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건전성 관리 부담에…보험사 양극화 심화

- 유상증자·신종자본증권 발행 가능 보험사 소수 - 요구자본 축소 이외 수익성 제고도 대형사 유리 - 나신평 정원하 연구원 “양극화 가능성 더 커져”

2025-09-16     김은지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보험회사들이 규제 개편과 금리 하락이라는 환경 속 건전성 관리 부담이 심화된다.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개선 효과가 기대되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란 얘기다.

대형사와 소형사 간 격차는 심화될 전망이다. 소형사는 건전성 기준을 맞추는 일 자체가 어려운데 자본성 증권 발행도 쉽지 않으며 영업력이 대형사에 밀려 수익성도 밀릴 수 있다.


건전성 개선 부담, 장기적으로 심화


보험사 자본규제 주요 개편안.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제공]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건 자본적정성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이후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가 맞물려 자본관리 부담은 급격히 확대됐다.

보험사들은 금리인하 등을 대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렸다. 하지만 이는 비용 증가 및 자본 질적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해 양적 규제보단 질적 규제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 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태를 문제로 봤다.

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권고 수준을 150%에서 130%로 내리고 할인율 현실화를 일정 조정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기본자본비율 적기시정조치 기준화와 자산부채관리(ALM) 강화 등을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완화 효과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이 심화되는 구조다.


유상증자·신종자본증권 발행 가능사 한정적


자본성증권 가용자본 인정 조건.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제공] 

자본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에는 크게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다만 이 두 방식에만 의존하는 건 당국이 의도하는 바가 아닌 데다 사실상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회사들도 제한적이다.

유상증자는 지급여력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을 단기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은행 중심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에게 가장 유효한 방식이다. 보험사가 모기업인 삼성·한화·교보·흥국생명 등은 개인주주 비중이 높거나 상장사라는 특성상 제약이 있다.

신지급여력(K-ICS·킥스) 제도 전환 이후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증권 요건이 강화되면서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상환촉진유인)이 없거나 조건부가 달린 경우만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이는 수익성과 자본 여력이 안정적인 우량 보험사 소수만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본자본 인정 신종자본증권(비조건부)를 발행한 사례는 최근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유일하다. DB손보가 발행이 가능했던 건 높은 신용등급과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 가능한 배당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DB손보를 포함해 지난해 결산 배당을 실시한 보험사는 8개사로 모두 대형사다.


수익성 제고, 영업력 갖춘 대형사 유리


유상증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쉽지 않은 보험사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자본관리 방안은 요구자본 축소다. 요구자본은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자본을 말한다. 지급여력비율이나 기본자본비율 산식에서 분모에 해당하기에 이를 줄이면 건전성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내부모형 승인 심사를 개시하고 내년부터 보험위험액을 시작으로 내부모형 적용을 허용해나가면 보험사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요구자본 축소에 나설 수 있다. 이밖에도 파생상품·재보험을 활용한 위험이전이나 ALM 강화를 통해 요구자본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요구자본 축소는 가용자본을 늘려야 할 땐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제고가 건전성 관리를 위한 가장 큰 관건이다. 정확히는 요구자본 대비 수익이 커야 한다. 가용자본이 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익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수익성을 위해 CSM을 늘리려면 보험사가 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 판매 채널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이는 대형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소형사 역시 참신한 상품 등을 내세워 수익성을 올릴 수 있지만 자본성증권 발행이나 조기상환 도래분 등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나신평 정원하 책임연구원은 더리브스 질의에 “수익성이 결국 영업력인데 보험에서 영업력은 대형사가 훨씬 더 유리한 구조이기에 조기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자본성증권과 관련해서도 소형사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며 “자본관리역량이나 수익성이 다 중요한데 대형사가 전반적인 자본관리 시스템은 조금 더 우수하다 보니 양극화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상황인 건 맞다”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