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신용카드사, 고금리 반영으로 버티기…금리·가계부채 변수
- 7개 전업카드사, 상품이자율 증가 등으로 순익 개선 - 합산 연체율 1.8%…금리 외 가계부채 상환능력 영향 - 고금리 여파로 저축은행업권 대출 수요 카드사로 몰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은 수익성 방어가 부담이다. 대체로 실적 개선엔 성공했으나 이는 높아진 시중금리를 반영한 영향이 크다.
일부 카드사들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회사마다 수익성 차이는 있지만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을 받고 있는 점은 대체로 공통적이다.
하반기 금리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비용 압력이 완화될 거란 기대는 있지만 가계부채도 변수다. 금리에 따른 가계 부채 부담이 크면 카드사도 건전성에 영향을 받는다.
상품이자율 반영에 수익성은 선방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3월 7개 전업신용카드사(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합산 당기순이익은 6732억원으로 전년 동기(5725억원) 대비 17.6%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4%로 전년 동기(1.2%) 대비 0.2%p 상승했다. 카드이용실적이 늘면서 전업신용카드사 합산 기준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는 높아진 시중금리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상품이자율에 그만큼 반영된 영향이 크다. 올1분기 카드손익률은 9.4%로 전년동기(8.6%) 대비 0.9%p 상승했다.
이자비용률은 1분기 3.5%로 전년 동기 대비 0.6%p 증가하고 대손비용률도 2.1%로 같은 기간 0.2%p 오른 점을 감안하면 업권 합산 기준 수익성은 개선된 셈이다.
7개 카드사 합산 연체율 1.8%로 증가
모든 카드사가 선방한 건 아니다. 카드손익률은 7개사 모두 올랐으나 현대카드·우리카드·롯데카드는 이자비용률, 대손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더 늘면서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실제로 연체율 부담이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에 하방 압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7개사 합산 연체율은 1.8%로 2021년 말 1.1% 대비 오름세다. 같은 기간 충당금커버리지비율도 272.5%로 2021년 말 367.0%에서 지속 하락세다.
지난해 중 신용카드사들이 1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자산 중 상각 또는 매각을 실시한 금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의 매각/상각 금액인 2조9000억원 대비 1조6000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함에도 건전성 지표가 하락세인 건 그만큼 국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나신평의 분석이다.
나신평은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으나 중단기간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2금융업권 및 다중채무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 및 가계부채 영향은?
시중금리는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만기 도래가 예정된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는 2.9%로 최근 조달금리와 여전히 1.1%p 차이다. 현 수준에서 시중금리가 정체되면 조달금리 차이가 2027년은 돼야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부담 정도를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금리 부담으로 가계부채가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면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은 악화될 수 있다.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적격비용을 바탕으로 재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곤 하지만 이를 쉽사리 인상하는 일도 쉽지 않다.
나신평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카드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지금 금리가 워낙 많이 올라있어 금리인하를 한 번 한다고 해도 금리가 상승한 폭에 비해 작을 것”이라며 “금리인하 한번으로는 크게 개선이 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등 다른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실행이 어려워진 만큼 카드사 대출 수요가 늘어난 건 수익성에 도움된 측면도 있다. 다만 가계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 이는 대출 부실화로 연체로까지 이어지는 부분이기에 가계부채 부담도 카드사 건전성에 변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 실질적인 연체로 이어진다면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연체로 이어지지 않고 연착륙하면 저축은행 등에서 넘어온 수요로 인해 그렇게 (수익성에)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업권 등이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를 제외한 제2금융권으로 갈 수 없는 금융소비자들을 흡수하는 측면은 있다”며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일부러 늘린 건 아니고 자동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