말씀하시라”고 한다며 본점에서 관련 내용을 말하지 못하도록 교육을 받은 것 같다는 의구심을 표했다.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후순위다 차입이다 이렇게 쓰여있는 게 없고 현지 은행 담보대출이라는 내용 딱 한 줄이 있다”라며 “본점에 전화해서 왜 직원이 똑바로 진술했는데 은폐하고 거짓말을 했느냐고 따져서 불편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원이 접수되기 전 B씨는 고객은 물론 가입자 본인이 피해를 입게 된 상황인 만큼 A씨와 고충을 나눠왔으며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B씨는 지난 1월 13일 A씨와의 대화에서 “본점에서 판매하지 말았어야 하는 상품이었는데 지금은 나몰라라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라며 이 문제로 불면증과 원형탈모를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달 2일 B씨는 피해자모임이 있다는 말을 꺼낸 A씨에게 당신 말고도 가입 권유한 고객 3명에게 이 모임을 활용하도록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은 은행 직원이라 초대를 받으면 안 되겠다는 말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20일엔 B씨 본인은 은행 직원이라 어려우니 대신 본사에 강력항의해 달라며 본점 실무자 연락처를 전달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2023년 1월 12일 부지점장으로 승진했다며 한때 A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한 직원이다. 승진 당시 B씨는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
스페인 네슬레펀드와 본사 대응 판박이
앞서 본지가 제보받은 스페인 네슬레 펀드 사례와 비교해보면 해당 벨기에 펀드 사례에선 판매직원이 결국 불완전판매 여부를 회피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스페인 펀드와 마찬가지로 판매직원이 불완전판매 소지가 발생한 점을 양심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회신문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은 거의 유사하다. 이러한 대응과 관련 우리은행의 입장을 듣고자 더리브스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벨기에펀드 가입 피해자를 직접 상담한 이 원장은 상품 판매시 설명의무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 설계와 판매 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이 원장은 관련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계획도 전했다.
우리은행과 함께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이 벨기에펀드 판매사로서 지난달부터 금융감독원 현장검사를 받는 중인 가운데 이들이 진행하는 배상 절차는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판매 절차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견될 시 배상 수준은 불가피하게 높여야 하기에 자발적으로 배상 기준을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불완전판매를 일부 인정해 투자원금의 최대 80%를 배상하며 선제적인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벨기에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20-40% 수준으로 다소 낮은 자율배상을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자율배상 기준을 결정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지만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낮은 배상 수준이 예상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