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신한금융, KB와 벌어진 순익 차…밸류업 의지는 1등

- 지난해 순익 4조5175억원…KB금융 5000억원 격차 - 비은행 기여도, 신한금융 9.8%p↓, KB금융 7%p↑ - 밸류업 적극적…총 주주환원액 규모 100억원 차이

2025-02-11     양하영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신한금융지주는 은행이 실적을 견인하며 4조517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다만 비은행이 상대적으로 실적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KB금융지주와 순익 차이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벌어졌다.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비은행 계열사들에서는 일회성 손실이 다수 발생해 실적이 부진했다. 반면 KB금융은 그 반대 결과로 리딩금융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주주환원 의지만은 신한금융이 앞선다. KB금융은 5조원 순익 달성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린 반면 신한금융은 5000억원 순익 차에도 KB금융의 총 주주환원액과 100억원 차이에 불과한 주주환원 결정을 내렸다.


비은행 부실로 KB금융과 2배 이상 벌어져


신한금융이 지난 6일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원을 달성한 KB금융과 5000억원가량 차이 나는 수치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11조40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4% 올랐으나 비이자이익은 3조2580억원으로 전년보다 5% 감소했다. 반면 KB금융은 지난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각각 5.3%, 5.1% 증가하면서 신한금융을 앞섰다.

사실상 이 격차는 비은행 실적으로 인해 벌어졌다.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고른 실적을 거두면 서 전년 대비 10.5% 증가한 5조782억원을 달성했다. 이로써 양사 간 순익 차는 5607억원으로 전년 2268억원보다 2.47배 늘어났다.

4분기만 보면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이 다소 부진했던 점이 두드러진다. 4분기 당기순이익은 473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3.5% 감소했다. 그룹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235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4%, 전년 동기보다 51% 감소했다.


리딩뱅크 이뤘지만…신한캐피탈 순익 61.5%↓ 등 비은행 발목


신한금융의 4분기 실적을 토대로 보면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9.8%p 감소한 25.2%이다. 반면 KB금융은 7%p 상승해 40%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하며 지주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6954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2518억원으로 하나은행(3조3564억원)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하지만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고른 실적을 거둬 은행의 부진을 상쇄한 반면 신한금융의 신한자산신탁‧신한캐피탈‧신한투자증권‧신한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은 실적이 급감해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신한라이프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당기순이익 5284억원을 거두며 지난 2021년 법인 출범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지만 홀로는 역부족이었다. 신한자산신탁은 소송 관련 충당금을 포함해 약 30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세금 효과를 감안해도 실 손실액이 1840억원이다.

신한캐피탈은 부동산 충당금 및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 부분으로 이자이익이 줄어들어 지난해 4분기 35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연간 순익은 1년 전보다 61.5% 급감했는데 전체 자산 중 40%를 차지하는 투자자산의 운용수익률이 시장 악화로 전년 대비 하락한 결과다.


주주환원율 증가폭, KB금융의 두 배


신한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럼에도 신한금융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양호했던 건 주주환원 의지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분기별 주당 570원 현금 배당과 함께 이미 발표한 6500억원의 자사주 취득에 더해 총 1조7500억원 규모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KB금융이 순이익 5조원을 달성하고서도 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1.8%p만 올린 결과와 대조된다. 신한금융의 주주환원율 증가폭은 3.6%p로 KB금융의 두 배다.

KB금융이 매입‧소각하는 올해 상반기 자사주 규모는 5200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적다. 총 주주환원액은 1조7600억원으로 신한금융과 100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환율 상승 등 매크로 환경이 크게 변화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주들에게 약소한 1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지켜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로 판단한다”며 “충당금 적립 등의 요인으로 비은행 자회사들의 순익이 상당히 저조했다는 점에서 비은행 이익 회복만으로도 증익 폭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KB금융에 대해서는 최 연구원은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CET1 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는 다소 아쉬웠으며 조삼모사가 아닌 절대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은 타행보다는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체력이 타행들보다 우월하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도 “KB금융의 올해 이익 전망이 양호한 만큼 실망하기엔 이르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전망치를 밑돈다”고 말했다.

이번 주주환원 발표로 신한금융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긴 했지만 비은행 실적 개선은 과제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밸류업에 있어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율과 이익체력을 모두 제고하는 것이 핵심인 상황에서 이번 자사주를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한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관건은 비은행 자회사의 정상화 여부가 될 전망이다”라고 언급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