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렉라자 성공?…실속 못 챙기는 유한양행
- 2분기 라이선스 수익 255억원…전년比 4502% 급증 - 렉라자 글로벌 매출 1억4100만 달러…실수령 로열티 1% - 유한양행 관계자 “로열티 구조 벗어나기엔 아직 자신 없어”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 ‘렉라자’ FDA(미국식품의약품) 승인과 글로벌 진출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일시적인 성공을 거뒀다. 다만 렉라자 매출 규모에 비하면 유한양행 앞으로 돌아가는 로열티 수익은 10%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이마저도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오스코텍에 절반 가까이 몫을 떼 주면 로열티에서 남는 건 별로 없다. 로열티는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도 없는 마당에 판권은 얀센에 있다. 렉라자로 유한양행이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명분은 확보했지만 수익성 제고는 여전한 과제다.
매출 2조 돌파, 10년 만 기록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넘겼다. 유한양행은 매출액이 지난 2023년 1조8590억원에서 지난해 2조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4년 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후 2조원을 넘은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 흥행에는 렉라자가 크게 한몫했다. 존슨앤존슨(J&J)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처방되고 있는 렉라자는 처방 실적에 따라 해외사업 및 라이선스 수익이 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라이선스 수익이 지난해 1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6% 증가했으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4502% 급증한 255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렉라자를 상업화하기 시작한 후 J&J 계열사인 얀센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렉라자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로 약 20억원을 받았으며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70% 증가한 34억원 가량을 수령했다.
해외 사업 매출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1-2분기에도 매출액이 4694억원에서 5562억원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해외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874억원에서 1148억원 올랐다. 해외 사업 관련 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모두 18% 증가한 수치다.
렉라자 성공?…로열티 고작 1% 수령
유한양행은 렉라자 FDA 승인을 발판으로 신약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상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정작 수익성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로열티 구조상 매출 규모에 비해 유한양행이 실질적으로 챙기는 몫은 제한적이다.
렉라자가 거둔 매출 규모에 비해 유한양행이 챙기는 로열티 수익은 약 10% 수준에 그친다. 더구나 렉라자 원천 기술 보유사인 오스코텍과 계약상 수익을 절반 가량 나눠야 하기 때문에 유한양행이 가져가는 비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로열티 계약은 기술 이전 당시 이미 확정된 조건이다. 이후 렉라자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유한양행이 가져가는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 글로벌 판권은 J&J 계열사인 얀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한양행은 렉라자 매출 규모에 비례해 일정 비율만 수취할 뿐이다.
실제로 J&J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렉라자와 병용요법 글로벌 매출은 1억41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한양행이 챙긴 로열티 수익은 약 32억원에 불과했다. 정산 후 실제 인식 금액은 2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매출 대비 약 1%에 해당하는 매우 낮은 규모다.
실속 없는 로열티 늪
매출을 견인할 수준이 못 되는 로열티에도 최근 실적이 급증했던 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 때문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유럽, 영국, 일본, 캐나다·중국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허가를 획득했다. 이 중 미국과 일본에서는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유한양행은 그간 렉라자 관련 마일스톤 수익으로 총 2억2500만 달러(한화로 약 3000억원) 규모를 수령했다. 지난 2018년 11월 기술수출 계약금으론 5000만 달러, 2020년 4월에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시험으로 3500만 달러, 같은 해 11월엔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으로 6500만 달러를 거뒀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FDA 허가로 6000만 달러를, 올해 5월에도 일본 상업화 개시에 따라 1500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마일스톤은 일회성 수익에 불과하다. 이후부터 렉라자와 관련해선 유한양행은 판매에 따른 로열티 수익만 얻게 된다. 판매 로열티는 매출에 비례해 금액이 커져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원이지만 유한양행이 가져갈 수 있는 몫 자체가 크지 않은 게 문제다. 글로벌 진출은 성공한 양 포장됐지만 실속은 크게 없는 셈이다.
렉라자를 보면 유한양행은 외부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개발 수익을 나눠갖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데 문제는 수익이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연구 초기 단계인 탐색·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그 특성상 원천 기술 제공사와 로열티를 나눠야 한다. 렉라자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오픈이노베이션 방식만 추구하면 또 수익은 얼마 못 된다는 얘기다.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YH35995), 면역항암제 후보물질(YH32367),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를 렉라자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선정하긴 했지만 모두 오픈이노베이션 산물이다. 원천 기술은 각각 녹십자, ABL바이오, GI이노베이션에서 나왔다. 이마저도 모두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및 로열티 기반 수익 구조를 넘어서는 단계에 도전하기엔 아직 자신이 없단 입장이다.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경우 현지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언젠가는 유한양행의 힘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완제품을 (개발해) 직접 FDA 승인을 받고 수출까지 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다만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확신이 들었을 때 얘기라서 장담할 순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과도기적인 단계로서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술을 수출하는 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