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환율 우려 잠재운 하나금융…통 큰 주주환원

- 지난해 연결당기순이익 역대 최대 기록 - 4분기 지배순이익 5135억원…전년보다 16%↑ - CET1 방어 성공…올해부터 분기별 균등 배당 - 상반기 자사주 4000억원 매입‧소각 발표

2025-02-06     양하영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올해 4대 금융지주 중 첫 번째로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면서 고환율에 따른 실적 위축 우려를 해소했다.

하나금융은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되면서 기존 밸류업 계획에 힘을 실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표한 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는 유지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전년보다 두 배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순이익 3조738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


하나금융의 지난해 연결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9.3% 증가한 3조7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3조5706억원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지배순이익은 51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 증가했다. 영업이익 부진에도 비상장주식 평가익 1300억원이 영업 외 수익에 기여해 세전이익을 방어하면서다. 4분기 영업이익은 60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32%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은 다소 부진했다. 수수료이익이 전분기보다 1.5%, 전년 동기보다 26.3% 증가하며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원화 약세로 인해 비화폐성 환차손 1394억원, 상업용 부동산(CRE) 감액손 660억원 등이 발생했다.

반면 4분기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69%로 전분기보다 6bp(1bp=0.01%p) 상승했다. 이자수익률이 하락세인 가운데 조달 만기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면서 고금리 정기예금 리프라이싱 효과가 컸다. 


RWA 관리로 환율 영향 상쇄하며 자본비율 유지


지난해 실적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하나금융은 안정적인 자본비율 관리 능력을 보이며 고환율 부담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RWA 완화안을 반영하기 전임에도 CET1비율은 13%대 유지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합병 이후 대표적인 환율민감주로 인식되는 만큼 지난해 말 계엄사태 등 대내외적인 이슈로 원·달러 환율이 4분기 내에만 150원 상승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가장 우려사항이던 지난해 4분기 CET1비율은 13.13%으로 발표되면서 기존 밸류업 목표 구간인 13.0~13.5% 내로 유지됐다. RWA를 적극 관리한 데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자산을 재배분한 결과다.

나아가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분기 균등 배당으로 전환하겠다는 깜짝 발표로 주목됐다. 앞으로 연간 배당총액 1조원 내외가 4분의 1씩 분기 배당될 예정인 만큼 환율이 안정화되면 자본비율 안정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최근 다소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은 부담스럽지만 이번 4분기 실적을 통해 사측의 적극적인 자본비율 방어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 극단적인 환율 변동이 아니라면 CET1 비율은 13%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환율 10원당 CET1비율 민감도가 기존 2.5bp에서 4.0bp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향후 환율 하락 시 그만큼 CET1비율 상승효과도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4000억원 발표…밸류업 기대↑


하나금융그룹. [그래픽=김현지 기자]

안정적인 CET1비율이 뒷받침된 견고한 실적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발표로 이어지며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주식배당금(DPS)을 1800원으로 결정하며 자사주 4000억원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지난해 자사주매입금보다 두 배 가까운 규모다.

하나금융은 올해 배당총액을 약 1조원으로 두고 늘어난 주주환원 여력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한다. 지난해 자사주매입액 1500억원 중 531억원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4분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지난달 기매입됐다.

기매입한 자사주 531억원과 상반기 발표한 매입 규모인 4000억원에 더해 증권업계는 하반기에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2024년 초 업종 내 가장 이른 실적 발표를 했던 하나금융지주는 전년의 두 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밸류업 기대감을 최초로 현실화했다”며 “불확실한 대외환경으로 인해 리스크가 높아진 현재 국면에서 다시 한번 처음으로 은행주의 주주환원 기조를 공고히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