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금융주, 트럼프 무풍지대…물가 우려 ‘고개’
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업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된 가운데 은행 등 금융주를 비롯한 빅테크 기술주, 자동차, 방산, 인프라, 항공주 등이 수혜업종으로 기대된다.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했던 트럼프 행정부 1기 기조를 감안하면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도 있다. 중국에 부품 의존도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대표적인데 금융주는 여전히 타격이 없다.
달러 강세가 이어져온 가운데 시장은 물가와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올해 4분기 발표될 물가지표에 따라 금리인상을 자극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금 커질 수 있다.
금융주, 규제완화 수혜 기대감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의회를 모두 장악했다. 내년 본격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비슷하게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정책 방향이 강화될 전망이라는 얘기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법안 발의와 심의, 정부 예산 심의와 승인 등을 조속히 처리하면서 실행력에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혜업종과 피해업종은 뚜렷이 대비될 전망이다.
수혜업종은 자국 보호무역주의 회복에 따른 자동차, 철강 화학, 에너지, 방위 등 전통 제조업이며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금융주가 거론된다. 이외에도 AI와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이 수혜를 입을 전략산업이다.
이중에서도 금융은 주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 완화 내지 폐지와 세금 감면 및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같은 재정정책으로 인해 은행업을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거라는 분석이다.
피해업종 몰린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코로나19 이후에도 양호한 흐름이었던 금융업종의 경우 여전한 수혜주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 순서에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iM증권 박윤철 연구원은 친암호화폐 정책 기대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전반이 상승했으며 규제완화 기대가 높은 은행주 전반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업종이지만 빅테크인 테슬라는 가장 높은 상승폭이었으며 오일 장비와 서비스, 소형주, 철강, 인프라 테마 등이 올랐다.
반면 전기차·배터리, 신재생에너지는 피해 업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특혜 제도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AMPC) 폐지 및 축소를 거론했으며 부통령 당선인인 J.D.밴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폐지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원전 등 미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상승 압력, 금리인상 요인
하반기 들어 금리인하 기조가 시작됐지만 지난 9월 말을 기점으로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달러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수 불안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증시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 기조를 얼마나 이어갈지 불확실한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iM증권 이하연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돼온 점, 고물가·고금리 부담 누적돼온 점이 시장에 물가와 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단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4분기 중 발표될 물가지표는 이러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파업, 허리케인 여파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들이 수요를 높일 뿐 아니라 공급 차질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며 “3분기 대비 전반적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관세 부과 역시 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서비스 물가상승률이 하방 경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락하고 있는 상품 물가상승률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는 시장을 자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리 상승압력은 배제할 수 없는 변수다. 현재는 트럼프 정책이 증시 우호적이라고 해도 대규모 재정정책과 여타 국가들에 대한 견제로 인해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압력은 점차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iM증권 박 연구원은 “미국 국채 수익률과 지수 수익률은 근접했고 트럼프 정책 전반이 지수 밸류에이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는 트럼프의 정책이 지수 전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점차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