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글로벌 보험사도 속수무책…농협손보, 기후변화發 손해율 영향은?
- 글로벌 보험사, 기후변화 관련 재해 지급금 증가 - 농협손보, 농작물재해 포함된 수입보험료 비중 최대 - 특종보험 손해율 지난해 67.3%…전체 손해율에 영향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폭염 등 자연 재해가 심해질 거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해외 대형 보험사들이 관련 손실을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도 안심하긴 어렵다. 농업인 가입률이 높은 NH농협손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이 포함된 특종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크게 올라 실적 관련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건전성이 양호한 흐름이다. 하지만 자연재해 피해로 증가하는 손해율이 보험손익 감소에 반영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들 4년간 재해 손실액 1000억 달러
이달 들어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요 외신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재해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 3년간 재해에 취약한 해안가 인접 지역 주에서 재해 대책 관련 법안 발의가 평균 6배 늘었다.
반면 재해 규모 및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지역에 관계없이 보험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재해보험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무디스RMS, 베리스크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재해보험금 지급으로 입게 된 손실액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8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기후변화 위기를 보험사들이 사업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는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5일에도 기후가 보험시장을 어떻게 이미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를 주제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농작물재해 포함’ 높아지는 특종보험 손해율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 관련 재해가 늘면서 실적에 직결되는 보험사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일정 기간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값인 손해율은 100%에 가까울수록 보험사 수익성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농협손해보험의 경우 2021년 82.5%였던 전체 손해율은 2022년 83.4%, 2023년 86.4%로 증가해왔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을 포함한 특종보험 손해율이 2021년 60.5%에서 지난해 67.3%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기후변화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1분기 특종보험의 손해율은 59.1%로 지난해 같은 분기(60.0%)와 유사한 수준인데 해외수재는 101.1%로 전년 동기 대비 56.4% 가량 늘었다. 해외수재 손해율은 2022년과 지난해 모두 10% 중반대였단 점에서 재해로 인한 일회성 요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손보의 경우 특종보험은 지난 1분기 수입보험료 금액과 비율 면에서 전년 동기 대비 장기보험을 처음으로 모두 앞섰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특종보험의 수입보험료 비율은 39.0%로 장기보험의 수입보험료가 18.2%p를 앞섰다.
1Q 농작물보험 원수보험료 5.9% 증가
지난해 농협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킥스)은 제도 경과 조치 이후 316.81%로 손보업계 상위권이다. 재무건전성이 튼실하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에는 299.20%로 전년 말 대비 17.61%p 줄었지만 여전히 지급 여력이 높은 편이다.
농협손해보험은 킥스비율에 대한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전에도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흐름이었다. RBC(구지급여력비율)가 기준인 2022년엔 210%, 지난해는 248.2%로 개선됐으며 올 1분기도 경과조치 전 기준 역시 235.5%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손해보험은 올 1분기 보험영업수익이 7656억원, 보험영업비용이 7040억원, 투자영업이익이 224억원이었으며 영업외손실로 63억원, 법인세비용 179억원이 반영돼 최종 당기순이익이 59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이익은 원수보험료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오른 616억원이었다. 올 1분기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1조3625억원으로 특히 농작물보험이 5.9%가 늘어났는데, 향후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손해율 증가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해율 영향과 대응책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농작물재해보험은 이러한 기상 이변으로부터 농업인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특종보험 손해율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해외수재 물량 감소 및 전체생존기간(OS) 증가로 인해 전년동기 대비 손해율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